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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혁신은 국민 이해 노력에서 시작된다
규제혁신은 국민 이해 노력에서 시작된다
  • 경남매일
  • 승인 2022.06.15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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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  경남동부보훈지청 보훈과
김봉석 경남동부보훈지청 보훈과

나에게는 이제 갓 두 돌 지난 쌍둥이 딸이 있다. 아침마다 어린이집을 보내기 위해서 집안에서는 전쟁이 난다. 그중 가장 큰 전투(?)는 옷 입히기이다. 아직 일교차가 심한 날이라 생각한 나는 딸들을 보호코자 아침에 두터운 옷을 입히려 하고 이제 취향이란 것이 생긴 딸들은 본인 취향에 맞는 날씨에 맞지 않는 옷을 입겠다며 맞선다. 물론 어린이집을 향하는 유모차에는 내가 원하는 옷을 입은 불만을 울음으로 표현하는 딸들이 타고 있다.

나는 딸들을 보호코자 하는 건데 왜 딸들은 울음으로 대답할까? 아마도 이것이 우리가 규제혁신을 외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만든 규제의 목적은 국민의 보호일 것이다. 국민에게 피해를 일으킬 문제들을 구제를 통해서 사전에 막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중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 규제들을 직접 체험하는 국민은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점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완화하는 것도 몹시 어렵다. 어떤 것이 국민을 보호하는 규제이고, 어떤 것이 국민을 울게 만드는 규제인지를 구별하는 과정은 특히 많은 이해관계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상황들을 모두 고려해야만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결정 과정에서 정부와 국민, 국민과 국민의 많은 갈등이 야기되며, 그 결과에는 우리 딸들의 울음과 같은 결과들이 있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규제혁신은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규제혁신을 실천해야 할까? 그 답은 "국민에 대한 이해"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멀리고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듯이, 규제는 멀리서 보면 어렵지만 가까이서 보면 쉬울 수 있다. 국민과의 거리를 최소화하면 국민을 이해하기 더 쉬워지고, 그 어려운 규제혁신에 대한 방향도 잘 보이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크게 생각지 않더라도 행정공무원으로서 내가 가진 선입견이 민원인과의 거리로 이어지고, 이는 혁신해야 할 규제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막는 구름과 같은 존재일 수 있다. 그 구름을 걷고 민원인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민원인을 웃게 할 규제혁신을 실천해야 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날 어린이집에서 외부 활동 중 내가 입힌 두터운 옷이 아이들의 활동을 제약했고 결국 넘어져 무릎을 다치고 말았다. 내가 생각한 날씨보다 더 따뜻했고, 내가 생각한 딸들보다 더 잘 뛰어다닌 것이다. 내일은 얇은 옷에 얇은 외투를 입혀야겠다. 물론 딸들의 취향도 존중해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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