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6:06 (화)
호텔 같은 `장사시설` 고정관념 깨야
호텔 같은 `장사시설` 고정관념 깨야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2.04.27 2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지난 2년여 동안 우리 일상을 일시 멈춤을 하게 했던 코로나19 감염병이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일상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답답했던 일상에서 해방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아직 종식되지 않았다. 거리두기 완화는 성급한 정책 결정이라며 감염병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여전히 확진자도,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경험한 것처럼 감염은 무서운 전파력을 가지고 있다. 가급적 마스크를 쓰는 것이 나와 이웃을 지키고 살리는 일이고 배려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우리 인류가 인지하게 된 하나의 사실은 지구 환경에 대한 인식이다. 무분별한 개발에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박쥐 등 인간의 탐욕스러운 식욕이 화두가 됐다. 전염병 창궐은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참사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다. 현대인은 지나친 식욕으로 화를 부르고 있다. 몬도가네식 식욕이 거론됐듯이 지나친 과식은 비만 등 성인병 등 각종 질병을 부르고 있다. 건강을 위해 `복팔분(腹八分)`을 하라는 말이 있다. 밥을 먹을 때에는 배에 음식물을 80%만 채워야 위장이 건강하고 우리 몸이 건강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현대인은 산업화 영향 등으로 경제적 능력과 먹거리가 풍부해지면서 배가 터질 듯 과식을 한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냐?"는 질문으로 과식을 경계하고 있다. 포식 후에는 사냥을 하지 않는 `동물의 왕국`이 새삼 떠오른다.

우리가 코로나19 감염병 시대를 거치면서 감염병이 먹거리, 지구 환경 문제 외에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인륜지대사`인 `관혼상례`에도 어려움을 겪거나 겪고 있다. 결혼과 제사의 경우는 그렇다고 해도 더욱 기를 막히게 하는 것은 가족을 떠나보낸 상주들이 겪는 황망함이다. 상주들이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장례가 늦어지는 경우가 빈발하면서 유가족들은 사람의 도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원정 화장에 나서는 지자체 주민들은 코로나19로 화장수요가 급증하면서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지역민 우선 원칙에 따라 후 순위로 밀려버린 원정 화장 주민은 3일장인 장례를 5, 6일장을 치러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최근 장묘문화의 변화로 화장을 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지역 내에 화장장이 없는 거제시의 경우 2018년 75%였던 화장 비율이 2020년 82%로 증가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에도 거제지역 전체 사망자 1185명 중 906명이 매장 대신 화장을 선택했다. 이 추세라면 2030년에는 화장률이 94%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화장을 선호하고 있다. 화장장이 없는 거제시민들은 고성, 진주, 사천, 창원 등의 화장장이 이용했다.

경남에는 18개 시군 중 절반인 9개 지자체에는 화장시설이 없다. 결국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화장장 건립 요구 민원이 폭증하면서 거제시에 이어 양산시가 화장장 건립에 나서고 있다. 양산시는 최근 13개 읍면동 순회 주민 간담회에서 화장장 건립 민원이 나왔다. 양산시는 17년 만에 종합장사시설 재추진 카드를 꺼냈다. 양산시는 2005년에 2009년까지 종합 장사시설을 포함한 대규모 시립추모공원 조성에 나섰으나 논의 과정에서 주민반발과 시기상조라는 여론에 떠밀려 중단된 바 있다. 지난해 5월 16년 만에 재추진에 나섰으나 `공설 화장시설이 필요하지만 내 집 인근에는 설치를 반대한다`는 여론 수렴 결과가 나와 좌절됐다. 양산시는 공개모집을 통해 종합 장사시설을 추진하고 주민지원기금 설치 등 막대한 재정적 지원 인센티브를 제시하기로 했다. 때마침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예정자들도 화장장 설치를 공약화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쟁점은 시민들의 인식변화다. 장사시설이 혐오시설이 아닌 인륜지대사의 하나, 또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닌 하나라는 인식변화가 요구된다.

10년 전 통도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최고 여성 지도자 모임인 본(本 )포럼에서 제시된 일본의 한 사례가 떠오른다, 이우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커뮤니티 비즈니스, 새로운 꿈을 꾸다`라는 주제 강연에서 일본 오지마을 가메다 종합병원의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인구 3만 명의 소도시인 일본 치바현 가모가와시에 있는 이 병원은 당시 하루 방문외래환자가 3500명인데 이중 75%가 100㎞ 떨어진 동경 등 외지에서 온 환자라고 했다. 당시 발표에서 장례식장은 천국과 가까운 곳인 산 정상부에 있다고 했다. 특히 리츠칼튼 같은 호텔급 병실은 물론 뷰티살롱, 심야술집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입원 가족들이 주말 나들이 겸으로 찾는 휴식여가 공간이 됐다는 설명에 혀를 내 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고정관념을 깬 콘텐츠 마케팅으로 성공을 한 오지마을 종합병원의 성공사례가 종합 장사시설 건립에 참고를 했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