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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과 형벌 간 비례의 원칙에 관하여
책임과 형벌 간 비례의 원칙에 관하여
  • 경남매일
  • 승인 2022.06.02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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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의 법률산책
김주복의 법률산책

최근 헌법재판소가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 거부를 반복(2회 이상)한 사람을 가중처벌 하는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했다(2021헌가30 등, 재판관 7대 2의 의견). 

즉,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또는 음주측정 거부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을 한 경우와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측정 거부를 한 경우를 가중처벌 하는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이른바 `윤창호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의 요지는, ①가중요건이 되는 과거의 위반 행위와 처벌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 행위 또는 음주측정거부 행위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고 있고, 또 ②과거 위반 전력의 시기 및 내용이나 음주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또는 음주측정 거부 당시의 음주 의심 정도와 발생한 위험 등이 비추어 비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음주운전 또는 음주측정 거부 행위까지도 일률적으로 가중처벌 한다는 점에서, 형벌 본래의 기능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여 과도한 법정형을 정한 것이므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이번 위헌 결정에 앞서 헌법재판소는, 2021년 11월에도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해당 규정 위반 행위를 한 경우를 가중처벌 하는 (구)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에 대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한 바 있다(2019헌바446 등).

헌법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천명한다(37조 2항). 이 조항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헌법에 합치하려면 ①목적의 정당성, ②수단의 적합성, ③침해의 최소성, ④법익의 균형성 등 4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만 한다는 과잉금지(過剩禁止)의 원칙 또는 비례의 원칙이 도출된다. 

목적의 정당성이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그 목적이 헌법과 법률의 체계 내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방법의 적정성이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할 때에 법률에 규정된 기본권 제한의 방법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려는 방법으로써 효과적이고 적절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며, 최소 침해성이란, 입법자가 선택한 기본권 제한 조치가 입법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적정한 것이라 하더라도 보다 완화된 수단이나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그 제한을 필요한 최소의 것이 되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고, 법익의 균형성이란, 기본권의 제한이 위 3가지의 원칙에 적합한 경우에도 기본권이 달성하려고 의도하는 공익과 그 제한에 의하여 제한 또는 침해되는 사익 간에 합리적인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위헌결정은 해당 법률이 헌법상 비례의 원칙 4가지 요건 중, ①목적의 정당성, ②수단의 적합성은 충족했을지 모르지만, ③침해의 최소성, ④법익의 균형성은 충족하지 못하여, 비례원칙이 위반함으로써 위헌이라는 취지다.

이처럼 근본적 해결책을 고민하지 않고 엄벌을 촉구하는 여론에 편승해 성급하게 법정 형량만 높이는 방식의 입법 사례가 다수 있다. 예컨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보다는 기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최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데 방점을 둔 중대재해처벌법, 5ㆍ18 민주화운동을 비방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5ㆍ18역사왜곡처벌법`, 대북전단을 살포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등이다. 인기영합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입법이다.

이는 선진국의 법률체계에는 어울리지 않는 후진적 입법으로서 마땅히 지양돼야 한다.

음주운전 범죄의 예방과 교화를 위해서 형벌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형벌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먼저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하거나, 시동방지장치를 차량에 부착하는 등의 대안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형벌은 책임이 비례하여야 한다. 죄질이 가벼운 재범마저 일률적으로 가중처벌 하는 것은 형벌의 본래 기능에 필요한 정도를 벗어나게 된다. 형벌이 엄할수록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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