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8:46 (목)
이멜다가 김정숙보다 나은 이유
이멜다가 김정숙보다 나은 이유
  • 김은일
  • 승인 2022.04.07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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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일 변호사
김은일 변호사

 서울행정법원에서 얼마 전 내린 청와대 특활비와 김정숙 의전 비용을 공개하라는 판결로 시작된 김정숙의 사치 논란이 정말 재밌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은 청와대에서 사비로 샀느니 정치공세니 하면서 논점을 흐리고 있지만, 이 논란의 발단이 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보면 아주 심플하게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 청와대는 몇 년이나 끈 1심 소송기간 동안 사비 주장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사비를 지출했다는 증거만 제시하면 간단히 이길 수 있는 소송인데도, 청와대는 `의전 비용이 포함된 특활비의 공개는 국가 안전보장이나 국민 경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거나 `김정숙의 의전 비용이나 특활비 지출 내역을 갖고 있지 않아 제출할 수 없다`는 주장만 하다가 무력하게 패소했다. 국가 기밀이니 국가 안전이니 하면 웬만하면 다 들어주는 법원에서 청와대 주장을 배척한 것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상당한 거액의 김정숙 의전 비용이 특활비에서 지출되었음을 법원이 이미 강하게 의심했음을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특활비는 사인(私人)에 불과한 김정숙의 옷과 보석 사는 데 사용해서는 안되고, 그랬다면 횡령죄, 국고손실죄 등의 범죄가 된다.

 사비 주장이 등장한 것은, 문재인의 비공식 신하이자 별동대장격인 김어준이 특활비 사용을 부정하기 위한 핵심 논리로 "김정숙의 옷은 사비로 산 것이다"라는 신호탄을 쏘면서이다. 그 후 공식 신하들이 기다렸다는 듯 바통을 이어받았는데, 박수현 홍보수석이 사비임을 강조하려고 "카드로 구매했다"고 어설프게 거짓말하다가 김해자라는 한복 디자이너가 "비서가 주는 5만 원 다발 현금을 받았다"고 하자 말을 바꾸어 "현금으로 샀고 세금계산서도 발행했으니 문제 없다"고 했는데, 김해자 디자이너가 "영수증을 끊어주지 않았다"고 증언하자 바로 쥐구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쑈` 전담 신하인 탁현민이 등장하여 "개 사료도 사비로 산다"며 물타기를 시도하다가 통하지 않자 "국민들은 몰라도 된다"며 막나가고 있는 판이다. 설상가상으로 긁어 부스럼 만들기 1등 기술자인 고민정이 갑자기 등판하여 급기야 "김여사가 머플러로 블라우스를 리폼하는 것을 봤다"는 놀라운 목격담을 얘기하기에 이르렀는데, "머플러 1장으로 블라우스를 만들다니 김정숙이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한 예수냐", "김정숙 사이즈의 블라우스를 만들려면 머플러 10장은 필요할 거다"라는 비아냥만 실컷 듣고 말았다. 

 현찰, 특히 5만 원권 다발을 들고 다니며 옷값을 지불했다는 것은 매우 의심스러운 정황이다. 왜냐하면 특활비가 전액 5만 원권 현찰로 500만 원 한 다발 단위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이게 아니라면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현찰을 재어놓고 살 이유가 뭔가. 대통령한테서 현찰이 나올 일은 특활비 아니면 뇌물밖에 없다. 만일 특활비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현찰의 출처가 어딘지도 밝혀져야 한다. 
 사진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김정숙이 공식 석상에서 걸친 코트, 재킷, 원피스 등 옷이 178벌에 이르고 가방, 보석, 장신구가 도합 207개였다. 옷은 김해자, 염미경, 양해일, 지춘희 등 국내외 최고 수준의 가격을 자랑하는 브랜드나 디자이너의 옷들이 적지 않았는데, 최소 300만 원 이상하는 소위 명품이고 코트나 외투는 1000만~2000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옷은 애교다. 동전만 한 진주가 올라간 반지, 명품 까르띠에 것으로 보이는 브로치, 그라프 제품으로 추정되는 다이아가 빙 둘러 박힌 팔찌 등 장신구는 그 가격이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까르띠에 브로치는 김정숙이 착용한 것보다 크기가 훨씬 작은 것이 2억 원, 그라프 팔찌는 1억 2000만 원이라고 한다. 그 외 골드 장신구도 숱하다.

 김해자라는 디자이너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김정숙과 오래 알아왔지만 옷을 구입한 것은 영부인이 되고부터라고. 이것은 정말 역겨운 말이다. 옷이 너무 비싸서 사지 못하다가 영부인이 되자마자 꿈에 그리던 그 비싼 옷을 마구 사들였다는 것 아닌가. 항간에 김정숙을 필리핀 이멜다에 비유하여 `김멜다`라는 말이 돌기도 하는데, 이것은 이멜다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나중에 부패하여 사치를 하였지만, 이멜다는 1965년에 영부인이 된 후 첫 임기 5년 동안은 사치하지 않고 영부인의 역할을 충실히 잘 수행한 사람이다. 남편이 대통령이 되자마자, 갑자가 돈이 어디서 생겼는지 5만 원권 현찰 다발을 들고나가서 옷, 신발, 장신구에 FLEX 해버리는 김정숙에 비할 바가 되겠나. 이멜다가 억울해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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