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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개발 땐 땅 가치 회복에 관심 가져야
택지개발 땐 땅 가치 회복에 관심 가져야
  • 경남매일
  • 승인 2022.06.1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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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경암교육문화재단이 한 권의 책을 출판했다. `무너진 풍경`이라는 제목을 단 이 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택지개발에 따른 환경 파괴 등의 얘기를 담았다. 이 때문에 책 표지에는 LH의 땅따먹기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담겨 있다. 이 책은 경암교육재단이 사회공헌사업으로 오랫동안 추진해오고 있는 `경암 숲` 조성사업이 LH의 대규모 택지개발로 일부 토지가 수용되면서 겪고 있는 자연환경 훼손, 좌절과 무산 등 어려움을 담고 있다. `견제없는 폭력`이라는 한 문장으로 이 책이 고발하고자 하는 내용을 요약했다. 그 폭력은 주먹이 아니고 제도를 통해 행사된다는 점에서 규모가 크고 일방적이라고 주장한다. 제도로 위임받은 폭력이지만 막상 견제 장치도 없다는 점에서 큰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폭력의 피해자는 `숲`임을 강조한다. 억겁을 버텨온 자연이 무책임한 계획과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제도의 방치에 따라 `숲`은 파헤쳐져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한다.

저자인 진애언은 경암교육문화재단 이사장이다. 300억 원 규모의 기부금 분쟁의 피해로 세간에 이름이 알려진 그 재단이다. 경암교육문화재단은 부산대학교에 305억 원 규모의 부산대 제2캠퍼스인 양산캠퍼스 조성 등 대학발전 기부금을 약정했다. 그러나 기금이 당시 연임을 목적으로 한 총장에 의해 교수 연구비로 전용되거나 업무추진비로 사용되자 재단은 기부금 목적과 달라진 기부금 집행을 거부하면서 소송 등 분쟁이 벌어졌다. 지난 2005년 설립된 경암교육문화재단은 지금은 부산시로 편입된 옛 양산군 철마면 출신 사업가인 경암 송금조 이사장이 후학을 위해 설립한 재단이다. 경암상을 제정해 매년 최고의 학자들을 지원하는 재단이다. 송금조 이사장은 열일곱의 나이에 초등학교를 간신이 나와 오직 성실과 근면으로 기업을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송 이사장은 2020년 7월 타계했다. 진 이사장은 송 전 이사장의 부인으로 남편과 함께 경암교육문화재단을 운영하면서 지난날 수십 년간 목격하고 겪어온 사연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내놓았다.

이야기의 시작은 토지 수용권으로 시작된다. LH는 당시 양산시 사송리 일대에 사송미니신도시 조성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경암교육문화재단 소유의 1만 평이 넘는 `경암 숲`을 LH는 지속적인 사업변경 등을 통해 결국 5000평 정도의 추가 수용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한다. 추가 수용은 경암교육문화재단과 LH와의 첨예한 갈등을 빚게 된다. 사유지를 수용해 계곡과 산지를 다 깎고 절개해서 짧은 연결도로 하나를 내겠다는 계획에 재단은 경악했다고 한다. 지표면의 자연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터널을 이용하는 대안이 있었지만 LH는 공사비를 내세우고 자연의 가치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재단은 택지 개발로 멸종위기종이자 세계 유일종인 양산 사송 고리도룡뇽의 서식지 파괴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재단은 `경암 숲`을 `경암 생태원`으로 조성해 양산시민 휴식 공간으로 제공하고자 한다. 사송택지는 이제 거대한 아파트 단지로 조성됐다. 자연이 사라지고 들어선 아파트에는 사람이 입주했다. 이제 입주민은 자연 휴식 공간이 필요하다, 이제 더 이상이 개발이라는 명분과 개발 이익을 좇기 보다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토지ㆍ택지개발 지혜에 관심을 배가해야 할 때다. 책 `무너진 풍경`을 통해 LH는 원래 땅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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