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9 23:02 (화)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한 것은 없다
  • 김병기
  • 승인 2022.05.18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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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가락김해시종친회 사무국장
김병기 가락김해시종친회 사무국장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이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 같다. 얼마 전 사랑하는 아내를 잊지 못해서 냉동인간을 만든 남편의 4년 후 선택은? 이라는 기사를 접했다. 지난 2017년 폐암진단으로 약 2년간의 투병 끝에 액체질소 탱크에 잠든 아내로 계획대로라면 잠든 아내는 냉동인간이 된 지 50년이 지난 오는 2067년 잠에서 깨어나게 되는데, 남편 구이쥔민이 10살 연하의 여성을 만나고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겁다. 이에 구이쥔민은 내 아내가 알았다면 축하해주고 새 인연을 만들어 갈 것을 독려했을 것이라며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외로움에 고통받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나도 새벽잠을 잠시 미루고 류현진의 야구 경기를 즐겨 보았는데, 요즘은 흥미를 잃고 손흥민의 축구 득점을 기대하며 밤잠을 설친다.

먹다 시든 마 한 뿌리를 그냥 버리기는 아깝고 해서 혹시나 한 마음에 옥상 텃밭에 심었다. 살아나면 좋고 그렇지 아니하다 해도 마의 좋은 기운이 거름으로도 좋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놀랍게도 마는 죽지 않고 살아나 싱그러운 잎을 선보이더니만 제법 실한 줄기 넝쿨이 됐다. 처음 키워보는 마인지라 호기심이 났지만 2년을 그대로 뒀다가 조심스럽게 파헤쳐 보니 처음에 고구마 줄기 같더니만 실한 감자 모습이었고 계속 파고들어 가니 묵은 고구마 모양의 호박 크기였다. 급히 사진을 찍어 아내에게 보냈다. 아내도 처음 본 크기의 이상한 마를 살핀다. 마는 맞는 것 같은데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고 너무 크다며 호들갑이다. 옥상 텃밭 토양이 마가 적합한가 보다 생각하고 며칠을 지켜보다가 아껴 먹었다.

다음 해 같은 종류의 마를 사서 한 뿌리 다시 심었다. 같이 당뇨에 특효인 여주를 심고 열심히 물을 주며 지켜보았다. 여주는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열매를 맺지 않았는데, 마는 실한 열매가 맺혔다. 처음 크기보다는 작았지만 그래도 먹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아무리 적당한 토양이래도 연작을 하면 아니 됨을 알기에 올해는 마를 심지 않았다. 상치와 방울토마토를 심기위해 고른 텃밭인데 여기저기 새순이 올라와 유심히 살펴보니 마의 새싹이다.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텃밭은 온통 마의 세상이 됐다. 아내는 상추나 방울토마토보다 마가 좋다며 그대로 두라 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영원한 것을 텃밭에 뿌리 내린 마가 보여준다. 끈질긴 생명의 애착이 있기에 지구상에는 다양한 종들이 섞여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살아가나 싶다. 잠시 머물고 갈 세상이라지만 누구나 주위를 살펴 영원 있음을 찾아 나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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