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7:01 (화)
교육감 직선제, 이대로는 안 된다
교육감 직선제, 이대로는 안 된다
  • 박재근 기자
  • 승인 2022.05.15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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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정당 공천 없는데 진보ㆍ보수 후보라니
피선거권 제한이 교육현장 멍들게 해
비정치화가 과잉정치 부메랑 불러와
정당 공천으로 교육현장 바로잡아야
광역단체장의 러닝메이트 또는 임명
교육계는 선거폐지 주장 임명직 원해

선거가 끝나면 결과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헤아려 보완 폐지 등 실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참 재미없는 얘기를 4년 만에 또 하려 한다.

교육감 선거에 대해서다. 그런데 역대 교육감 선거는 선거 결과를 해석하는 것 못지않게 제도 자체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게 하고 있다.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지금 6ㆍ1 선거를 앞두고 교육감 후보들은 죽을둥살둥 모르고 뛰고 있겠지만 대세는 무관심이다. 교육감의 영향력을 감안, 관심을 가져본 유권자들도 공약(公約)을 보고 선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진보ㆍ보수 교육감 후보는 달콤한 공약뿐 차이점이 없다. 정당명(名)과 기호도 없다. 또 투표지에 1번, 2번 등 정당 후보의 특정 번호 유ㆍ불리를 감안해 후보 이름 순서를 다르게 배열하는 것도 `깜깜이 선거`를 부추기고 있다.

교육감 선거의 최대 변수는 무엇일까. 인물 장책 모두가 아니다. 가장 큰 변수는 단일화다, 이념화된 단일화 논쟁이 유일한 변수라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특히 교육감은 지청 부속기관 교원 등 인사 예산권이 광역자치단체장을 넘어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정치적 중립을 위해 막아놨지만 외부영향을 받지 않고 고인 물이 썩어버린 가장 저질적인 망국 선거란 말이 나온다. 교육적이지도 가장 민주적이지도 못한 선거에 탈정치가 되레 썩은 내 풀풀 나게 만든 결과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진보 후보, 보수 후보냐가 최대 공약이다. 단체장과 교육감 선거는 같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치러졌지만 `정당공천제` 유무라는 제도적 차이가 존재한다. 광역단체장 선거는 정당공천이라는 1차 검증 과정을 거친 특정 정당의 후보자를 피선거권자로 등록이 가능하지만, 교육감 선거는 정당공천이 없고 특정 정당과의 정책 공조도 불가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런 `피선거권의 제한`은 교육감 및 교육정책의 비정치화(非政治化)라는 선의(善意)를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정당공천도 않는 선거에 진보ㆍ보수라는 후보를 두고 벌이는 세 대결이 교육에 악영향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 결과인 동시에 교육감의 비정치화라는 목적과는 달리, 반대 결과인 `과잉정치화`란 부메랑이 교육 현장을 좀먹고 있다.

진영과 조직이 만들어낸 단일화 후보가 당선되는 비민주적인데 말로만 정치적 중립일 뿐이지 대 놓고 보수 진보를 외치는 게 현실이지 않은가. 이럴 거면 차라리 러닝메이트 제도처럼 정당개입을 허용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교육정책에 가장 영향력이 큰 대통령과 장관, 시ㆍ도지사, 예산과 조례를 담당하는 광역의원 등 모두가 정당인이 될 수 있는데 교육감만 정당인이어선 안 된다는 논리 그 자체가 엉터리란 말도 나온다. 그러면서 "헌법 31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교육을 정치적 도구로 쓰면 안 된다"는 뜻인데 이를 정당 개입 불가로 해석한 것은 잘못이란 지적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을 비롯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지자체장이 지방 교육까지 책임지며 정당개입을 금하지 않는다.

따라서 선거 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교육감 선거 폐지를 주장하는 한 교사는 "학생ㆍ학부모ㆍ교사 의견 은 반영되지 않고 보수ㆍ진보 둘로 쪼개져 갈등만 증폭하기 때문이다"면서 "특히 검은 유혹에 빠지기 쉬운 구조여서 불법을 저지른다"고 지적했다. 선거를 도운 이들에게 전리품처럼 인사 승진 혜택을 주는 등 불법 비리가 판치고 있다.

A교육감은 후보단일화 대가로 2억 원을 건네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신축학교 시공권을 주는 대가로 4억 원을 받은 교육감, 선거 때 도운 사람을 부정 채용한 혐의 등 교육계가 직선제 도입 후 수사 재판을 받은 교육감만 20명에 달한다. 중앙선관위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지방선거 때 전체 지출액은 교육감(677억 원)이 시도지사(541억 원)보다 많았다는 사실이다. 교육감 직선제의 교훈은 선의적인 의도로 도입된 제도라 해도 결과는 썩은 냄새 풀풀 나는 북새통 현장인 만큼 광역단체장 러닝메이트, 또는 정당공천, 또는 임명 제도로 바꿔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이 문제를 미룰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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