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21:46 (수)
문화예술, 이제 동네에서 즐긴다
문화예술, 이제 동네에서 즐긴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2.04.27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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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문화체육부 기자
이정민 문화체육부 기자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는 핵심 방역 수단이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 18일 종료돼 757일, 약 2년 1개월 만에 해제됐다. 코로나19로 시작된 거리두기는 우리의 일상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 돌봄노동의 가치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중 우리가 새로 발견한 것은 집ㆍ일상ㆍ거리ㆍ동네 즉 `동네의 재발견`이다.

사람들은 전국 상황보다 자신이 사는 집, 회사 등 주변의 상황에 대해 집중하기 시작했으며 원거리 이동과 대형 실내 공간 방문보다 동네 가게, 거리 등이 관심사가 됐다. 바야흐로 `슬세권`, `동네 상권`으로 상징되는 로컬 이상의 로컬 `하이퍼로컬`(Hyperlocal, 지역밀착)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이퍼 로컬이란 `아주 좁은 범위의 특정 지역에 맞춘`이라는 의미로 특정 지역, 동네 자체를 경험하고 소비한다는 개념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동네`, 그리고 `이웃 사람`이다. 이른바 사람들은 `슬세권`이라 말하는 슬리퍼를 신고 걸어갈 만큼 가까운 거리의 동네 안에서 중고 거래를 하고 서로의 일상을 나누며 동네를 재발견하고 있다.

이처럼 동네를 기반으로 한 로컬문화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며 동네 예술도 움직임을 보였다. 먼저, 김해 봉황동 골목(봉리단길)에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 `봄스테이 갤러리`가 있다. 이곳은 전시 외에도 인문학 북토크 등을 하며 수도권에서 볼 수 있었던 문화생활을 맛보게 한다. 또한, 창원대 기숙사 후문 앞 붉은 벽돌 건물의 1층에는 대안 공간 로그캠프라는 입식 간판이 시선을 끈다. 코로나19속에서도 꾸준히 청년 작가들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있는 `로그캠프`는 기존 미술관이나 화랑과는 달리 신선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이는데, 지역민들은 멀리 가지 않아도 젊은 작가들의 감각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과거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아 예술인들의 피땀 흘리며 연습한 노력의 성과물을 맛보았다면 코로나 이후 공연장에서 관객들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직접 관객들의 보금자리로 `찾아가는 음악회`가 눈길을 끈다. 진주시립교향악단은 지난 2019년 4월 17일 불의의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유가족과 지역 주민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상처를 입은 주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가좌동 아파트에서 `찾아가는 작은 음악회`로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은 주민들에게 위로의 선율을 전했다.

또한, 양산시는 아파트 단지 내 야외장소에 소규모 무대를 마련해 시민들이 베란다 창을 열고 콘서트를 즐기는 `베란다 미니 콘서트`를 실시, 밀양불교합창단은 밀양의 관광명소인 영남루에서 공연을 진행했다. 예술단체가 아니더라도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에게 힐링을 전하기 위해 각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찾아가는 음악회 및 프리마켓 행사, 전시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 예술인들의 감성을 엿볼 수 있는 전시 및 찾아가는 음악회는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예술의 빈부격차를 조금은 줄일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의 절반 이상이 서울에 몸담고 있다. 지난 2015년 공연예술실태조사에서 보면 공연장 기획 공연 평균 횟수는 비수도권 93.9회, 수도권 134회로 나타났다. 4년이 지난 2019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비수도권 52.6회, 수도권 139.5회로 4년 사이에 크게 하락한 비수도권의 공연 횟수로 시간이 흐를수록 문화예술의 빈부격차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예술의 수명은 점점 짧아질 것이고 수도권과의 빈부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하이퍼로컬은 동네 예술의 길을 열어줬다. 동네 예술의 움직임이 없었다면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문화향유를 가지기 위해 거리ㆍ경제적 부담감을 가지며 수도권의 공연장을 찾아가야 했고, 지역의 문화예술 단체와 시ㆍ군이 펼친 찾아가는 음악회, 전시 등으로 다른 곳도 아닌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더 들어가 지역민들이 안정감을 느끼는 자신의 동네에서 편하게 예술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동네 예술의 참됨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문화예술은 규모가 아닌 존재가 중요하다. `원정 관람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참된 방법이다`, `우리 지역은 문화를 즐길 곳이 없다`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문화는 평범한 일상 속 즐길 때 가장 빛나는 법이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활동하지 못한 예술인들은 먼 곳이 아닌 동네에서 예술 활동을, 문화에 갈증을 느낀 시민들은 동네에서 생기 넘치는 예술을 향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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