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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도 치열한 종자전쟁 중
수산업도 치열한 종자전쟁 중
  • 김제홍
  • 승인 2022.05.05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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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통계를 보니 유례없는 대재앙,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대표적 프랜차이즈 업종인 치킨집은 늘어났다. 팬데믹 속에서도 배달주문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즐겨 먹는 통닭이나 달걀은 100% 수입된 원종계(GPS)에서 나온 것을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 국내시장 점유율 약 80%를 차지하는 산란종계인 하이라인 브라운(Hy-Line Brown), 로만 브라운(Lohmann Brown)은 독일의 EW그룹(Erich Wesjohann Gruppe)에서 수입하고 나머지는 네덜란드의 핸드릭스 제네틱스(Hendrix Genetics)같은 소수의 기업들로부터 받는다. 육용종계도 마찬가지로 로스(Ross), 코브(Cobb)등의 원종계를 EW그룹에서 90% 이상을 수입한다.

세계적으로 2~3개 다국적 육종회사가 전 세계 종계공급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데, AI발생이나 다른 정치ㆍ경제적인 이유로 원종계의 수입이 차단되면 시장에 반영되는 2~3년 내에 국내 양계산업은 완전히 붕괴된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종자 대부분을 다국적기업에 팔아버린 한국은 지난 10년간 해외 국가에 지급한 종자 로열티가 135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즐겨 먹는 청양고추의 소유권은 외국계 회사에 있다. 외환위기 때 청양고추 종자를 개발한 `중앙종묘`는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규모 다국적 종자회사 `몬산토`에 인수되었고, 지난 2018년 몬산토는 다시 독일의 바이엘(Bayer)사로 넘어갔다. 놀랍게도 한국에서 생산되는 팽이버섯 중에서 약 80%, 양배추의 약 85%, 양파 중 80%는 일본종자이다.

혹한의 땅, 북극 노르웨이령 스피츠베르겐(Spitsbergen)섬 지하 깊은 곳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고(Svalbard Global Seed Vault)가 있다. 이 시설은 핵전쟁, 소행성 충돌,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 등 지구적 재앙 후에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식량의 씨앗을 저장하는 곳이다. 여기에 약 200만 개의 식물 씨앗이 저장되어있다.

종자는 식량자원의 핵심이자 식량안보와도 직결되므로,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우수 종자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수산분야에서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의 연어 수출국인 노르웨이는 1960년대부터 40년간의 종자 개량연구에 성공하여 최근에는 한 해에만 100만t(약 9조 원) 규모의 연어를 수출한다. 일본 역시 1970년부터 참다랑어 종자 연구를 시작하여 세계 최초로 완전양식에 성공했고, 100여 개 수산품종의 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또한 `해양생명공학 819 계획`에 따라 잉어, 새우, 전복, 해삼 등 고부가가치 품목 종자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우리정부 역시 지난 2013년부터 `골든 씨드 프로젝트(GSP)` 사업을 추진하며 종자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수부에서는 일반넙치보다 성장 속도가 30%나 빠른 `킹넙치`, 몸 전체가 황금색을 띠는 `황금넙치` 등 우수한 양식품종을 개발했다고는 하나 세계 종자 메이저들의 덩치와 속도에 비교하면 초라하고 더디기만 하다. 우리의 식탁과 식량안보를 지켜 줄 `종자`연구를 위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수산업도 자연에만 의존하던 단순한 1차산업이 아니라 우리 후손들의 생존이 걸린 미래산업이란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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