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5:35 (금)
가야불교의 인연들
가야불교의 인연들
  • 도명 스님
  • 승인 2022.04.18 23: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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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 스님 산사정담
도명 스님 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도명 스님 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인생을 살아가다가 어떤 상황이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게 되는 계기를 `터닝포인트`(전환점)라 한다. 사실 잠자고 있던 가야불교를 깨우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필자를 포함한 스님들이 가야불교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17년 김해시 주관으로 국회 도서관에서 진행했던 `가야불교 학술대회`였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가야사 복원 움직임에 발맞춰 불교계와 김해시, 지역 국회의원이 힘을 모아 대한민국 입법부의 상징인 국회도서관에서 가야불교를 재조명하는 학술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예상치 않게 가야불교를 탐색하는 이 자리에서 일부 학자들이 마치 판관처럼 거리낌 없이 가야불교를 부정하는 것을 보았다. 이미 주류 사학계에서 가야불교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역 스님들의 정서와 많이 다른 사학계의 현실을 눈앞에서 경험해보니 적잖이 당혹스럽기도 하였다.

많은 스님과 신자들은 가야불교 재조명에 대한 기대로 동이 트기 전 김해에서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런 그들 앞에서 어떤 발제자들은 조금의 배려 없이 가야불교를 전면 부정했다. 이러한 발언들 때문에 바라밀선원 주지인 인해스님과 필자는 마음이 편치 않았고, 한편으로는 가야불교에 대해 당사자인 우리가 몰랐다는 반성과 회한이 몰려왔다. 공부의 시작은 이렇게 촉발되었다. 절 집안에서 "악지식이 선지식이다"라는 말이 있다.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이 결국은 나의 스승이 되기도 하는 것을 말하는데 결과적으로 가야불교를 부정하는 학자들로 인해 가야불교를 더욱 깊이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떤 분야의 길을 갈 때 먼저 간 이의 발자취는 후학에게 좋은 이정표가 될 수 있는데 가야불교도 마찬가지였다. 필자는 가야불교에 대한 열정만 있었지 역사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다가 평생 김해에 살며 향토사를 연구해 오고 계신 정영도 선생을 만난 것은 가야에 대한 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계기가 됐다, 정 선생은 특히 가야사와 가야불교사 연구의 토대가 되는「가락국기」와 <장유사 중창기> 등 가야 문헌을 오랜 시간 연구하여 깊은 안목을 갖추고 계셨다.

그는 지역의 역사를 속속들이 꿰고 있을 뿐 아니라 유창한 한문 실력으로 옛 문헌을 연구하였고, 필자에게는 책에서 접하기 어려운 새로운 사실들을 알려 주기도 하였다. 정 선생님은 필자의 역사 멘토이자 가야불교사를 탐구하는데 길잡이 역할을 해주었다. 탐구 중 막힐 때면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 통화를 하여 궁금증을 풀 수 있었고 지금도 연구에 많은 도움을 주신다. 이처럼 가야불교를 탐색하면서 신기하게 느끼는 것은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도움을 주는 귀인이 나타나서 매번 일이 쉽게 해결되었다는 점이다. 돌아보면 보이지 않는 정신계의 도움을 느낄 때가 여러 번 있었다.

가야가 멸망한 지 1500년이 다 되어 지금 다시 깨어나고 있는 것은 바야흐로 `가야의 부활`이라는 필연적인 시절 인연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러한 복원의 바탕에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 있었다. 가야불교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분이 있는데 이십 수년 전 작고하신 아동문학가 이종기 선생과 현재 김해 조은금강병원 이사장인 허명철 박사다.

이종기 선생을 생전에 뵌 적은 없지만 그분이 쓴 <가락국 탐사>를 함께 연찬하였고, 향토사학자들에게 들은 선생의 이야기는 가야불교를 공부하는데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근자에 가야불교의 문을 연 공로자라 할 수 있는 분인 만큼 여건이 된다면 이 선생님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한번 개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한 명의 인물은 조은금강병원 허명철 이사장이다. 그는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는 틈틈이 문헌을 보고 가야불교의 뿌리를 찾아 국내는 물론 인도, 중국 등을 여러 번 답사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를 정리하여 <가야불교의 고찰>이란 책자를 발간했는데 분량은 많지 않으나 가야불교의 골자들을 잘 수록하였다. 이사장님과는 지금도 간혹 만나서 좋은 이야기들을 듣고 연구의 밑천으로 삼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선학(先學)의 노력과 성과들을 디딤돌로 하여 망산도와 허왕후 신혼길에 대한 나름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연구 성과와 답사 기록 등을 정리하여 <가야불교 빗장을 열다>라는 단행본을 내기에 이르렀다. 또한 책의 내용이 바탕이 되어 <허황옥 3일- 잃어버린 2천년의 기억>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는 23일 토요일 오후 3시, 김해 롯데 시네마 부원 1관에서 출판기념회 및 영화 시사회를 한다. 가야사 복원의 한 줄기인 가야불교의 실체를 직접 확인해 주시길 오지랖 넓게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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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2022-04-20 00:19:34
그 주류 사학계는 한국어 기원인 요하문명도 부정합니다 ㅎㅎ 가야불교 관심갖고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