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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뿌리 본관과 시조
가문의 뿌리 본관과 시조
  • 경남매일
  • 승인 2022.06.2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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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방담
<春秋放談>
이 광 수 소설가<br>
이 광 수 소설가

윤석열 대통령의 본관(本貫, 貫鄕)은 파평(坡平)으로 파평은 경기도 파주(坡州)의 별호(別號)이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대정14년)에 발간된 <전고대방(典故大方)>`만성시조`편과 <조선씨족통보(朝鮮氏族統譜)>`해동성씨고`에 의하면, 파평윤씨 시조는 고려개국공신 고려통합삼환익찬공신 삼중대광태사 윤신달(尹莘達)이다. 고려개국공신 화벌보(華閥譜)에는 1등부터 4등까지 총 29명의 개국공신 성명과 시호(諡號)가 등재되어 있다. 파평윤씨 시조는 2등 공신 12인에 속한다. 이씨조선1847년 한재렴이 편찬한 <고려고도징(高麗古都徵)>에는 고려 개경(개성) 4대 화벌은 파평윤씨, 동원최씨, 문화(유주)류씨, 전의이씨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4대화벌이 왕씨 고려의 주류계급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근거이다. 고려태조 왕건은 그때까지 전래된 중국식 성씨계보에 이어 그 당시 호족들이 근거지로 삼은 지명을 따서 성씨본관을 부여해 문벌귀족의 지배체제를 확립해 나갔다.

필자는 주역과 명리를 다년간 공부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동양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동양학은 크게 강단동양학(講壇東洋學)과 강호동양(江湖東洋學)으로 나눈다. 강단동양학은 대학 강단에서 정식 학과목으로 강의하는 동양학이다. 강호동양학은 강호제현과 민초들 사이에서 주로 유통되는 전래 동양학으로 재야동양학(在野東洋學)이라 불리며 주역, 명리(사주), 풍수, 보학(족보)을 통칭한다. 건국대 석좌교수인 조용헌 박사는 `50대 이후부터는 강호동양학을 공부해 놓아야 노후가 외롭지 않다.`고 했다. 필자는 그중 주역과 명리는 입문한 상태라 풍수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던 중 고려 4대화벌인 <전의이씨(全義李氏)창원문중사>를 집필하면서 보학을 연구하게 되었다. 

보학(譜學)은 양반가문의 가족사, 문중사로서 조선시대 명망 있는 재야학자 가문에서 생산한 가보는 정통유학사상과 가풍, 당시 문물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유산이다. 필자는 <전고대방><조선씨족통보>, 과거급제자 목록인 <사마방목(진사, 생원합격자목록)> <국조방목(문과대과급제자목록)>과 <조선유학사> 및 명문가의 보첩을 통해서 우리나라 249개성의 4197개 본관(관향)의 내력을 연구했다. 특히 1925년 일제 강점기에 발간된 <조선씨족통보>에 등재된 한국의 성씨총람을 보면 중국에서 전래된 성씨내력과 4197개 본관의 시조유무를 구분해 놓았다. 시조가 있는 본관은 벼슬한 후손의 내력까지 상세하게 기록했으며, 시조가 미 고증된 본관은 하단에 별도로 표기해 놓았다. `시조미고지유관향(始祖未考只有貫鄕)`으로 표기했는데, 이는 `시조가 고증되지 않아 단지 관향만 있을 뿐`이라는 뜻이다. 시조가 없는 본관은 무관(無官)집안으로 양반가문이 아니라서 족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성씨 중 인구수가 가장 많은 김씨의 경우 623개 본관 중 경주, 광주, 안동, 김해김씨 등 128개 성씨(20%)는 시조가 있고 495개 성씨는 시조가 없다. 황(黃)씨는 184개 본관 중 18개 성씨(10%)만 시조가 있다. 필자가 2013년 경남향토사연구회 활동 시 기고한 `창원을 관향으로 한 성씨에 관한 고찰`의 논문을 보면 창원(昌原)이 관향인 성씨는 총 56개였다. 물론 이에는 창원부의 속현이나 별호인 김포, 합포, 의안, 의창, 회산은 창원지역으로 창원의 관향에 포함시켰으나 진해는 웅천현에 속해 제외했다. 56개 본관 중 12본은 시조가 있으나 나머지 44본은 시조가 없다. 이처럼 시조가 고증된 본관은 우리나라 4,197 본관 중 10~20%에 불과하다. 문과대과급제자수도 고려 4대화벌인 파평윤씨의 급제자 수는 조선전기(全期)에 걸쳐 335명에 이르러 명문거족임을 알 수 있다. 1위가 왕족인 전주이씨 839명, 2위 안동권씨 358명에 이어 3위로 문과대과급제자를 많이 배출했다.(차장섭. 조선후기벌열연구, 국조방목) 파평윤씨 가문에서 대통령이 탄생한 것도 아마 조상의 음덕이 아닌가 생각된다. 

보학은 성씨의 연원인 관향의 뿌리(족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본관의 뿌리를 보면 그 가문의 흥망성쇠와 어느 시기에 어떤 인물들이 어떤 활약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생년월일시를 사주에 대입해 주역과 명리로 풀어보면 그 조상의 DNA가 그대로 유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건국의 찬요(讚謠)악장인 <용비어천가>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듯이 사람은 근본이 튼튼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뿌리인 본관과 시조조차 모르는 근본부재의 물질만능시대에 무슨 케케묵은 관향타령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내존재의 뿌리를 망각하면 나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만다. 사람은 근묘화실(根苗花實)의 섭리대로 살아가야 할 운명을 타고 태어났기에 내존재의 뿌리를 알아야 함은 불문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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