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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행복지수
한국인의 행복지수
  • 이광수
  • 승인 2022.03.2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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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지난 3월 18일 유엔 산하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2022년 세계행복보고서를 공개했다. SDSN은 2012년부터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기대수명, 사회적 지위, 자유, 부정부패, 관용 등 6개 항목의 3년치 자료를 토대로 행복지수를 산출해 순위를 매겨왔다. 이번 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2021년까지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조사대상 149개국 중 59위(5.935점)를 기록했다. 60위 필리핀, 61위 태국보다는 높지만, 58위 그리스, 57위 아르헨티나보다 낮다. 동아시아권에서는 타이완이 26위로 가장 높고 일본 54위, 중국 72위 순이다. 세계 1위는 핀란드, 2위 덴마크, 3위 아이슬란드였다. 한국은 2020년 기준 세계경제규모순위에서 프랑스 다음으로 세계 10위이다. GDP규모에서도 10위(1조 5868억 불)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11위(1조 4641억 불)보다 높다. 이처럼 세계10대경제강국인 한국의 경제력에 비해 국민행복지수가 중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50여 년의 짧은 기간에 압축성장한 결과 급격한 사회변화와 빈부격차, 치열한 경쟁사회, 노후준비부족, 급속한 고령화 등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국민행복지수는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과 인생상담사 코언이 개발해 2002년 발표한 행복공식이다. 행복은 인생관, 적응력, 유연성 등 개인적 특성인 P(personal)와 건강, 돈, 인간관계 등 생존조건을 나타내는 E(existence), 야망, 자존심, 기대, 유머 등 고차원의 상태를 의미하는 H(higher order)등 3가지 요소 중, 생존조건인 E가 개인적 특성인 P보다 5배, 고차원상태인 H는 P보다 3배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P+(5xE)+(3xH)로 공식화해 산출했다. 물론 SDSN의 산출방식과 로스웰, 코언의 산출방식은 다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없다. 이처럼 우리국민의 행복지수가 경제력에 비해 낮은 것은 자신의 삶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질적으로 낮다고 생각하는 불만족감의 표출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 순위가 OECD 38개국 중 36위라는 통계수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서구 선진국 사람들은 한국인들을 워커홀릭(workaholicㆍ일중독)에 빠진 사람들이라고 부르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그 동안 주 5일근무제, 최저임금제, 주 52시간 근무제 등을 도입하여 시행 중에 있으나, 임시직서비스업종이나 현장근로자의 경우 이런 제도와는 현실적으로 거리감이 존재한다. 또한 고령화 사회의 급진전으로 노인 빈곤율이 OECD 38개국 중 1위(40.4%)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국민의 행복지수가 낮을 수밖에 없다.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는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켜 소위 `금수저 흙수저`로 회자되는 계층 간 세대 간의 갈등요인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스위스의 사상가이자 법률가인 칼 힐티는 명저 <행복론>에서 사람에게는 세 가지 행복이 있다고 했다. `서로 그리워하고, 서로 마주보고, 서로 자기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매우 추상적이며 심리적인 면을 강조한 행복론이지만, 이는 사람과 사람과의 좋은 관계가 행복의 원천이라는 뜻이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사상가인 발자크는 그의 <행복론>에서 `행복은 스스로 즐기는 힘에서 나온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보는 것은 능력이며, 지금 당장을 즐기는 힘이 긍정과 행복의 시작`이라고 했다. 이는 과거와 미래를 철문으로 닫아버리고 오늘에 충실함으로써 자신에게 부닥친 고통과 고민을 해결하라는 말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행복론>에서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 부족한듯한 재산,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엔 조금 부족한 외모, 자신이 생각하는 것의 절반 정도 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남과 힘을 겨루었을 때 한 사람에겐 이기고 두 사람에겐 지는 정도의 체력, 대중이나 타인에게 연설하거나 말할 때 절반 정도만 박수치고 긍정하는 말솜씨 등 조금은 부족함을 느끼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했다. 좋은 인간관계 속에서 남에게 베풀고 조금 부족하지만 주어진 조건에 만족하고 긍정적으로 사는 삶이 행복하다는 뜻이다.

인간의 욕망이 끝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그 욕망의 노예로부터 해방되는 지혜로운 삶을 살기는 말처럼 쉽지가 않다.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용하던 농경시대를 지나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용하는 복잡계(Complex System) 세계는 무한대의 물질적 욕망실현이 가능하게 됐지만 부작용도 크다. 이제 우리도 근면하면 평균적인 삶의 수준은 유지할 만큼 선진국이 되었다. 주어진 자신의 삶에 안분지족해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불평등해소를 위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지만 우리 스스로 행복지수를 높이려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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