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6:08 (금)
지구는 평평하다?
지구는 평평하다?
  • 허성원
  • 승인 2022.04.19 2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성원의 여시아해(如是我解)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마이크 휴스라는 한 리무진 운전사가 얼마 전 사제 로켓을 타고 날아올랐다가 추락하여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그는 그전에도 수차례 자신이 만든 로켓으로 하늘을 날았고, 적잖은 비용을 쓰고 척추손상 등 큰 외상을 입기도 했지만, 최대속도 시속 560㎞로 572m의 고도에까지 날아올랐다가 무사히 착륙했던 성과도 있었다. 그런데 로켓 기술과는 관련이 없는 그가 왜 기어코 로켓을 타고 하늘에 오르려 집착하였을까? 그것은 `지구는 평평하다`라는 자신의 믿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지구와 우주의 경계인 고도 100km 부근의 칼만선에까지 올라가 지구를 내려다보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꿈은 모하비 사막의 아지랑이와 함께 사라졌다.

마이크 휴스와 같이 `지구는 평평하다`라는 `지구 평면설`을 믿는 사람들을 `평면지구인`(Flat Earther)이라 부른다. 지구가 공처럼 둥글게 생겼다는 것은 이미 고대 그리스 때부터 증명된 상식이지만, 평면지구인들은 이 상식을 음모라 여기며 부정한다. 지구 평면설을 들여다보면 너무 터무니없어 한숨이 나온다. 지구는 평탄한 땅 위에 투명한 돔이 씌워져 있는 거대한 플라네타륨(천문관측소)이며, 태양과 달은 하늘에 떠 있는 인공조명이라고 한다. 영화 `트루먼 쇼`의 할리우드 세트장과 크기만 다를 뿐 동일하며, 나사와 정부가 철저히 숨기고 통제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속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그런 황당한 말을 믿겠나 싶겠지만 추종자의 수가 적지 않다. 미국에만 인구의 2% 즉 650만 명 정도 존재하고 있고 그 수는 점차 늘고 있다. 의외로 번듯한 직업이나 직장을 가지고 나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마이크 휴스처럼 직접 실험도 하고 학회를 만들어 학술 발표도 하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널리 전파하여 추종자를 늘리고자 노력한다. 그 내부에서는 비즈니스 이권과 권력 다툼도 다소 복잡하게 얽혀있다.

지구 평면설은 전형적인 음모론이다. 그 외에도 세상에는 수많은 음모론이 있다.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로스차일드 가문 등에 대한 것과 같이 오랜 역사를 가진 것도 있고, 코로나 혹은 백신 음모론과 같이 비교적 새로운 것도 있다. 지금도 온갖 가짜뉴스를 통해 우연히 혹은 누군가의 의도된 계획에 따라 크고 작은 새로운 음모론이 생겨나고, 그중 대부분은 약화되어 소멸되지만 일부는 증폭 확산되어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조금만 비판적으로 보면 쉽게 그 실체를 알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웬만한 지혜나 정보가 없이는 좀처럼 진위를 파악할 수 없는 것도 있다. 하지만 대개의 음모론은 무지로부터 생겨나 사람들의 머릿속에 편견을 고착시키고, 자신이 믿는 것만을 보고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이 되어, 사회적 소외와 분열을 야기한다.

편견이나 편향된 사고가 지적 수준과 판단력이 낮은 사람에게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 여겨지겠지만, 실제로는 학식과 지위가 높은 사람이 오히려 더 취약할 수 있다고 한다. 학자들은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는 데 유용한 정보만을 수집하고 그에 반하는 것은 애써 걸러 무시한다. 경영자들도 자신이 수립한 전략을 밀어붙이기 위해 그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지지하는 자료만을 선별적으로 믿고 행동한다. 법관들의 선입관이나 편견이 판결에 미치는 오류에 대해서는 연구된 바가 있고, 정치인들의 싸움은 항상 우리는 옳고 상대는 그르다는 확증편향의 극치이다. 무엇보다 나라를 이끄는 국가 지도자의 정치적 철학적 편향은 나라에 극도의 혼란과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은 좋은 타산지석이 된다.

사람은 누구나 다소의 편향을 가진다. 통념상 허용되는 범위 내의 편향은 각 개인의 취향이나 성향으로서, 그런 차이와 다름이 서로 충돌하고 조화하며 이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 그런데 리더가 과도한 편향을 가지면 조직의 생존에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특히 리더는 편향에 빠지기 쉽다. 진실은 항상 복잡하고 두려운 것이지만, 편향은 상황을 단순화시켜 명료하게 정리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릇 리더라면 자신도 모르게 `평면 지구인`이 될 수 있음을 항상 경계하고, 부단히 타인의 의견과 비평에 귀 기울여야 한다. 신영복 선생의 말씀이 있다. "높은 곳에서 일할 때의 어려움은 글씨가 바른지 비뚤어졌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물어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