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을 내다보자 ④
나라 밖을 내다보자 ④
  • 박정기
  • 승인 2022.04.2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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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미국의 `도덕성` 하면 웃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공평한 입장에서 미국의 근본정신을 소박하게 얘기하면 자유, 평등, 박애 같은 프랑스 혁명 때의 이상을 구현해 보겠다고 탄생한 국가다. 그 뿌리는 건국 당시 2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1620년 11월 기독교 신앙의 자유를 요구했던 최초 이민자들의 메이플라워 서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끌 때까지의 면면히 흐르는 청교도 정신이나 자유에 대한 열망은 곧 오늘의 미국을 있게 한 기본 정신의 하나다.

사실 복잡한 정치 이념 같은 것은 여기서 따지고 싶지 않다. 그 사회가 도덕적이냐 아니냐는 보통 사람들이 사는 일반 국민의 서민적 정서나 분위기를 보는 게 중요하다. 대다수 국민이 피부로 느끼고 실생활에 영향을 받는 것은 높은 이념이나 정치 철학이 아니다.

물론 공산주의 같은 정치 이념이 사회를 지배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공산주의는 사람을 무시하는 이념이다. 그들이 말하는 도덕은 가짜다. 복잡하게 설명할 것도 없다. 그런 사회 체제는 오래 못 간다. 나는 무인(武人) 출신이라 복잡한 정치이론 비판은 안 하겠다.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중심으로 쉽게 얘기하자. 그 사회가 정의로운가, 아닌가는 복잡한 정치이론을 들먹일 필요가 없다. 핵심은 사회규범이 잘 지켜지느냐, 공무원은 공정한가, 사람들의 정직성은 어떤가, 기회균등은 보장되는가 등이다.

지금은 우리 교포들의 수도 꽤 많아 미국 사회의 민얼굴을 직접 들을 기회가 많다. 미국 생활을 오래 한 친구들 얘길 들어보면 미국은 아직도 매우 건강한 사회다. 일반 대중 사회를 지배하는 도덕 기준은 정직, 기부, 봉사 같은 미덕이다. 특히 부정직하면 백인 사회에선 살아남지 못한다고 하였다.

기회균등도 잘 보장되고 있다. 물론 본인이 잘해야 하는 거지만, 노력과 땀이 정당하게 평가되는 사회니까 근래 이민자나 우리 한인 중에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다.

나와 친한 친구의 얘기다. 그 친구가 워낙 골프광이라 미국 유명 컨트리클럽 회원 가입을 신청했다.

입회 자격이 꽤 까다로운 클럽이라 백인들도 더러 떨어진다는 것. 심사위원 앞에 본인을 앉혀 놓고 이말 저말 묻는데, 자기도 60년대에 월남에 참전했었다니까 "심사 끝!" 하고는 바로 합격시키더라는 것이다. 군인을 알아주는 사회, 노력과 희생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있다는 증거다.

미국 전역의 어느 도시나 학교치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추모하지 않는 곳이 없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동상이나 기념비를 세우고 그들의 공덕을 기린다. 상류 사회의 건강 지표 중의 하나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다. 한국전쟁 때 미국 장성의 아들이 142명이나 참전했고, 그중 죽거나 다친 사람도 36명이나 되었다. 전사자 중엔 한국전쟁 당시 8군 사령관이었던 8군 사령관 밴 플리트(James A. Van Fleet, 1892~1992) 장군의 아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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