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7:44 (수)
정치에 바람 난 사람들
정치에 바람 난 사람들
  • 이광수
  • 승인 2022.04.10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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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치열했던 대선이 국민의힘 신승으로 끝나고 6월 1일 실시되는 전국동시지방선거운동이 불 붙고 있다. 거리에는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들의 선거사무실 건물에 후보자의 얼굴 사진과 함께 지지하는 정당기호와 구호를 새긴 홍보물이 내걸렸다. 매스컴에서는 출사표를 던진 각 당 경선후보자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는 가운데, 정치 신인도 있지만 시도지사나 시장에 도전하는 국회의원들도 보인다. 현역에서 잠시 물러나 있던 정치인들도 권토중래를 꿈꾸며 자신의 정치야망 실현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선거철만 되면 철새처럼 정치에 바람나는 사람들을 보면 정치란 게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약이나 술ㆍ담배처럼 끊기 힘든 일종의 금단현상의 반복이 아닌가 싶다. 정치가를 전문직업인으로 보기는 다소 애매하다. 정치가 권력획득의 수단은 되지만 명예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대선에서 근소한 표차로 신승한 국민의 힘과 석패의 쓴잔을 든 민주당은 각자 유리한 위치에서 새 출발하기 위해 이번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금 예비후보로 등록해 명함, 전화 등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누가 지역 민심에 부합되는 인물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전국 228개 지자체의 동시선거라 지역 민심이 선거 결과에 바로 직결되므로 공천심사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이번 선거결과에 따라 보수와 진보 진영의 대결 양상이 다르게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당이 지역 민심을 잘 읽어 적합한 후보자를 내느냐에 따라 선거 판세가 좌우될 것이다. 여당이 된 국민의 힘은 선거 시험까지 친다니 어떤 문제가 출제될지 궁금하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그가 말한 사회적 동물(social animal)은 그리스어 어원인 정치적(politikos)이라는 말이 영역 과정에서 사회적이란 의미로 치환되었다. 이는 정치적이라는 의미보다 사회적이라는 함의가 더 부합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원으로 따져서 민주정치의 시원인 그리스어의 의미로 해석하면 `인간은 정치적 동물`임에 틀림없다. 정치의 목적은 권력 쟁취에 있다. 특정한 정치집단(정당)이나 사회 제 조직에는 지배자나 리더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지위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권력쟁취의 수단인 정치적 욕구는 매스로우가 말하는 욕구 5단계 중 제4 단계인 명예욕에 속한다. 최종 단계인 자아실현 단계보다 한 단계 낮은 욕구이다.

사람은 가정에서부터 직장, 사회단체, 국가 및 지자체까지 수많은 단위 조직에 소속돼 있다. 모든 조직에는 위계가 존재하는데 그 위계는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이다. 내면적인 내용은 다를지라도 외면적, 형식적으로는 그런 틀에 얽매여있다. 그래서 인간은 지배되는 것보다 지배하길 원한다. 그 수단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정치권력이다. 정치권력은 포괄적이며 권위적이고 합법적인 지배 권력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다. 세계 4대 성인의 한 사람인 공자도 군웅활거 하던 춘추전국시대 자신이 품은 정치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13년간 상갓집 개처럼 북주를 떠돌며 제후들을 만나 유세(일종의 자기 홍보나 설득)했다. 그러나 패도정치(覇道政治)를 꿈꾸는 제후들로부터 외면당하자 정치를 포기하고 학문에 정진해 3000명의 제자를 거느린 위대한 성인이 되었다.

이처럼 이상 정치의 실현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청나라 말 이종오는 <후흑학>에서 `정치가는 면후심흑(面厚心黑, 낮 두꺼운 뻔뻔함과 속이 검은 음흉함)에 이골이 난 소인배에 불과하다`고 했다. 흔히 말하는 후안무치, 안면몰수, 내로남불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고상한 도덕군자(不厚不黑者) 같은 정치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치에 한번 입문하면 마약처럼 끊기 힘든 마력에 빠져든다고 한다. 정치에서 삼세판은 보통이고 칠전팔기도 모자란다. 왜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제로 제한했는지는 삼척동자도 잘 알 것이다. 3선 연임제로 제한한 지자체장도 재선으로 끝내면 그런대로 잘했다고 박수소리 듣고 물러날 텐데 3선에 도전했다가 망신살이 뻗친다. 불치병에 속하는 정치에 병들면 중국의 전설적인 명의인 편작(偏鵲)의 처방전이라도 백약이 무효이다. 정치 집착의 귀착점은 부모형제는 물론 사돈의 팔촌까지도 말아먹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 된다.

임박한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후보자들이 사자후를 토하며 정치 어천가를 소리높이 구가할지 자못 궁금하다. 봄바람 꽃바람 속에 정치의 계절은 무르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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