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의미가 묻히는 사회
죽음의 의미가 묻히는 사회
  • 경남매일
  • 승인 2022.06.2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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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근거에 따라 바뀌는 논리
죽음 상대화하는 오류 안돼
편집국장
편집국장

좋은 죽음과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죽음을 기억하는 길에는 아름다운 삶이 있다는 역설이 통할 수 있다. 죽음을 단순히 끝으로 보지 않고 또 다른 시작으로 연결하면 너무 과한 일일지도 모른다. 죽음을 옆에 두지 않기를 바라지만 동서고금을 통해 죽음이 주는 지혜를 가지라는 충고는 넘쳐난다. 그래도 죽음을 더 멀리 밀쳐놓기를 바라는 일반 사람들을 타박할 수는 없다.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는 생각은 철학을 넘어 마음 챙김의 도가 꽤 높아야 도달하는 영역이니 말이다.

우리나라 정치의 영역은 한쪽이 죽어야 한쪽이 사는 구도를 가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옳고 그름의 영역도 뒤집히기가 예사다. 보는 관점에 따라 민감한 사안이 뒤집히는 게 당연하다고 몰아붙이면서도, 여야 공존의 영역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쪽이 죽을 때까지 몰아붙이고 옴짝달싹 못 할 때 승리의 축배를 들 수 있다. 천박한 정치인들이 만드는 정치의 희화화에 혀를 차야 할 노릇이지만 옳은 정신을 가지고 정치를 바라보기는 예삿일이 아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논란이 서해보다 더 깊게 드리워져 있다. 당시 엄청나게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월북으로 단정한 사건이 월북 조작으로 기울고 야당은 신북풍으로 전선을 형성했다. 한 고귀한 생명이 정치적 공방을 타면서 유족은 피눈물을 또 흘리고 있다. 모든 사람의 죽음은 고귀하다. 위대한 삶의 마무리인 죽음을 상대화시켜 허망하게 몰고 가는 일은 천벌을 받아야 한다. 더군다나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국가에 의해 개인의 죽음이 난도질당한다면 사건은 심각하다.

전쟁 역사에서 전사의 죽음은 풀 한 포기의 스러지는 것과 같았다. 전쟁 명분을 찾기에 급급한 나머지 한 사람의 죽음은 연민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한 사람의 탐욕에 의해 개인의 희생이 정당화되는 시대에는 무지가 판쳤다. 송장이 널린 전쟁터에서 목숨의 귀함을 깨닫지 못한다. 하지만 진정한 인류애는 죽음 앞에서 죽음의 의미를 깨닫고 생명의 존엄함을 새기는 데 있다. 개인 죽음의 의미를 묻는 사회가 돼야 남은 자들의 삶도 행복을 추구하는데 의미를 더한다. 국가는 한 사람의 죽음을 어떤 이유에서든지 내팽개칠 권리가 없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아들의 어머니가 애끊는 소리로 "내 아들은 누가 죽였나(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인지, 누구의 소행인지 말씀 좀 해달라)"고 물었는데 대답을 못 하는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은 창자가 끊어진다는 `단장(斷腸)`에 비유한다. 창자가 끊어질 아픔을 지닌 어머니의 질문에 속 시원하게 답을 못하는 국가 리더는 리더가 아니다. 국가를 위해 죽은 죽음의 의미를 허망하게 만든다면 창자가 수십 번 끊어지는 아픔을 가지게 된다. 개인의 좋은 죽음은 국가가 보장해 줘야한다. 지금 한 죽음이 개죽음과 소중한 죽음의 중간에 누워있다.

죽음이 정치 논리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아이러니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 원래 죽음이 정치 논리에 따라 흑이 되고 백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또한 우리 정치의 질곡이다. 서해 수호를 위해 찬 바다에 몸을 빠뜨린 숱한 젊은 영웅들도 한때 묘한 죽음의 사슬에 감겨 있었다. 6월은 나라를 더 생각할 수 있는 달이다. 나라 수호에 생명을 묻어야 했던 기억들은 많다.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 새삼스러운 이유는 죽음이 상대화된 데 따른 오류 때문이다. 개인의 죽음은 어떤 경우에도 상대화될 수 없다. 개인의 모든 죽음은 인간다운 죽음이 일을 뿐이다. 모두는 삶의 질을 유지하다가 죽음 맞기를 바라는데 삶의 과정에서 당하는 죽음을 정치 논리로 감싸 상대화시키는 행위는 비판받아야 한다. 더군다나 국가를 위해 버린 죽음을 한 번 더 버린 국가는 존립에 흠집을 남긴 경우다. 어떤 죽음도 어떤 논리로 재단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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