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7:38 (금)
가야불교 연재를 마치며
가야불교 연재를 마치며
  • 도명 스님
  • 승인 2022.05.02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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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 스님 산사정담 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도명 스님 산사정담 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지난 2020년 11월경 경남매일 신문의 정창훈 대표님을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은하사를 비롯한 지역의 사찰들과 가야불교로 대화 주제가 옮겨갔다. 필자는 그해, 가락국의 첫 왕비 허왕후의 배를 최초로 조망한 망산도와 신혼길의 여러 지점들, 그리고 2박 3일 동안의 신혼일기를 규명한 후였다. 허왕후의 최초 기록인 삼국유사 원문에 의거해 새로운 발견을 세상에 내놓았지만 학계에선 별로 관심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학계의 `허왕후 신화설`은 더욱 견고해지고 그녀가 결혼 때 싣고 왔다는 파사석탑과 가야불교의 역사성도 그들은 인정하기를 주저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가야불교의 몇몇 기록을 오해 또는 더욱 왜곡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러한 답답함을 토로하니 정 대표는 "글을 써주면 실어 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가야불교 왜곡에 대해 반박하는 칼럼을 손글씨로 써서 사찰 종무원에게 타이핑을 부탁해 기고하였다. 머리를 싸매가며 두 번의 기고를 겨우 마쳤는데 정 대표님께서 "스님, 이참에 글을 더 써보시죠"라며 권했다.

참으로 고마운 제안이었으나 나름 난감하였다. 원래 글 쓰는 사람도 아니거니와 컴퓨터로 간단한 검색만 했지 문서 작성은 엄두를 못 내는 컴맹이었기 때문이었다. 혹 글을 쓸 일이 있으면 수기로 적은 글을 직원에게 타이핑을 치게 하는데 서로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그러나 왜곡 속에 묻혀 숨을 헐떡이는 가야불교의 진실을 드러낼 기회를 놓칠 수 없었으므로 매주 칼럼 쓰기에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1년 5개월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가야불교 연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칼럼은 가야불교를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는 계기도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연구한 것을 정리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필자가 가야불교를 연구하면서 얻은 의미 있는 성과 중 하나는 그동안 연구자들 사이에 이견이 존재했던 `허왕후 신혼길`을 <삼국유사> 원문에 가깝게 규명한 것이다. 이러한 연구 내용을 2020년 `제5회 가야불교 학술대회`에서 공개했고, 이듬해 경남도의회에서 주최한 `가야사 정립 학술대회`에서도 발표했다. 가야불교 복원의 길은 아직 멀지만 허왕후 신혼길을 탐색하면서 얻은 경험과 소양을 초석으로 이제 가야불교 규명을 위한 새로운 연구주제를 하나하나 잡아나갈 생각이다.

지난해 가야불교사에 의미 있었던 일 중 하나는 KNN 방송국 진재운 감독님과의 인연으로 시작됐다. 그는 필자가 규명한 신혼길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과학으로 본 허왕옥 3일`을 제작해 작년 말에 방영했다. 공중파 방송사가 허왕후 신혼길만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것은 처음이었다. 오는 12일에는 방송에서 시간 제약으로 다 담지 못했던 장면을 살리고 내용을 보완한 러닝 타임 90분의 다큐멘터리 영화 <허황옥 3일, 잃어버린 2천년의 기억>이 전국에서 개봉한다.

진 감독님과는 사전 단계부터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신혼길의 역사성에 대한 많은 의견을 나누었고, 제작 과정에서도 동행 취재를 하면서 실체 규명을 위해 노력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가야와 가야문화가 지역민을 넘어 국민 모두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영화를 찍는 동안 진 감독님의 철저하고 세밀한 장인 정신에 내심 감탄한 것이 여러 번이었다. 어려운 여정을 함께 해주신 데 대해 지면으로나마 감사드린다.

◇가야불교, 그 끝나지 않은 여정의 시작

가야불교는 나의 인생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현재 유튜브에 `아는 스님` 채널을 개설해 불교 교리와 가야불교를 강의하고, 부산 불교방송 아침 라디오에서 고정코너를 통해 지역민들에게 `가야불교`를 알리고 있다. 가야불교와의 인연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세상을 보다 폭넓게 보고, 불교 이외의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가야불교` 찾기로 시작했던 나의 여정은 이제 그 근원이 되는 `가야사` 전반으로 확장됐고 고대사를 비롯한 우리 역사 바로 세우기로 이어지고 있다. 가야는 찬란했던 역사를 가졌지만 오랫동안 진면목을 드러내지 못했다. 역사학계에서 가야는 여전히 미답의 개척지와 같은 영역이다. 새로운 길을 만드는 과정이 비록 녹록치 않을지라도 가야는 이미 규명된 삼국의 역사보다 더 값진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분야다. 학계에서 더 많은 연구자들이 가야사 연구에 참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동안 가야불교 칼럼에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필자의 졸고가 잃어버린 가야의 한 줄기인 `가야불교`를 찾는 계기가 되고, 올바른 가야 역사 복원에 조그마한 자양분이 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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