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3:30 (화)
`촉법소년` 분노보다 사회 책임 우선둬야
`촉법소년` 분노보다 사회 책임 우선둬야
  • 김용구 기자
  • 승인 2022.04.17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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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구 사회부 차장
김용구 사회부 차장

소년범은 법적으로 `만 19세 미만 범죄자`를 의미한다. 이 중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를 일컫는 촉법소년은 소년법에 따라 소년보호재판을 받는다. 범죄 종류를 막론하고 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으며 검경이 아닌 소년부 법원만 사건에 개입한다. 촉법소년에게 적용되는 가장 무거운 처분은 `보호처분 10호`인 소년원 2년 송치이다. 이들에게는 전과기록조차 남지 않는다.

`소년심판`은 이런 촉법소년 얘기를 다룬 드라마이다. 실제로 일어남직한 사건을 각색해 옴니버스 형식으로 나열한다. 촉법소년이 초등학생을 유인해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사건 등 현실만큼 혹독하고 무자비한 이야기는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굴곡 없이 단순하지만 빈틈없고 진중하게 전개되는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는 가해자와 피해자, 그 부모를 포함한 주변 인물들의 감정을 드러내는데 충실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촉법소년에 대한 양면성을 보여주며 소년법 개정이라는 화두를 뇌리 깊숙이 던진다.

이 드라마는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 형성에 기폭제가 됐다. 이런 여론은 이들의 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다 갈수록 잔혹해지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3년간 촉법소년 사건 접수 건수는 2019년 1만 22건, 2020년 1만 584건, 2021년 1만 1208건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범죄 유형은 지난 2020년 기준 살인 4건, 강도 14건, 성범죄 373건, 방화 49건을 차지한다. 보호관찰 중인 소년범의 재범률은 같은 해 13.5%로 성인 재범률 5.0%보다 2배 이상 높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상황에도 촉법소년 상한선은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줄곧 만 14세를 유지하고 있다. 강력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연령을 낮추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국회 문턱은 높기만 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우리나라와 동일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는 만 13세, 캐나다는 만 12세, 영국ㆍ호주 만 10세로 우리나라보다 낮다. 미국은 주별로 다른데 만 7세인 지역도 있다.

우리나라도 연령 기준 하향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연령 기준을 만 14세에서 12세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달 대통력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업무보고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소년법 개정안 논의를 지원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와 별도로 소년범 개정 찬반 논쟁은 가열되고 있다. 찬성 측은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처벌받지 않는 사실을 악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 1953년에 만들어진 기준이 지금과 맞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피해자가 있는데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는 제도에 대해 공정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반대 측은 처벌 연령을 낮춰도 재범 예방 등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범죄를 줄일 수 있는 근본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논리이다. 특히 대중 관심을 끌기 쉬운 주제로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여지가 크다고 우려한다.

다만 논의에 앞서 촉법소년 제도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자극적인 부분에만 매몰돼 감정을 앞세우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미성숙한 판단력을 가진 소년들에게만 오롯이 책임을 전가하는 게 적절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들을 범죄에 내몰리게 한 사회적 책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바른 성장을 견인하고 선도하는 제도가 부실하지는 않은지 살펴야 하는 이유이다. 일부 사례 때문에 교화 가능한 대다수 소년에게 낙인을 찍는 건 아닌지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차치하더라도 소년범이 대체로 사회ㆍ경제적으로 취약한 가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소년심판`이 불을 지핀 논쟁이 단순히 이들에 대한 `심판`으로 남지 않아야 한다. 이를 계기로 실제 범죄율을 낮추고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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