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21:40 (목)
[다문화신문]외국인노동자 사업장 변경, 언제 가능한가요?
[다문화신문]외국인노동자 사업장 변경, 언제 가능한가요?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2.03.30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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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이주민센터 사례 분석...질병ㆍ폭행ㆍ괴롭힘 이유 등
창원시 팔용동에 위치한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전경.
창원시 팔용동에 위치한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전경.

사유 충족 시 사업장 변경, 질병엔 업무ㆍ소견서 필요
기숙사 기준 조치 없을 때는 최저임금 위반 시 변경 유리

 경남 외국인 노동자의 작업 환경을 취재하면서 민원 중에 사업장 변경 요구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알았다. 외국인들은 질병, 사내 폭행 및 폭언, 업무과다, 각종 사고 등 다양한 이유로 사업장 변경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업장 변경을 원한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고용노동부의 외국인노동자 사업장 변경 제도에 따르면 외국인노동자는 법정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최초 3년간 3회, 재고용 1년 10개월간 2회의 사업장 변경이 허용된다. 법정 사유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근로계약이 만료된 경우이다. 둘째, 회사의 기숙사 제공이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 등 외국인노동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인해 사회통념상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일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이다. 셋째,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라고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경남 외국인노동자들은 어떤 경우 사업장 변경을 요구했고, 또 변경이 가능했을까.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이하 경남 이주민센터)의 최근 1년간 상담 자료를 통해 사업장 변경 실제 사례를 알아봤다.

 ▲업무로 인한 질병= 최근 이주노동자 A씨는 목이 아파 두 달째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사업장 변경을 센터에 요청했다. 이런 경우 그간의 업무가 현재 질병과 관련돼 있다는 의사의 소견이 필요한데, 그것을 받아내기가 매우 힘들다고 한다.

 이처럼 질병으로 인한 사업장 변경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주민센터에 따르면 그런 경우에는 사용자에게 업무 조정과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우선 요청하는 것이 먼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치료를 요청했던 것을 근거로 사업주를 설득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사업주와 협의가 어렵다면 의사 소견서 등을 첨부해 관할 고용센터와 협의, 질병과 업무의 연관성을 적극 주장하며 사업주를 설득하는 길이 최선이다.

 ▲사내폭행= 지난해 이주노동자 S씨는 작업이 느리다며, 더 빨리 더 많이 만들라는 부장의 지시를 받고 그만 화가 나서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기계에 던졌다. 이에 화가 난 부장은 그만 S씨의 뺨을 때리고 말았다. 둘 다 감정에 치우쳐 잘못된 행동을 했지만, 특히 부장의 폭행은 법적으로 무겁게 처리될 수 있는 행위이다.

 S씨의 전화 상담을 받은 센터는 우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은 후 진단서를 발급받는 것이 좋겠다고 안내하면서 노동부 근로감독관이나 경찰에 폭행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고 알렸다. 이에 S씨는 처벌보다는 합의를 원한다고 했다. 다만, 합의 조건으로 사업장 변경을 원했다. 부장은 자기 잘못을 거듭 인정하면서 사업장 변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업주와 협의한다고 약속했다. 이튿날 사업주를 통해 사업장 변경을 약속 받을 수 있었다. 만약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고소 후 사업장 변경 신청 가접수를 하고, 기소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약식명령 등본 등을 발급받아 직권 변경 신청 가능하다.

 ▲직장 내 괴롭힘= 외국인들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업장 변경 요구도 많았다. 외국인 노동자 B씨는 고충 상담을 통해 행동이 굼뜨고 어리숙하다는 이유로 한국인 팀장 등에게서 조롱, 멸시, 욕설, 폭행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가해자의 사과와 합의금을 받긴 했지만, 그간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끝내 귀국길을 택해야 했다. 외국인 노동자 C씨는 비슷한 이유로 상급자와 동료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작업용 장갑을 지급해주지 않거나 작업 불량을 일으킨 것처럼 꾸미는 등)을 당했다. 결국 어렵사리 사업주를 설득해 업체를 변경했다. 지난 2019년 7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됐지만, 그간에 제재 규정이 미비해 별다른 실효성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14일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사용자의 괴롭힘에 대한 제재 규정 신설, 사용자의 조치의무 강화 및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규정 신설 등 실질적인 처벌 수단이 마련됐다. 하지만 5인 미만의 사업장은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한계도 있다.

 ▲기숙사 시설기준 미달= 지난해 밀양의 한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화재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외국인노동자 D씨 등 3명은 다른 동료들이 사는 옆 비닐하우스 건물을 같이 쓰게 됐다. 이들은 농장주에게 새 숙소는 언제 마련되는 거냐고 물었지만 답을 회피했다. 참다못한 D씨 등은 센터를 찾았다. 수일간 쉼터에서 머물며 사업장 변경을 신청한 끝에, 다른 농장으로 옮겨가게 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불법 가건물(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ㆍ조립식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만약 사업주가 재고용 의사가 있다면 숙소 개선계획 제출과 외국인노동자의 기존숙소 이용 동의를 받고 6개월 안에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그때에도 사업장 변경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장 변경이 허용된다.

 ▲최저임금법 위반= 얼마 전 중국음식점에서 일하던 외국인 주방장이 1년간 일하고 퇴사한 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센터를 찾아왔다. 본인 주장에 따르면 하루 14시간씩 한 달에 이틀만 쉬면서 400시간 가까이 일했는데, 평일과 연장 근무와 휴일 근무 포함 총 200시간 기준으로 작성된 임금만 지급받았다고 한다. 최소한 최저시급만큼은 당연히 지급받아야 하는 데도 절반의 급여만 받은 셈이다. 하지만 이 주방장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임금체불을 인정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경남이주민센터에 따르면 이런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휴게시간이나 잔업시간 등에 일한 내용들을 매일 기록하고, 그 시간에 일하는 모습을 매일 1장씩 사진 찍어두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이때 위치 정보를 켜고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촬영 시 일시는 자동 기록되지만 장소는 위치 정보를 켜야만 기록되기 때문이다. 두 달 넘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면 이런 증거(근무내역기록, 근무사진)과 근로계약서, 월급통장을 들고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등에 도움을 요청하면 노동부에 신고 가능하며, 사업장 변경에도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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