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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배우, 장애를 연기하다
장애인 배우, 장애를 연기하다
  • 경남매일
  • 승인 2022.06.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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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문화체육부 기자
이정민  문화체육부 기자

연기란 대사 한마디, 몸짓 하나하나를 통해 관객 및 시청자들의 감정을 빨아들이고 섬세함이 생명인 종합예술이다. 그렇기에 배우들은 그 섬세한 감정을 연기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많은 비장애인 배우들이 그분들의 아픔과 힘겨움 그 안에서 피어나는 열정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르게 생각하면 노력하는 배우들도 좋지만 그런 감정들을 실제로 겪고 있는 장애인이 직접 장애인 역할을 연기하는 게 가장 좋다 라는 생각에서 다들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봐온 작품들에서는 대부분 비장애인 배우들이 장애인 연기를 해왔다. 주변 풍경으로만 비춰왔던 장애인 배우들이 직접 장애인 연기를 하는 모습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2022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코다`는 Children Of Deaf Adults의 줄임말로 농인 부모의 청인 자녀를 뜻하는데, 아빠 역할을 맡은 배우 트로이 코처가 농인 배우로 2022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더욱 화제가 됐다. 또한, 얼마 전 종영한 한국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농인 별이 역할을 맡은 이소영 배우 역시 농인이며 다운 증후군을 가진 쌍둥이 언니 영희를 연기한 정은혜 배우는 실제 `다운 증후군`을 가진 배우로 드라마에서 중요한 인물로 등장했다.

그렇다면 드라마, 영화 스크린에서만 장애인 배우를 만날 수 있는 것일까. 경남에서 유일하게 활동 중인 장애인 연극단 `햇빛촌`의 배우들은 무대 위 속사포 같은 대사 속 열정 넘치는 몸짓, 주거니 받더니 단원끼리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햇빛촌 연극을 보고 난 관객들은 한목소리로 "무대 위 장애의 한계가 허물어지는 것 같다", "장애를 지닌 사람들인 줄 몰랐다" 등의 감상평을 남기기도 하는데, 이는 장애에 대한 외부 편견과 무관심 시련에도, 각자의 본업에도 매주 연습에 매진한 단원들의 노력이 담긴 연기가 극단 이름처럼 관객들 마음속에 따스히 스며들었는지 지난 2019년 밀양아리랑 연극제에서는 단체 은상과 연기 금상ㆍ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노력과 시련 속 생생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장애인 배우들이 나타나고,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것은 기쁘지만, 작품 속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 것은 드라마에서는 처음이고 흔히 볼 수 없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발달장애인 수는 24여 만명으로 추산되며, 국내 등록장애인 수만 해도 지난해 기준 260여 만명으로 달한다. 전 국민 4%가 장애를 앓고 있지만 여전히 TV, 영화 스크린에 등장하는 장애인 배우들뿐만 아니라 주변 장애인들을 대할 때 흠칫 놀라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한다. 그러나 트로이 코처, 이소별, 정은혜 배우와 장애를 넘어 희망을 그리고 있는 경남 유일하게 활동 중인 장애인 연극단 `햇빛촌`이 길을 멋지게 열어주었다.

"다운증후군 처음 보는데 놀랄 수 있죠. 그런 장애가 있는 사람을 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교, 집 어디서 배운 적 없어요." 이 말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김우빈이 극에서 영희 즉 실제 다운증후군을 겪고 잇는 배우 정은혜를 보며 말한 대사이다.

이처럼 아직 시민들은 장애인을 마주칠 때 낡은 인식이 남아있지만, 학교와 집에서 매체에서도 그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그들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아닌 장애인들이 사회 속에서 더 다양하고 많은 자리에 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인식을 전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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