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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수 도지사, 경남 이방원을 기대한다
박완수 도지사, 경남 이방원을 기대한다
  • 경남매일
  • 승인 2022.07.03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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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수 지사, 경남시대 다시 열어야 할 개혁군주
용꿈 취한 전 지사 도정, 흑역사 마침표 찍어야
20년 전, 도 국장 때 GRDP전국 3위 견인 당사자
현재 전국 시ㆍ도 중 5위 추락 경남부활은 운명
높은 득표는 일하는 도지사 선출 도민이 공신
공무원ㆍ의원ㆍCEO 등 갖춘 경력, 잠룡이라 해도
도 18개 시ㆍ군과 소통, 좋은 일자리로 보답해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대기자ㆍ칼럼니스트

민선 8기 지방정부가 출범했다. 경남도를 비롯한 17개 시도와 226개 시군구 단체장, 지방의원들은 앞으로 4년간 풀뿌리 행정과 의회를 책임진다.

지방정부가 한 해 쓰는 돈은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441조 원이 넘는다. 갈수록 쇠락하는 지방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중앙 정치에 예속돼 독립성을 상실한 지방자치가 본연의 위상을 회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민선 이후, 경남도는 흑(黑)역사로 얼룩졌다. 민선 도지사 5명에 권한대행이 7명인 비정상적 도정시대는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 용꿈에 취해 중도사퇴로 이어진 결과이다. 김혁규ㆍ김태호ㆍ김두관ㆍ홍준표ㆍ김경수 등 보수와 진보 진영 도지사가 바꿔가며 도정을 운영했지만 경남도는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전 도지사가 국회의원, 단체장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정치 낭인과 다를 바 없다. 민선 7기, 지지세 확장성에 우선한 정치공학 도정은 `경남 몫`을 제대로 챙기지 않은 대신 `부ㆍ울ㆍ경`에 더해 영남권역을 향해 공존과 상생을 외친 것과는 달리 경남의 현주소는 참담하다 못해 비참하다. 수소도시 등 각종 정부 정책에서 배제됐고 상생형의 일자리로 극찬한 진해소재 주물공단의 밀양 이전은 도민을 우습게 본 대표적인 사례다. 광주의 자동차공장 신설과 비교할 때 그렇다. 경남미래를 견인할 대학정책은 전국 유일의 로스쿨 없는 NO스쿨에다 의학계열 부재로 경남 출신 학생들의 부산예속화로 이어졌다. 이러다 보니 경남자체 균열도 드러났다. 공공의료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ㆍ동부 경남은 러스트벨트에도 경제회생 대책은커녕, 균형발전을 빌미로 한 서부경남에 올인했다.

항공우주 등 신산업을 비롯해 앞서 혁신도시가 조성됐고 중동부 경남에 1개 기관도 없는 경남도 단위 13개 기관 운영 등에 대해 볼멘소리가 나온다. 균형발전도 인구, 지역성, 접근성, 인프라 등 촘촘한 계획보다는 정치도정이 낳은 산물로 치부된다. 경남이 기업 덕분에 경제적 삶은 향상됐지만, 양극화와 포퓰리즘, 세대ㆍ젠더 갈등, 교육 문제를 비롯해 노동 개혁 지연 등 곳곳이 곪아 있다. 문제를 풀어야 할 정치는 되레 퇴화했다. 20년 전, 도지사는 도 경제통상국장으로 GRDP 전국 3위를 견인한 당사자였지만 현재 5위로 추락했다.

전 도지사들이 용꿈에 취해 시대 과제를 풀지 못한 불신의 증거다. 역대 경남지사마다 잠룡 등 덧씌워진 대권후보론, 이젠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박완수 도지사는 역경의 스토리에다 공무원ㆍ국회의원ㆍCEO 등 갖추어진 경력만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렇지만 경남을 위해 일해 달라는 게 도민들의 바람이다.

도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도에는 그 함의가 묻어 있다. 지금 경남에는 할 일이 태산이다. 박완수 도지사를 둘러싼 환경은 첩첩산중이다. 그렇다고 경남의 적폐를 내버려 둘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등 대전환기에 `도민이 불러내서, 키워 주고 도지사까지 만들어 준`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박완수 도지사는 개혁 도지사이고 그게 소명이고 운명이란 사실에 있다. 조선 500년 왕조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사람은 태조 이성계가 아닌, 그의 아들 3대 왕 태종이다.

태종은 `왕씨`에서 `이씨`로 왕조가 바뀌는 역성혁명을 한 게 아니다. 고려라는 낡은 나라를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로 창업한 리더다. 태종은 새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영, 정몽주, 이색 등 도덕ㆍ정치적으로 존경받던 고려 충신들을 척살했고, 왕권 강화를 위해 개국공신 정도전도 쳐냈다. 이복동생도, 처남 형제에게도 인정사정이 없었다. 그래도 역사는 폭군이 아닌 성공한 개혁 군주로 기록하고 있다. 박 도지사도 높은 지지율은 도민 부름에서 비롯된 만큼, 공신도 논공행상도 있을 수 없다. 또 경남 공직사회의 기강이, 경제가 무너져 내릴 때 권력을 잡았다는 것에서는 비슷한 면이 없지 않다.

경남의 지난 도정은 공정과 상식이라는 규범이 파괴된 인사였고 르네상스 부활은커녕, 경제는 추락이 계속됐다. 고용위기지역 지정이란 웃지 못할 도정 운영에 박수를 친 게 지난 도정이었다. 또 지난 도정은 밀양공항이 가덕도신공항으로, 메가시티 통합의회는 의원 수에 비례하지 않고 각 9명씩으로 야합, 경남 자존심을 뭉갰고 부산식수원 경남지역개발 합의는 도민 동의도 없었다. 또 경남해역(진해)의 부산항 등은 도민 피해를 전제로 한 부산예속화란 지적이 제기됐다. 부산만 잡어면 경남은 따라온다는 `진보 진영 영남권 40% 이상 득표`를 노린 대권전략설이 회자되었고 반쪽 도정 운영은 도내 시장ㆍ군수와도 협의는커녕 소통도 기대할 수 없어 그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실감케 했다.

박완수 도지사는 취임사를 통해 "경남의 시대정신을 `혁신ㆍ성장ㆍ통합과 소통`으로 규정, "혁신의 토양 위에 성장의 씨앗을 뿌리고, 통합과 소통을 통해 공동체를 꽃피우겠다"며 민선 8기 도정 운영 지표를 밝혔다.

그는 조직ㆍ재정ㆍ규제혁신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경남, 투자하기 좋은 경남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어 "경남 성장의 핵심 열쇠는 기업 유치, 투자유치에 있다"며 "투자와 대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경남도정의 최우선 과제로 상정했다. 이를 위해서는 도청 공무원조직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민생을 안정시켜야 한다. 그런 도정은 `닥치고` 개혁이어야 가능하다. 박완수 도지사는 정치적 기반을 잃을 수 있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20여 년 전, 정치 입문 때의 결기가 없다면 개혁은 성공하지 못한다. 이방원이 조선을 반석 위에 올린 창업 군주로 기록된 것과 같이 경남 부활을 위한 개혁도정이 절실하다. 박완수 도지사는 성군인 세종이 아니라 태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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