2024-04-20 11:18 (토)
고분 규모ㆍ부장품 질과 양은 가야문화권 가운데 으뜸
고분 규모ㆍ부장품 질과 양은 가야문화권 가운데 으뜸
  • 조성태 기자
  • 승인 2022.07.06 2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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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유적 발굴 현장을 가다

지정 3ㆍ비지정 23개… 대규모 고분군 존재

가야 토기가마터 등 유적 곳곳에 산재
추진단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힘써
2019년 교동 63호분서 유물 400여점 출토
비화가야 성격 이해 중요한 역사적 단서
퇴천리 토기가마터 도내 첫 기념물 지정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은 비화가야를 대표하는 고분군으로 화왕산과 목마산성의 구릉에 인접, 창녕읍 교리 및 송현리 일대에 300여 기 이상 분포하고 있는 가야시대 대형 고분군이다.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은 비화가야를 대표하는 고분군으로 화왕산과 목마산성의 구릉에 인접, 창녕읍 교리 및 송현리 일대에 300여 기 이상 분포하고 있는 가야시대 대형 고분군이다.

창녕군은 중국사서 및 삼국사기 등에서 빛이 좋은 벌판이란 뜻의 비사벌(比斯伐)ㆍ비자벌(比子伐)ㆍ비화(非火)ㆍ불사국(不斯國) 등의 여러 이름으로 불려 왔다.

청동자루솥.
청동자루솥.

창녕지역은 지리적으로 낙동강 중류 동안에 위치하며 북쪽으로 대구, 서쪽으로 합천ㆍ고령ㆍ의령ㆍ함안과 이어지고 낙동강을 따라 남쪽으로 김해ㆍ부산과 쉽게 연결돼 정치ㆍ군사ㆍ경제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였다. 또한 우포 및 사지포 등 자연호와 낙동강 배후저습지가 널리 분포돼 있어 초기 농경문화 발달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찍이 고대사회가 형성됐다. 이러한 영향으로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이르는 비봉리 패총ㆍ지석묘ㆍ고분군ㆍ석탑ㆍ사찰 및 향교 등 많은 역사문화 유적을 간직하고 있어 오랜 기간 신라의 수도였던 신라 경주에 버금가는 경남도의 역사 고도(古都)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릇받침.
그릇받침.

삼국시대 창녕은 6세기, 신라에 편입되기 전까지 강력한 독자적 정치세력인 비화가야가 지배한 지역으로 수많은 대형고분이 축조됐다.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사적)을 비롯해 창녕 계성 고분군(사적), 창녕 영산 고분군(도 기념물) 등 지정 고분군 3개와 비지정 고분군 23개로 총 26개 대규모 가야고분군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창녕 퇴천리ㆍ여초리 등 가야 토기가마터 등 많은 가야역사 유적의 오랜 흔적이 현재까지 지역 곳곳에 많이 남아 있다.

특히,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은 비화가야를 대표하는 고분군으로 화왕산과 목마산성의 구릉에 인접, 창녕읍 교리 및 송현리 일대 300여 기 이상 분포하고 있는 가야시대 대형 고분군이다. 지난 2020년 9월 고분군의 우수성을 널리 인정받아 김해ㆍ고령ㆍ고성ㆍ합천ㆍ남원 지자체와 함께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신청 대상에 선정됐다. 지난해 유네스코 자문기구의 심사 및 현장실사를 거쳐 올해 6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등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의 국제적인 요인으로 인해 그 등재가 잠정연기된 상황이다. 이에 대응해 문화재청과 가야고분군 세계유산추진단, 창녕군 등 관련 지자체는 긴밀히 협력해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를 계속해 추진 중에 있다.

금동말띠꾸미개.
금동말띠꾸미개.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은 1963년 사적 제80호 교동 고분군과 사적 제81호 송현동 고분군으로 각각 지정ㆍ관리돼 오다가 지난 2011년 역사성과 그 특성을 고려한 인접지역 고분군 통합에 의해 현재의 사적 제514호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으로 재지정됐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에 의해 처음 조사돼 그 이후 여러 번에 걸쳐 발굴됐으나 현재 그 조사 내용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1990년대 동아대학교박물관에서 첫 학술조사를 시작으로 2000년대 들어 가야사가 재조명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발굴 조사가 진행됐다. 이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및 창녕군 등에 의해 고분군에 대한 고분군 정비사업과 발굴조사가 지속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창녕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은 같은 시기의 가야의 그 어떤 지역보다 그 규모가 크다. 고분군을 이루는 개별 고분의 수가 100여 기 이상 밀집돼 있다. 7호분 및 89호분 같은 초대형 고분이 수십기가 존재하며 대형 고분군을 중심으로 중ㆍ소형분이 배치되는 독특한 분포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점을 볼때 비화가야 집단의 세력이 신라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강력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개별 고분의 규모와 부장품의 질과 양에 있어서도 가야문화권의 어느 지역보다 우수하고 탁월하다. 대표적인 출토 유물로는 원두대도, 은제 허리띠꾸미개, 금동관, 금제 귀걸이 등 위세품과 녹나무제, 창녕양식의 가야토기 등 다양한 부장품이 출토된 바 있다. 이는 비화가야 지배층이 가야국을 비롯한 신라ㆍ백제ㆍ왜 등 대외세력과 직ㆍ간접적으로 다양한 교류를 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연구자료이다. 특히 지난 2009년 Ⅲ군 10호분(옛 송현동 15호분)에서 확인된 4구의 순장인골은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를 중심으로 여러 연구기관의 고고학ㆍ해부학ㆍ조형학 등 학제간 융합공동연구를 통해 16세 순장여성의 인체를 완벽히 복원하고 이를 `송현이`로 명명했다. 학계에서 이러한 가야인 인골을 통해 고대 가야사회의 생활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학술상 연구자료로 가치가 있었다고 판단하며 큰 화제가 됐다. 현재 순장인골 모형인 송현이는 창녕군 소재 군립창녕박물관에 보관 및 전시 중이다.

청동뿔잔.
청동뿔잔.

이러한 고분군 발굴 조사에서 출토된 다양한 고분 및 발굴 유물을 통해 창녕지역의 비화가야가 5세기 중ㆍ후반까지 왕과 버금가는 힘과 권세를 지닌 강력한 정치세력이 지배한 국가였음을 추정할 수 있다.

최근 지난 2019년 발굴 조사된 교동 63호분은 한 번도 도굴되지 않은 완전한 상태로 발굴돼 언론과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등잔형 토기, 주전자형 토기 등 특이한 모양의 가야토기, 귀걸이, 화살촉, 말갖춤 등 400여 점의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이 발굴을 통해 가야무덤의 축조기법, 장송의례, 생활사 복원과 대외교류 관계 등이 확인됐다. 가야와 신라의 접경지역에 위치해 복잡하고 다양한 문화가 융합돼 나타나는 독특한 비화가야의 성격을 이해하는 중요한 역사적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현존하는 국내 단일가마 중 최대 규모의 가야 생산유적인 창녕 퇴천리 토기가마터는 지난 1월 경남도 처음으로 가야시대 생산유적 문화재(도 기념물)로 지정됐다. 경남도 창녕군 창녕읍 퇴천리 산78번지 일원에 위치한 퇴천리 토기가마터는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사업 일환으로 추진돼 창녕지역의 토기 생산과 공급에 학술적 기초자료를 확보하고자 지난 2019∼2020년에 걸쳐 시굴 조사와 발굴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축조 당시 연도부에서 연소부까지 길이가 14.8m로 현재까지 보고된 삼국시대 토기가마 중 최대 규모이다. 가마의 전체 잔존 규모는 길이 15.7m, 너비 2.3m, 깊이 2.3m에 달하는 최대 규모의 가야토기 생산 가마로 밝혀졌다. 토기가마의 조업 시기는 4세기 후반에서 5세기 초반으로 추정되며, 대규모 요업시설을 갖춘 비화가야인들이 고도의 토기 생산 기술력을 바탕으로 토기를 생산ㆍ공급했던 것을 의미하며 아직 밝혀지지 않았던 비화가야인들의 생활상 복원에 중요한 연구자료로 평가된다.

창녕 퇴천리 토기가마터 일원.
창녕 퇴천리 토기가마터 일원.

또, 비지정 문화재인 창녕 우천리 상월 안지골 가야고분군이 문화재청에서 주관하는 `2021년 매장문화재 긴급발굴조사사업 공모`에 선정돼 다수의 가야고분이 발굴됐다. 8기의 수혈식 석곽묘(돌넛널무덤)와 다량의 가야토기가 확인됐으며,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중인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과 같은 5세기 중반에서 7세기 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돼 두 고분군과의 연관성에 대해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현재 창녕군은 고분군에 대한 추가 발굴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창녕군은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의 연구와 보존ㆍ관리, 계성 고분군의 확대 구역 추가 지정 추진 등 문화재 종합정비계획에 따라 창녕지역 가야고분군을 종합적ㆍ체계적으로 보존ㆍ관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창녕 상월 안지골 고분군ㆍ구진산성 등 아직 알려지지 않은 비지정 가야매장문화재 발굴 조사의 지속적인 추진을 통해 창녕지역의 우수한 학술적ㆍ역사적 가치를 지닌 가야 유적을 보다 깊게 연구ㆍ보존하고 이를 널리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힘써 나갈 계획이다.

창녕군 문화체육과 성봉준 과장은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이미 그 우수성을 널리 인정받은 화왕산ㆍ부곡온천ㆍ우포늪 등 다수의 자연생태자원과 더불어 창녕의 역사문화 유산의 우수성을 대외적으로 더욱 널리 알리고, 이와 연계해 관광자원 개발과 지역경제의 활성화 등 지역 발전과 도약의 큰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 기사는 경남도 지역신문 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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