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9:23 (수)
자신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자신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2.05.01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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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식 사회부 기자
황원식 사회부 기자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애써 과거의 아픈 기억을 지운다.` 프로이트의 환자들(김서영, 프로네시스)이라는 책에 나온 구절이다. 프로이트(1956~1939)는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정신과 의사이면서 정신분석의 창시자다.

책에서는 정신분석의 핵심은 `인정`이라고 했다. "그때 그랬었어, 그런 일이 있었고, 나는 그렇게 행동했고, 그 사람은 그런 말을 했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을 이해하고, 그 창피하고 부끄러운 느낌들을 견뎌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과거가 다 지난 일이 되고 사소한 것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상처`에 대한 인정 이외에도 내 `욕구`에 대한 인정이 있다. 프로이트 환자 중에 그 유명한 안나는 아버지 병간호를 하다가 갑자기 춤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제 춤출 수 있게 되자 안나는 사지 마비 증세를 보임으로써 스스로를 벌했다. 그리고 또 다른 환자인 엘리자베스는 형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계속 거부하면서 다리 마비 증상이 찾아왔다.

프로이트가 살았던 당시에는 아직 청교도 교리가 남아 있어서 많은 욕구들이 금기시되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무의식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감정까지 통제하려고 하자 신경증 환자가 된 경우가 많았다. 그때는 그냥 `아버지의 병간호가 솔직히 싫었구나`, `형부를 사랑하고 있었구나`하고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증상은 많이 나아졌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욕구에 대한 죄의식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을까. 책에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생각은 없다고 한다. 설령 비윤리적인 욕망이 있더라도, 욕구는 욕구일 뿐이고, 생각은 그저 생각일 뿐, 자신의 그릇된 욕구를 인정하더라도 삶이 위험하지는 않다. 우리에게는 무의식적인 이드(idㆍ본능적 에너지)와 초자아(superegoㆍ도덕과 양심이 자리한 부분)를 매개하고 조절하는 건강한 자아가 있기 때문이다. 정신분석 공부를 하면 `남 탓`을 잘 안 한다고 한다. 이건 무슨 말일까? 프로이트는 우리 사회에 `전치` 혹은 `투사`라고 불리는 방어기제가 만연되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아내를 외도를 의심하는 남자 중에는 사실은 자신의 부정함을 숨기기 위해서 무고한 아내를 비난하고, 그녀의 행동을 확대해 소란을 피우는 경우가 있다. 그 사이에 자신의 무의식적 소원은 안전하게 보호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사실은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는데, 상대방이 나를 미워하고 있다고 착각(투사)하기도 한다. 남을 미워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잘못이고, 속 좁은 행동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런 방어기제의 힘은 강렬해서 나도 내 마음을 눈치채지 못한다. 이런 현상은 도덕적으로 완벽해지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대부분 사람들이 남(혹은 외부) 탓을 하면서 자신의 본심을 숨기고 억압하고 있다. 그런데 정신분석을 하면 자신의 욕구를 제대로 볼 수 있기에 남 탓을 덜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상처나 욕구를 억압하거나 회피하는 과정에서 불안이 생긴다고 한다. 그리고 불안은 정신 질환을 낳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심각하거나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담하고, 편안하게 풀어낼 수 있는 사람에게는 정신적 문제가 없다고 했다. 상처나 욕구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만으로 많은 심리적 증상과 불안을 떨쳐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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