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9:03 (화)
나라 밖을 내다보자 ⑨
나라 밖을 내다보자 ⑨
  • 경남매일
  • 승인 2022.06.06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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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1859년엔 브라운은 더 큰 일을 저지른다. 자기를 따르는 백인 13명과 흑인 5명을 데리고 버지니아 주의 하퍼스페리에 쳐들어가 연방정부 병기고를 점령하였다. 근처 흑인들이 호응하면 부대를 편성해서 남부로 진격한다는 거창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마침내 연방군이 출동해 반란자들을 소탕하고 브라운을 생포하였다. 이때 브라운을 진압한 지휘관이 훗날 남군 사령관이 된 로버트 리 대령이다. 브라운은 교수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이런 말을 하였다.

이 법정은 신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신의 가르침에 따라 부당하게 권리를 유린당하고 있는 흑인을 위해 서슴지 않고 내 생명을 바치고, 내 아들들의 피를 흘리게 할 것이다. 이제 남부 사람들은 자기들의 세계가 북부와는 분명히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엔 노예제도에 대한 비난이 일종의 위선으로 비쳤다. 북부 언론이나 노예 폐지론자들이 폭로한 노예 생활은 사실과는 너무나 다르고 과장되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북부에서는 남부에 대한 폭력 행위가 고무되고 미화까지 되는 상황을 보고, 언젠가는 흑인 폭동을 유발하여 백인이 대량 학살당하는 공포감마저 느끼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의 운명과 진로를 깊이 생각할 때가 왔다고 믿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도움받을 곳이 없어 보였다. 상원은 머지않아 북부가 남부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가질 것이고, 대법원은 역대 대통령의 임명직이라 북부에 유리하게 구성되어 있다. 누가 우리를 도와줄 것인가?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노예제도를 지지하는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이다. 다음 선거는 남부의 운명이 달린 중대한 선거가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 청천벽력이냐! 링컨이 16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창당한 지도 얼마 안 된 공화당이 승리하고, 게다가 무명의 시골 변호사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공화당은 창당 때부터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것을 당 강령으로 채택한 당에다 링컨 같은 연방주의자가 당선되었으니 남부는 모든 희망이 무너졌다.

남부인들은 실망을 넘어 절망하고, 절망은 분노로 일변하였다. 거리의 사람들은 `링컨에 반대하는 것은 곧 하나님에게 순종하는 것이다`라고 곳곳에서 떠들었다. 남부에서는 링컨의 화형식이 하루가 멀게 거리마다 집행되었다. 리치먼드의 유력지 `휘그`는 선거 결과에 대해 이런 논평을 실었다.

링컨의 당선이야말로 이 땅 위에서 저질러진 죄악 가운데 가장 큰 죄악이다.

그러나 죄악은 이미 저질러졌다. 미국 국민이 유일하게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은 돛대를 내리고 항해를 단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큰 폭풍에 대비하는 길뿐이다.

드디어 파국은 시작되었다. 1860년 12월, 사우스캐롤라이나가 연방을 탈퇴하였다. 연이어 텍사스, 조지아, 앨라배마 등 6개 주가 그 뒤를 이었다. 다음 해(1861년 2월)엔 남부연합이 결성되고 제퍼슨 데이비스가 대통령으로 추대되었다.

1861년 4월 12일 새벽, 정적을 깨는 포성이 울렸다. 찰스턴 항구의 남부군 요새에서 북군이 점령하고 있는 섬터 요새를 향해 쏜 박격포 소리였다. 마침내 4년 동안 형제끼리 싸우는 처참한 남북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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