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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뇨(El Nino)와 세계경제
엘리뇨(El Nino)와 세계경제
  • 경남매일
  • 승인 2022.06.09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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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풍 세기로 엘니뇨ㆍ라니냐 발생
라니냐 발생 시 서태평양 웜플 현상
엘니뇨 발생 시 멸치 수확량 4% 격감
세계 물가 상승, 애그플레이션 발생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기후변화나 이상기후 관련된 뉴스에 가끔 회자되던 것이 엘니뇨(El Nino)와 라니냐(La Nina)이다. 이 둘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상대적인 현상인데, 발생 원인은 신기하게도 무역풍의 세기라고 한다. 그 전에 이 현상에 대한 배경지식으로 훔볼트 해류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훔볼트 해류(Humboldt Current)는 태평양의 남위 40° 심해에서 발생하여 남미대륙의 태평양 연안을 따라 북상하는 매우 차가운(4℃) 한류(cold current)다. 이 한류는 남미의 해안을 따라 북상하다가 남위 4° 부근에서 적도반류(Cromwell current)와 합세하여 다시 서쪽으로 흘러간다. 

항상 일정하게 부는 무역풍의 영향으로 페루인근 동태평양 지역의 바닷물은 계속 서쪽으로 밀려가고 그 공간을 채우기 위해 아래층의 훔볼트 해류가 위로 올라오는데, 이를 용승해류(湧昇海流, upwelling current)라고 한다. 용승해류는 바다 밑에 퇴적되어 있던 인과 질소 등 영양염류를 풍부하게 함유해 플랑크톤이 잘 자라고, 이를 먹이로 하는 엄청나게 많은 멸치들이 모인다. 

적도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약화되면 난류가 정체되고 엘니뇨(El Nino)가 발생한다. 난류 때문에 훔볼트 해류의 용승이 방해받으면 동태평양의 수온과 해수면이 올라간다. 반대로 라니냐(La Nina)는 무역풍이 강하게 불어 적도해류를 서태평양으로 밀어낼 때 발생하는데, 훔볼트 해류의 용승이 쉽게 일어나 해수 온도가 낮아지고 평균해수면도 내려간다. 

라니냐(La Nina)가 발생하면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낮아지고, 반작용으로 인도네시아와 같은 서태평양 지역의 해수면은 온도가 높아 심지어 웜풀(warm pool)이라고도 불린다. 서태평양 지역은 해수면 온도가 높아서 증발량도 많고 상승기류가 강해서 비가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남미 동태평양 지역은 해수면 온도가 낮아서 하강기류가 형성되어 상대적으로 강수량이 적어진다. 

엘니뇨 같은 기상이변은 태평양의 바닷물만 휘젓는 게 아니라 세계 경제를 뒤흔든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스타벅스 주식값이 급등하고 타이어 가격이 오르고 곡물 가격은 천정부지로 뛴다는 말이 있는데, 거의 사실이다. 지난 1992년 발생했던 엘니뇨는 세계적 어장인 페루앞 바다의 연간 멸치 수확량을 1200만t에서 4% 수준인 50만t으로 격감시켰다. 

멸치는 페루 어업 매출의 90%에 해당하는 어종이다. 해수 온도 19℃ 이하에서만 서식하며 페루 중부와 북부 바다가 주요 어장인데, 이 멸치 때문에 페루는 세계 6위의 수산대국이 되었다. 어분(생선가루)은 그 멸치를 주원료로 하며 페루 수산물 수출의 약 70%에 달한다. 페루 어분 생산량은 전 세계의 30% 정도인데 우리나라도 배합사료의 원료로 수입하고 있다. 

농업의 경우 작물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온 변화폭이 작아야 한다. 엘니뇨현상은 항상 기온 상승을 동반하기 때문에 이는 식물의 생리주기를 변화시켜 개화와 수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기온이 상승하면 해충과 곤충의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작물에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이다. 기온이 3~4℃ 정도만 상승해도 망고꽃은 개화하지 못한다. 

강한 엘니뇨나 라니냐가 발생하면 세계 농산물의 절반을 생산하는 남미와 미국에 가뭄과 산불이 발생해 곡물의 생산량이 줄어들고, 이어서 농산물 가격 급등 등이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발생한다. 커피나 코코아도 생산량이 줄어들고 동남아시아는 가뭄으로 천연고무 생산량이 줄어든다. 전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과 폭등으로 요동친다. 엘리뇨와 라니냐는 전 세계의 동네북이다. 이곳저곳을 시끄럽게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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