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2:40 (금)
형사재판서 `유추ㆍ확장해석금지원칙`에 관한 단상
형사재판서 `유추ㆍ확장해석금지원칙`에 관한 단상
  • 김주복
  • 승인 2022.05.0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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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의 법률산책
김주복 변호사
김주복 변호사

형사재판에서 범죄자(피고인)를 처벌할 때, 법률에서 그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어야 하고, 법률로 규정된 형벌에 의해서만 처벌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형법의 지도원리인 `죄형법정주의`이다. 헌법 제12조 제1항 2문에서는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ㆍ구속ㆍ압수ㆍ수색ㆍ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과 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취되지 아니하며…"라고 규정하며,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확인하고 있다. 죄형법정주의가 구체화된 원칙으로는 `유추ㆍ확장해석금지원칙`이 대표적인데, 이는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ㆍ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언론에서 보도된 판결 사례가 있다. 이씨는 2017. 11. 22.경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 원생의 학부모로부터 `담임 보육교사가 아이를 방치한 것 같으니 CCTV 녹화내용을 보여 달라`는 요구를 받게 되자, CCTV 녹화내용을 공개하여 아동방치 사실이 밝혀지면 공공형 어린이집 취소 등의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 CCTV 수리업자에게 의뢰하여 저장장치를 교체하고, 교체되기 전 영상정보가 기록되어 있는 저장장치를 숨기는 방법으로 2017. 11. 26. 이전의 녹화영상정보가 전부 삭제되도록 한 혐의로, 영유아보육법 위반(예비적 죄명: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 기소가 되었다.

영유아보육법 제15조의5 제3항은 `어린이집을 설치ㆍ운영하는 자는 폐쇄회로 텔레비전의 영상정보가 분실ㆍ도난ㆍ유출ㆍ변조 또는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내부 관리계획의 수립, 접속기록 보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ㆍ관리적 및 물리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동법 제54조 3항은 `제15조의5 제3항에 따른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영상정보를 분실ㆍ도난ㆍ유출ㆍ변조 또는 훼손당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 법원(울산지법2018고단1724)은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영유아보육법 벌칙 조항에서 규정한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자`란 폐쇄회로 영상정보에 대한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자를 뜻할 뿐, 영상정보를 삭제ㆍ은닉하는 등 직접 훼손한 자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 해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확장해석금지원칙).

그러나, 2심 법원(울산지법2018노1287)은 이씨는 어린이집 원장인 책임자로서 안전성 확보 의무가 있고, 작위ㆍ부작위 여부에 관계없이 영상 훼손에 대한 책임이 있으므로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훼손당하는 자`의 문언해석과 관련해 주체(주어)를 책임자가 아닌 `영상정보`라고 해석하여 직접 책임자가 훼손한 경우에도 규정이 적용된다고 해석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2019도9044)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2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처벌 대상인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자`란 어린이집을 설치ㆍ운영하는 자로서 영유아보육법 제15조의5 제3항에서 정한 폐쇄회로 영상정보에 대한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자를 뜻한다. 영상정보를 삭제ㆍ은닉 등의 방법으로 직접 훼손하는 행위를 한 자는 이 규정의 처벌 대상이 아니고, 행위자가 어린이집을 설치ㆍ운영하는 자라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폐쇄회로 영상정보를 직접 훼손한 어린이집 설치ㆍ운영자가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자`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영유아보육법 제54조 3항에 따라 처벌되는 자는 안정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위반해 영상정보가 훼손당하는 등으로 결과적으로 원장, 보육교사와 영유아의 사생활을 노출시키지 않을 의무를 위반한 자를 가리키고, 여기에 스스로 영상정보를 훼손한 자까지 포함한다고 보는 것은 규정 체계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씨의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형사책임을 묻지 못하는 것일까? 대법원도 판시한 것처럼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의 고의적 훼손에 대하여 처벌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CCTV 영상의 고의 훼손 행위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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