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8:28 (금)
형사판결 선고의 절차에 관한 단상
형사판결 선고의 절차에 관한 단상
  • 김주복
  • 승인 2022.05.18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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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의 법률산책
김주복 변호사
김주복 변호사

형사소송법과 규칙에는, 재판장이 판결을 선고하는 절차에 관하여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즉, 주문(유죄, 무죄, 기타)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하여야 하며(법 제43조), 상소기간 및 상소할 법원을 고지하여야 하고(법 제324조), 필요한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적절한 훈계를 할 수 있으며(규칙 제147조 제2항), 피고인은 선고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법정에 재정하여야 하고, 재판장의 허가 없이 퇴정할 수 없고(법 제281조 제1항), 재판장은 피고인의 퇴정을 제지하거나 법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법 제281조 제2항).

이러한 형사소송법과 규칙의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판결의 선고절차는, 주문 낭독, 이유의 요지 고지, 상소기간 등의 고지가 끝난 후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퇴정을 허가하여 피고인이 법정 밖으로 나간 시점에 최종적으로 종료되는 것이고, 판결의 선고절차가 최종적으로 끝나기 전인 경우에는 그사이에 `새로운 사정`이 발생하였다면, 재판장은 새로이 발생한 사정을 참작하여 비록 선고한 판결이라도 그 내용을 수정 또는 변경하여 다시 판결을 선고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해석된다.

그런데, 판결의 어느 범위까지 수정 또는 변경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명확한 판단기준이 없었다가, 최근에 대법원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본다. 피고인 A씨의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장은 선고기일 법정에서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는 주문을 낭독한 뒤 상소기간 등에 관한 고지를 하고 있었는데, 피고인이 갑자기 "재판이 개판이야, 재판이 뭐 이따위야"라고 욕설을 하면서 난동을 부렸고, 교도관들이 피고인을 제압해 법정 밖으로 끌고 나가 구치감으로 이동시켰다. 이 과정에서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돌아올 것을 명하였으나, 교도관들은 피고인을 제압하는 데에 치중한 나머지 듣지를 못했다. 곧 재판장의 명령에 따라 피고인이 다시 법정으로 나오게 되었는데, 1심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선고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고 선고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기까지 이 법정에서 나타난 사정 등을 종합하여 선고형을 정정한다"는 취지로 말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즉, 판결선고가 종료되기 전에 피고인이 욕설을 하고 난동을 부린 점에 대해 형법 제51조에서 규정하는 `범행 후의 정황`을 양형 사유로 삼아 양형에 참작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피고인은 1심 선고절차가 위법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선고를 위한 공판기일이 종료될 때까지는 판결 선고가 끝난 것이 아니고, 그때까지 발생한 모든 사정을 참작해 일단 선고한 판결의 내용을 변경해 다시 선고하는 것도 유효ㆍ적법한바, 1심 재판장이 변경 선고를 할 당시 피고인에 대한 선고절차가 아직 종료되지 않았으므로, 1심의 변경 선고는 적법하다"는 취지로 1심 선고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피해자에 대한 관계 등 양형 조건이 되는 모든 사유를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원심의 양형이 너무 과하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2017도3884)의 판단은 달랐다. 판결의 요지를 정리하면 이렇다.

① 판결 선고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절차로서 재판장이 판결의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한 다음 피고인에게 상소기간 등을 고지하고, 필요한 경우 훈계, 보호관찰 등 관련 서면의 교부까지 마치는 등 선고절차를 마쳤을 때에 비로소 종료된다. 따라서, 재판장이 주문을 낭독한 이후라도 선고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일단 낭독한 주문의 내용을 정정해 다시 선고할 수는 있다는 것이 원칙이다. ②그러나, 선고절차가 종료되기 전이라고 해서 변경 선고가 무제한 허용될 수는 없다. 재판장이 일단 주문을 낭독해 선고 내용이 외부적으로 표시된 이후에는 재판서에 기재된 주문과 이유를 잘못 낭독ㆍ설명하는 등 실수가 있거나, 판결 내용에 잘못이 있음이 발견된 경우와 같이 변경 선고가 정당하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변경 선고가 허용된다.

대법원은 이러한 논지로, "이 사건 변경 선고에는 최초 낭독한 주문 내용에 잘못이 있다거나 재판서에 기재된 주문과 이유를 잘못 낭독하거나 설명하는 등 변경 선고가 정당하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으므로 위법하고, 더구나 위 선고기일에는 피고인의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았고, 피고인은 자신의 행동이 위와 같이 양형에 불리하게 반영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방어권도 행사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여, 사건을 파기환송하였다.

이 대법원판결은 형사 판결 선고의 종료 시점과 변경 선고의 한계와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하급심 재판 운영의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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