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2:34 (토)
나라 밖을 내다보자 ③
나라 밖을 내다보자 ③
  • 박정기
  • 승인 2022.04.18 2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독립선언 후에도 정착민들은 200년 가까이 줄기차게 서부로 서부로 이동한다. 따라서 국경이 계속 확장되는 이동 국경이 되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그렇게 굴러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조상들의 서부 개척은 위대한 미국 건설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한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인, `미국 정신` 형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들의 개척지 생활은 항상 위험하고 험난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험악한 지형, 인디언과의 끊임없는 싸움, 광대한 토지를 개척해 나가야만 했던 이주민들은 상호부조, 관용의 미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였다. 용감하며,독립적이며 또 억센 기질과 일에 대한 열정, 그리고 체력의 차이 외에는 일체의 불평등을 허용하지 않는 미국 국민성도 이때 형성되었다. 미국인 특유의 진취적 기상, 개척정신은 미국의 전 역사를 관통하는 특성이 되었다. 미국 서부영화에서 자주 보는 호쾌한 정의의 사나이 카우보이도 이 시절의 산물이다.

미국의 True Character는 어쩌면 이들 `카우보이`인지도 모른다. 용감하며, 진취적이며 억센 기질, 불의를 못 참는 정의의 사나이, 그러나 숙녀에게 친절하며 이웃에는 관대한 쾌남이다.

무법천지인 개척지에는 정부의 힘이 미치지 못하므로 자치정신과 법을 존중하는 습관이 중요한 덕목이 되었다. 이웃을 경쟁 상대가 아닌 협조자로 인식하였고, 이와 더불어 낙천적이고 선의에 찬 성격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협동, 의무와 함께 자유의 참뜻을 깨닫게 되었다.

만인은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하나님은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주셨으며, 그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는 자명한 진리를 확신한다.

미국 독립선언서에 나오는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놀라운 선언이다. 왜냐하면, 프랑스 같은 문명국에서조차 루이 14세 왕은 `짐은 곧 국가다`라고 할 때다. 그리고 절대 권력을 마구 휘두르던 시대였다. 더구나 `자유`, `평등` 같은 개념은 루소나 존 로크 같은 사상가들이 책에서나 주장하던 이상이었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검증받아본 적이 없는 정치 이상을 현실 정치에 채택해 버렸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5000년 인류 역사를 통하여 의미심장한 일이다. 이 세상 어느 나라도 이러한 정치실험을 해본 적이 없는데, 오직 미국만이 이런 도전을 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땅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나 이주만 하면 미국인이 되므로 미국은 사실상 세계인의 땅이었다. 미국은 에머슨의 말대로 `기회의 나라, 자유와 미래가 있는 세계인의 나라`가 되었다.

`미국` 하면 미국식 공화주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18세기 미국의 아버지들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그들만의 만만치 않은 전통이다. 미국의 각 주와 연방헌법 초안에는 몽테스키외의 삼권 분립과 고대 로마 공화정 때의 양원제의 의회 사상이 반영되었다.

공화주의는 생명, 자유, 평등 그리고 행복추구권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시민 의식, 부패의 위험성 방지, 삼권 분립을 통한 견제세력, 법치주의가 그 핵심이다. 또한 이들 핵심개념과는 별도로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빼놓을 수 없다. 시민 개개인의 사생활은 반드시 헌법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시민의 자유가 침해당하면 공화국의 존립은 위협받기 때문이다.

건국 아버지의 한 사람인 존 애덤스 제2대 대통령은 친구에 보낸 편지에서 이런 말을 썼다.

"국가에서 개인이 없는 공공의 미덕은 존재할 수 없다. 또한, 공화국의 밑바탕엔 공공의 미덕만이 존재한다."공화주의의 정곡을 찌른 말이다. 공화국은 공화주의 이념을 지닌 시민들이 선거로 뽑은 지도자들이 법에 따라 지배하는 정치체제다. 직접민주주의와는 달리 공화국은 기본적인 시민권을 헌장이나 헌법에 못 박아 보장하고, 그 헌법은 다수에 의해서도 뒤집을 수 없어야 한다.

중국, 러시아, 북한 같은 일당 독재 국가들도 버젓이 공화국이란 말을 쓴다. 공화제가 너무 좋아 이름만이라도 안 쓸 수가 없는 거다. 가짜다. 그야말로 넌센스다.

미국이 지금도 많은 모순을 안고 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는 건국부터가 이렇게 역사적 의미가 깊고 크다. 그뿐만 아니라 건국의 아버지들로부터 면면히 이어온 탄탄한 전통과 공화정에 대한 애정과 신념은 오늘의 위대한 미국을 만들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