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4:23 (토)
나라 밖을 내다보자 ⑦
나라 밖을 내다보자 ⑦
  • 경남매일
  • 승인 2022.05.24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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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열정 얘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또 미국이란 이 신생국가는 활기가 넘쳐나 기회만 있으면 국토를 넓혀 나갔다. 제3대 대통령 제퍼슨과 11대 포크는 국토 확장에 열을 올려 국토를 4~5배로 늘렸다. 제퍼슨은 1803년, 미시시피강 유역의 루이지애나 지역 220만㎢를 단돈 1500만 달러로 매입했다. 포크 대통령은 멕시코와 전쟁 끝에 리오그란데강 이북의 멕시코와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160만㎢를 역시 1500만 달러로 매입했다. 세상 두려울 게 없는 맹렬한 개척자들은 서부로, 서부로 새로운 영토를 개척해 나갔다. 이런 도도한 시세의 흐름은 미국의 동질성 유지를 어렵게 하였을 것이다.

일라이 휘트니란 발명에 소질이 있는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가 예일대를 나와 일거리를 찾아 남부의 조지아주를 여행 중 좋은 일감을 발견한다. 목화 생산에서 제일 걸림돌이 목화씨 제거 작업이란 걸 알았다. 즉 흑인 노예 한 사람이 온종일 일해야 겨우 솜 1파운드를 생산한다. 휘트니는 마침 발명에 관심이 많은 터라 목화씨 제거용 기계를 연구하여 마침내 조면기를 발명하게 된다. 기계는 불과 2마력의 수력으로 하루 2000파운드 목화를 생산하는 놀라운 것이었다. 이렇게 되니까 연간 영국 목화 수출량도 10만 톤에서 160만 톤으로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미국 남부의 경제는 거의 목화에 의존하게 되었다. 문제는 목화재배는 사람 손이 많이 가는 농사라 흑인 노예는 이제 남부경제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한편 북부는 공업 위주라 노예제도는 필요도 없을뿐더러, 웬만한 사람들은 `노예제도란 인간의 죄악 가운데 큰 죄악`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보스턴의 인쇄업자 `게리슨`이라는 과격한 노예제 폐지론자는 `해방자`라는 신문을 통해 과격한 노예해방운동을 펴기 시작했다. 천성이 불같았던 그는 신문의 논조도 과격하고 극단적이었다. 주위에서 논조가 지나치다는 충고에 대해, "내 집에 불이 났는데 온전하게 행동하라는 말이 통하겠는가. 아내가 강간을 당하고 있는 남편에게 점잖게 구출하라는 말이 통하는가. 아기가 불길 속에 갇혔는데 그 엄마에게 서두르지 말라는 충고가 말이 되는가"라고 강변했다. 게리슨의 열열한 노예해방운동은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론의 큰 동조를 얻었다. `해방자`의 선동으로 1820년 터너란 흑인 노예가 버지니아에서 폭동을 일으켜 60여 명의 백인을 살해하는 큰 사건이 발생했다.

이제 남부 사람들은 우울하고, 불쾌하고, 또 분노로 떨었다. 그들은 자기 나름대로 명예와 전통을 지키며 사람다운 생활을 지켜왔다고 믿어 왔다. 그런데 자신들이 믿는 가치와 미덕을 지키기 위해 꼭 있어야 할 자기들의 생활 수단이 이렇게도 국론을 분열시키고 피를 흘려야만 되는 사태를 보면서 울분에 떨었다.

이 무렵, 노예를 필요로 하는 남부는 버지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앨라배마 등 15개 주였고, 당연히 이들 주는 노예제도를 합법화하고 있었다. 반면 북부의 15개 주는 노예제도를 금지 내지는 폐지한 주였다. 결국 시대의 흐름은 미국을 노예제를 금지하는 자유주와 이를 합법화한 노예주로 갈라놓는다.

1848년 캘리포니아의 새크라멘토에서 큰 사건이 일어난다. 그곳을 흐르는 강에서 사금이 발견되면서 그 일대 계곡이 세계적 금광지대라는 소문이 돌았다. 즉 앞으로 50년간 20억 달러 넘는 금이 나온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바로 유명한 Gold Rush가 시작된 것이다. 그로 인해 1849년 한 해 캘리포니아 인구는 6000명에서 85000명으로 불어났다. 몇 년 사이에 조그만 어촌이던 샌프란시스코는 인구 20만의 대도시로 발전하였다.

1849년 의회가 개회되자 인구가 증가한 캘리포니아의 주 승격 문제가 논의되었다. 또한 자유주냐 노예주냐의 문제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1832년 휘그당 대통령 후보였던 당대 거물 정치인 클레이의 타협안 통과로 자유주로 결정이 났다. 그렇지 않아도 심기가 불편한 터에 중앙 정치 무대에서조차 밀리기 시작하자 남부인들의 불만은 점차 고조되어 갔다. 남부 조지아주의 한 상원의원은 "우리가 함께 피 흘려 정복한 캘리포니아에서 우리를 몰아내려고 한다면 연방을 탈퇴하고 말겠다"고 공언하였다. 이제 상원에서도 연방 탈퇴를 공공연하게 떠드는 분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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