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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시대의 역학
양한시대의 역학
  • 이지산
  • 승인 2022.03.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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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역설<志山易說>

양한(兩漢)시대의 역학은 한역(漢易)을 말한다. <한서> `유림전`에 의하면 진나라가 학문을 금하여 분서갱유(焚書坑儒)할 때 역은 복서(卜書)라 금하지 않아 전수자가 끊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분서절멸의 화를 면한 양한시대의 역학에는 세 가지 기본적인 경향이 있었다. 첫 번째가 맹희, 초공(초연수), 경방으로 대표되는 관방역학(官方易學)이다. 이 학파의 역학을 송나라 때 사람들은 상수지학(象數之學)이라고 했다. 이들은 역학 방법에서 괘상과 주역의 몇몇 숫자연구에 집중했기 때문에 상수파(象數派)라 불렀다. 상수학의 요체는 자연계와 인류사회의 발전변화가 괘상의 변화와 일치한다고 보았다. 팔괘는 우주의 축소판으로 역법, 절기, 음률 등 모두가 괘상과 상통하며, 인류사회의 변화를 팔괘로 표시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들은 팔괘의 변화법칙만 알면 국가의 흥망성쇠와 개인의 길흉화복을 점단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두 번째의 경향은 비직(費直)으로 대표되는 역학으로 후대 의리학파(義理學派)로 발전했다. 이 학파의 역학은 괘상과 숫자를 중요시하지 않아 괘기설과 음양재변(陰陽災變)을 논하지 않고 <역전>의 글 뜻을 근거로 <역경>을 해석해 의리의 천명에 주력했다. 주역의 경과 전을 이해하는데 단전, 상전, 문언전의 경 해석전통을 계승해 의리를 중시했다. 비직의 한역은 위ㆍ진시대의 현학파 의리역으로 발전했다.

세 번째 경향은 역학을 도가황로지학(道家黃老之學)과 결합하여 음양변역을 천명하는 학설이다. 이 학파의 대표 주자는 엄군평과 양웅으로 주역 경전의 글 뜻을 인용하여 노자의 <도덕경>을 해석했다. 양웅이 지은 <태현(太玄)>이 바로 주역과 노자의 도가사상을 결합한 산물이다. 이처럼 양한시대의 역학경향은 그 시대의 정치, 문화사조, 학술사상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으며 우연히 출현한 것이 아니다. 서한과 동한 양한시대의 역학은 맹희, 초공, 경방의 상수역에 밀려 그 기세를 떨치지 못했으며 한역상수파는 중국역학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송대에는 상수학의 세력이 다시 성하여 주돈이, 소강절, 주진 등 걸출한 상수학가들의 출현으로 역학전통은 한역상수학에 직결되었다. 양한시대의 역학발전의 사회적 원인으로는 참위설(圖讖說)의 범람과 경학의 흥성, 황로사상의 숭상, 도가의 종교화, 자연과학의 발전에 기인한바 크다. 특히 한대경학의 전수에 금문경과 고문경 역학이 관방과 민간역학으로 연구되었다. 양한시대의 역학은 당나라 때 이정조가 편찬한 <주역집해>로 전수되어 전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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