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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의 필요성과 법적 유효성
임금피크제의 필요성과 법적 유효성
  • 경남매일
  • 승인 2022.06.2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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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의 법률산책

경제저성장과 높은 청년실업률, 고령화 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종합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으로 임금피크제가 논의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1998년에 공무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검토하였다가, 2003년에 신용보증기금이 처음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그 후, 2013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약칭, 「고령자고용법」)` 개정으로 인해 공기업, 공공기관 및 300인 이상 고용기업의 정년이 60세로 연장(2016년 1월 1일 시행, 지방자치단체와 300인 미만 고용기업은 2017년부터 시행)되자, 청년실업률 문제와 맞물려 임금피크제 도입이 가속화되었다. 2016년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15년에는 300인 이상 기업의 27.2%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2016년에는 46.8%가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피크제는 크게 ①정년고정형, ②정년연장형으로 나뉘는데, 정년고정형은 정년까지 고용을 유지하면서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정년이 될 때까지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들은 대부분 정년고정형을 채택하고 있다. 임금 인상보다는 고용 안정을 원하는 근로자에게 현실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것과 기업에는 고용 조정에 따른 부담감과 인건비 절감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정년연장형은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여 고용하되, 재취업의 어려움 등을 감안하여 임금수준을 낮게 정하는 방법이다.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다. 관련 직무에 익숙한 근로자를 계속 활용함으로써 신규 근로자의 채용과 적응에 수반되는 비용을 절감하고 근로자 개인에게 근로의 기회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여,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상 유효한 제도일까? 즉,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정년을 앞둔 직원들에게 나이만을 기준으로 하여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정년고정형)가 「고령자고용법」상 차별금지규정을 위반하여 무효가 아닐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2017다292343판결)은 지난 5월 22일경, 임금이나 복리후생 분야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노동자를 차별하지 못하게 한 「고령자고용법」 4조의4 제1항의 성격을 `강행규정`이라고 판단하고, `단순히 나이만으로 적용한 임금피크제는 무효이며, 연령 차별이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무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정년고정형`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관한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판결이다.

한편, 최근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유효라는 하급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KT 전ㆍ현직 직원 1300여 명이 임금피크제로 인해 깎인 임금을 배상하라며 KT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또한, 서울남부지방법원도 한국전력거래소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법원의 판단 요지는 다음과 같다. ①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한 가장 중요한 보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정년을 연장하는 것과 임금을 깎는 것이 교환 관계에 있다). ②2013년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한 고령자 고용촉진법이 정년 연장에 따라 임금 체계를 개편할 것을 주문하고 있고, 이는 국회의 법 개정 과정 회의록에도 나타나며, 여기에는 임금 삭감도 포함된다. ③(고령자의) 업무량과 업무 강도에 대한 명시적 조치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임금피크제를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

애초 임금피크제가 경제저성장, 청년실업률, 고령화 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종합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으로 논의되어 왔고 어느 정도 효과도 나타난 것이 사실이라면, 노사가 원만히 합의하여 정한 임금피크제마저도 정년을 연장하지 않았다(정년고정형)는 이유로 무효라고 취급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임금피크제가 일자리배분(Work Sharing)이라는 본래의 취지대로 기능을 다 하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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