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아파트 홈네트워크 해킹 불안 확산
경남 아파트 홈네트워크 해킹 불안 확산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2.04.10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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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곳 안전설비 미설치 확인...소송ㆍ지적에도 개선 요원
`관리 책임` 물어 공무원 고발, 지자체 "정부 지침 모호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정호(오른쪽)국회의원이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공동주택 지능형 홈네트워크 KS표준 관리감독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정호(오른쪽)국회의원이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공동주택 지능형 홈네트워크 KS표준 관리감독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공동주택 월패드(지능형 홈네트워크 주택관리용 단말기) 카메라 해킹 사건이 알려지면서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주민 소송, 언론 지적에도 개선이 요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능형 홈네트워크는 거실 카메라, 출입문, 엘리베이터, 전등, 난방 등 세대 내 모든 장치를 제어할 수 있는 사물 인터넷의 핵심이다. 인터넷으로 모든 세대가 연결돼 있기에 홈게이트웨이 등 해킹 방지 기능이 있는 안전 장비가 없으면 쉽게 개인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 홈게이트웨이는 외부 인터넷망과 가정 내 전자기기들 간 정보 교류 중계 역할 장치를 말한다.

이와 관련 경남에서도 지난해 김해시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홈네트워크가 법대로 시공되지 않았다며 건설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이다. 김정호 국회의원(김해을)도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해킹 방지 기능이 있는 홈게이트웨이 사진.
해킹 방지 기능이 있는 홈게이트웨이 사진.

◇직무유기 혐의 공무원 고발= 이런 가운데 공동주택 사용승인 실무를 맡은 경남도 공무원 등이 지난 1월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되면서 홈네트워크 보안이 개선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발인은 경남도 공무원 등이 홈네트워크 설비에 관해 관리ㆍ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발인은 공무원들이 지난해 6월 경남도 50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 51곳을 대상으로 홈네트워크 안전설비 전수조사를 벌였고 미설치 15곳이 적발됐지만 아무런 행정조치를 내리지 않았을 뿐더러 정보통신공사에 대한 사용 승인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고발은 주민 소송과 언론 지적에도 시공사 등이 이를 개선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왔다. 본지 취재 결과 지난해 한 해커에 의해 영상 유출이 이미 확인된 경남 43곳 이상 아파트도 보안이 시정된 곳이 하나도 없었다.

홈네트워크 보안 문제는 지난 2014년 MBC 보도를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해 초 김해시 아파트 3곳에서 시공사 상대로 홈네트워크 관련 설비 미시공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후 경남도의회ㆍ김해시의회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결국 경남도는 지난해 6월 50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 51곳에 홈네트워크 안전설비 3개(월패드, 홈게이트웨이, 예비전원장치)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설비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15곳(김해 6곳)이 적발됐다.

나머지 36곳도 법령에서 정한 20가지 필수설비 중 일부만 조사한 것을 감안하면 홈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 힘들다.

한 IT기술자문위원은 "사실상 현재 홈네트워크 이용하는 경남 아파트 단지에서 제대로 설치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고 진단했다.

송태선 전 경남도공동주택품질검수위원은 "홈네트워크 관리ㆍ감독 지자체 공무원들이 건축주로부터 관련 설비에 대한 감리결과 보고서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준공 승인을 내줘선 안 된다"며 "이대로 방치한다면 앞으로 공동주택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호 국회의원은 "건설사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홈네트워크를 법대로 시공하지 않고 있다"며 "아파트 입주민들의 안전 위협, 사생활 침해, 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기준을 준수해 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호한 정부 지침에 일선 지자체 혼란= 이 문제를 두고 지자체 입장은 달랐다. 도 관계자는 "행정조치를 하려고 해도 그 기준이 모호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한 법률전문가는 관련 법령(국토부ㆍ과기부ㆍ산자부가 지난 2008년 제정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치 및 기술기준`)이 만들어졌지만 3개 정부부처가 관련돼 있고, 본격 시공까지 시간이 걸렸기에 법령 해석에 있어 오류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혐의로 고발당한 김해시도 감리사가 적합 여부를 담은 결과 보고서를 작성한 뒤 사본을 시에 제출하게 돼 있는데 현장 확인 여부 등 정부 부처 업무 지침이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300~4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현장에서 일일이 대조할 수는 없을뿐더러 공사가 끝난 건물을 뜯어서 확인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감리사가 현장에서 기술 기준을 확인한 뒤 `적합` 판정을 내린 감리 보고서를 믿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만약 공무원 현장 확인이 필요하다면 책임 감리가 왜 필요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과기부에 관련 질의했을 때도 현장에 나갈 필요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게 직무유기라면 전국 공무원이 똑같은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법적으로 무엇을 안 해서 문제라는 건지 명확한 업무 범위가 파악이 잘 안 되고 있어 답답하다"며 "관련 정부 지침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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