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몫이 된 조용히 살고싶은 바람
우리의 몫이 된 조용히 살고싶은 바람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2.05.1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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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문재인 전 대통령의 귀향은 마을 주민 등 국민의 아름답고 따뜻한 환영 속에서 잘 마무리됐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후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회관 앞에서 평산마을 주민들에게 귀향 신고를 하면서 하북면민, 평산마을 주민이 됐다. 문 전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전 11시께 인터넷으로 전입신고를 해 각각 8083번째, 8084번째 하북면민과 354만 296번째, 354만 297번째 양산시민이 됐다. 마을주민이 마련한 귀향 환영행사장에서 문 전 대통령은 "이제야 제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평산마을 주민들께 전입신고를 드립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2400여 명의 귀향 축하객들은 박수와 환호로 문 전 대통령 내외의 귀향을 축하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제야 무사히 끝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오늘 평산마을에 생긴 해무리 현상은 저를 환영해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제 평산마을 주민들과 함께 농사도 짓고, 막걸리 잔도 한잔 나누고 경로당도 방문하고 그러면서 잘 어울리면서 살아 보겠다", "책도 보고 음악도 들으며 마음만은 훨훨 자유롭게 날겠다"고 말했다. 귀향 환영행사장은 작은 축제장이 됐다. 흥겨운 음악은 없었으나 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손에는 노란, 파란색 풍선과 "대통령님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좋았습니다 `당신의 국민이라서 행복했습니다`라고 적힌 손팻말과 문 전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부채, `이니(문 전 대통령의 애칭)라는 문구가 새겨진 머리띠 등 각종 굿즈가 등장했다. 문 전 대통령 사진으로 만든 우산을 펼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에 앞서 KTX 울산역 광장에서는 마중 나온 국민들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네며 "무사히 돌아왔다"면서 "어제 청와대 밖에서 멋지고 아름다운 퇴임식을 가져다준 국민께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를 했다. 그는 "이제야 해방됐다. (나는)자유인이다"면서 "대통령 재임 중 힘들었지만 국민과 함께해서 감사했다"며 마중 나온 1000여 명의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대통령의 귀향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퇴임 후 나란히 시골 생활을 택한 두 전직 대통령의 귀향길은 닮은 듯 다른 모습이 눈길을 끈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뒤 지난 2008년 2월 25일 오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로 낙향했다. 당시 서울역에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등이 환송연을 했고 봉하마을에서는 주민들이 환영식을 마련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귀향 열차에는 문 전 대통령이 비서실장 자격으로 함께 했다. 그로부터 14년의 세월이 흐른 뒤인 지난 5월 10일 퇴임한 문 전 대통령은 친구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귀향 열차에 올랐다. 퇴임한 두 전직 대통령의 귀향길은 KTX가 이동 수단이었다. 두 전임 대통령의 귀향 열차에는 다수의 정치인과 지인들이 동승 했고 서울역 앞 환송연에서도 많은 지지자 등 국민으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단지 김해 진영역에서 KTX 울산(통도사역)으로 바뀐 것뿐이다.

그러나 퇴임한 노, 문 두 전직 대통령의 귀향길은 닮은 듯 다른 점도 많다. 노 전 대통령은 열차 내에서 기자간담회까지 자처할 정도로 정치적 메시지를 꾸준히 냈으나 문 전 대통령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귀향 열차 간담회에서 차기 정부를 향해 "참여정부와의 차별화보다는 창조적인 정책을 해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봉하마을 사저 앞에 도착해서는 "나는 분명히 자기의 개성을 갖고 대통령이 됐다 노무현식 정치를 했다"며 "앞으로 저 같은 정치인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과에 속하는 정치인이 있다"며 "청중 속에 있던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을 연단으로 불러올려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주민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퇴임한 해 9월에는 토론 사이트 `민주주의 20`을 가동하는 등 적극적인 메시지를 냈다. 반면 문 전 대통령은 "잊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언급을 되풀이해왔다. 퇴임해 고향으로 향한 이날도 차기 정부 등 정치권에 대한 메시지나 정국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내지 않는 등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의 양산 옛 매곡사저와 평산사저는 모두 인적이 드문 시골 마을이다. `잊혀진 사람처럼 조용히 살겠다`는 의지를 가늠하고도 남는다. 문 전 대통령 참모들도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주민들을 만나 메시지를 내거나 혹은 정치적인 사안에 의견을 개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날 귀향 환영행사장의 절제된 분위기가 `마을주민과 조용히 살겠다`는 문 전 대통령의 뜻과 바람을 잘 이해한 것 같아 다행스럽고 반갑다. 이제 문 전 대통령의 바람을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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