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두지 말고 흩치자
모아두지 말고 흩치자
  • 경남매일
  • 승인 2022.06.0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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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가락시종친회 사무국장
김병기 가락시종친회 사무국장

"돈을 모아두면 똥이 되고, 흩어버리면 거름이 된다." 일갈하는 진주 남성당한약방 김장하 선생님의 향기가 아직도 촉촉한 가운데, 내 사는 곳에서도 남이 알아주든 말든 조용히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이 있기에 오늘따라 발걸음이 가볍다. 자전거를 타고 나선 출근길에 맨 먼저 수줍은 기색의 젊은 아낙네가 교통안전 깃발을 들고 다소곳이 사거리 횡단보도 한쪽에 서 있다. 미안한 마음에 인사를 건네니 처음엔 어색해하더니, 지금은 자전거만 봐도 먼저 고개를 숙인다.

평생을 일군 한약방을 닫으며 지역사회와 후학들을 위해 아낌없이 남은 재산을 기부한 평범한 사람들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을 한 사람이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누가 시키지 아니해도 어린이 통학길에 교통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기에 좋은데, 이웃의 아픔을 알고서는 모른 척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귀중한 한 생명을 살린 미담에 그저 흐뭇하다. "똥은 모아두면 악취가 나지만, 똥을 흩어 땅에 뿌리면 거름 되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지론을 우린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에 있어서는 딴 판이다. 돈이 똥이라는 발상도 기발하지만, 세상살이 마음대로 되지 않음을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극락과 지옥도 한순간이라는 숙연한 가르침에 감사하다.

진갑을 넘은 나이에도 아파트 단지가 많은 곳 통장을 기꺼이 맡아 지역 주민의 애환을 살피던 중에, 아파트 관리소장으로부터 관리비 체납자에다 밥도 먹지 않고 술만 먹어 자식들마저 외면하고 홀로 사는 남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이를 내외동장에 전했고 예사롭게 듣지 않은 동장이 직접 아파트를 찾으니, 아파트는 각종 생활 쓰레기 더미의 악취에다 대상자는 거동이 불편한 상태로 그대로 두면 아니 될 정도임을 알게 됐다. 급히 내외동 복지예산으로 중앙병원에 의뢰하여 다리 수술을 받도록 해주고 10년 동안 방치된 아파트 생활 쓰레기를 말끔히 치워주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긴급 지정하여 알코올 전문 치료 센터에 치료받도록 한 것이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 준 동장님과 관계 공무원들이 있기에 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입니다.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하지 못한다."하는데, 생활 쓰레기로 범벅이 되든지 말든지 나와는 상관이 없고 알코올 중독자로 자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어쩌란 말인가 할 법도 한데도, 악취 나는 아파트를 청소하고 도움을 마다하는 대상자를 설득한 동장님에게 만나면 시원한 물 한잔을 대접하리라.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출세 지향적으로 나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다 보니 정상에는 올라왔는데, 주위에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고 이웃도 없고 홀로다. 그때야 친구도 찾고 이웃도 찾고 가족도 찾지만, 예전과 같지 않은 서먹함에 냉기마저 든다. 있을 때 잘해야지 하면서도 실천이 어렵다. 온 나라를 들썩인 지방선거도 끝났다. 당선한 분에게는 축하를, 낙선한 분에게는 위로와 함께 격려도 전한다. 끝남이 아니고 다시 시작임을 알고 모아두지 말고 흩치고 뿌리자. 그리하여 훗날 살만한 세상에 살았음에 감사하고 세상을 떠날 때 웃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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