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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밖을 내다보자 ⑧
나라 밖을 내다보자 ⑧
  • 경남매일
  • 승인 2022.05.31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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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1852년 한 여성 작가의 소설이 세상을 뒤흔든다. 신시내티에 사는 스토우 부인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란 작품이다. 흑인 노예들이 가축처럼 팔려나가는 비인도적 광경을 수시로 보았고, 목사 아버지의 영향으로 신앙심이 강했던 부인은 작품을 통해 비참한 노예 생활과 비그리스도적인 죄악을 고발하기로 마음먹고 작품을 썼다.

소설이 발간되자 책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한 해 동안 150만 부나 팔렸다. 그뿐만 아니라 무려 23개 국어로 번역되어 부인은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인기를 얻으면서 노예제도 반대 여론을 더욱 거세게 불러일으켰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도 이 책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소설이 국내외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남부 사람들은 어이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노예해방론자의 지나친 모욕으로 울분이 쌓일 대로 쌓였는데, 소설에서조차 자기들이 악인으로 널리 호도되고, 외국에까지 자기들이 비인도적인 사람으로 퍼져나가는 데는 참을 수가 없었다. 바로 이런 민감한 시기에 또 정치적 문제가 터진다. 일리노이주 출신의 상원의원 더글러스가 발의한 것으로, 그것은 캔자스ㆍ네브래스카 지역을 준주로 승격시키자는 안이다. 그리고 자유주냐 노예주냐의 결정은 주민들 스스로가 결정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 안이 승인되자 흥분한 남부인들이 캔자스로 몰려들었다. 투표에서 이기려면 머릿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앨라배마의 한 농장주는 노예를 팔아 백인 300명을 무장시켜 캔자스로 파견하였다.

북부도 이걸 좌시할 수 없지 않은가. 코네티컷의 한 교회에서는 캔자스의 북부인들에게 무기를 보내기 위해 공공연히 기부금을 거뒀다. 

또 브루클린의 비처라는 목사는 교단에서 "노예주들에게 설득력이 있는 것은 성서가 아니라 소총이다."라고 역설하였다. 그곳 사람들은 한때 소총을 가리켜 `비쳐 목사의 성경`이라고 불렀다.

캔자스의 농민들은 총을 메고 밭을 갈았다. 적이 따로 없었다. 남과 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걸핏하면 서로 죽이고 죽는 사태가 마구 일어났다. 그러자 로런스 시에서는 노예 지지자들이 노예 반대자들을 공격해 불을 지르고 200여 명을 죽였다.

소위 `피 흘리는 캔자스`가 시작된 것이다. 이때 유명한 존 브라운이란 사람이 등장한다. 노예를 해방하는 것이 자기의 사명이요, 이 세상을 사는 목적이라는 확신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캔자스 유혈 사태가 벌어지자 때라도 만난 듯 자기 아들 다섯을 데리고 캔자스로 들어가 노예 소유주들을 보는 대로 무자비하게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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