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3:36 (금)
명ㆍ청시대의 역학 ②
명ㆍ청시대의 역학 ②
  • 이 지산
  • 승인 2022.04.27 2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산역설<志山易說> 주역 연구가 이 지산

청대는 박학역(朴學易)이 형성된 시기였다. 청초에 고염무가 <역본음(易本音)>으로 고거역학을 개창하고, 황종희 형제가 <역학상수론>과 <도서변혹>을 저술함으로써 도서학의 위작 사실을 변증하는 학풍을 일으켰다. 이들은 송역의 의리파에 속했지만 주돈이와 소강절의 도서상수학이 허위임을 폭로하고 상수와 의리를 수용했던 주희의 권위마저 뒤흔들었다. 이때 모기령과 호위는 `하도.낙서`는 도사의 연판술에 불과하며, 복희씨. 문왕. 주공. 공자의 옛 설이 아닌 후대에 나온 설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기존역학의 파괴에 주력했다. 이들은 송역에 의탁한 리학 자체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함으로써 박학역이 태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역학사에서 양한시기의 상수역, 위진수당시기의 현학역(의리역), 송대의 리학역처럼 청대는 박학역의 시대였다. 박학역은 한위시대의 역학문헌을 고증하고 정리하는 것이 특징이며, 청초에서 청말까지 흥성했다. 청초의 송역 의리파 학자들이 송역 도서학을 비판함으로써 박학역이 본격 대두하게 되었는데 그 선두 주자는 모기령이었다. 그는 순상. 우번. 간보. 후영 등의 학설과 괘변, 괘종의 법칙까지 새로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서를 변증하여 송역을 공격했다.

청대 박학역의 거대한 물결이 관방역학에 반영된 것은 바로 역대 역학저작을 총정리한 <사고전서총목제요(四庫全書總目提要)>의 평론이었다. 중국 최대규모의 고적정리업적인 <총목제요>는 <사고전서>찬수과정에서 파생된 목록저작이다. 강회제의 칙명으로 기윤, 육석웅 등이 편찬한 <사고전서총목제요>는 200권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다. 경부(經部)의 맨 처음 역류(易類)6권과 역류존목(易類存目) 4권 총 10권이 역에 관한 목록전적으로 여기에 역대역학서에 대한 제요를 간명하게 정리해 실었다. 이 역류와 역류존목은 박학역의 문헌고증에 걸맞아 한역을 높이고 송역을 억누르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의리를 역의 근본으로 보고 상수를 지엽으로 보면서 역학의 유파를 `양파6종`으로 개발한 논법으로 역학발전의 법칙을 근본적으로 잘 파악했다고 할 수 있다. 특정 서적이나 문제에 대해 <사고전서총목제요>가 내린 평론은 말류에서 근원으로 나아가 전문적인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학술을 밝히고 원류를 찾아내는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명ㆍ청시대의 역학은 전체적으로 송역에서 박학역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허에서 실로, 거시적 관점에서 미시적 관점으로 나아가 역학 철리탐구를 문헌적인 연구로 발전시킨 시기로 볼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