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크냐, 작냐
키가 크냐, 작냐
  • 오형칠
  • 승인 2022.03.2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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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칠 수필가
오형칠 수필가

한국 사람은 키 큰 사람을 좋아한다. 그 증거로 첫인상을 묻는 경우 `그 여자는 키도 크고 예뻐, 그 남자는 키도 크고 잘 생겼어`라고 말한다. 나는 키가 작은 편이다. 키 작은 유전자를 물려받고,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 제대로 먹지 못해 자랄 만큼 자라지 못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청소년 시절, 키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제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나마 작은 키가 세월을 이기지 못해 3㎝나 줄어들었다.

중ㆍ고 시절에는 앞에서 3~4번째 섰다. 조례 시간, 중학 시절에는 키 작은 사람이 앞에, 고교 때는 키 큰 사람이 앞에 섰다. 그 당시 우리는 목 짧은 군화 일명 `똥구두`를 질질 끌며 학교에 다녔다. 우리 학교 전통이었다. 그때 키가 작은 아이들은 키 큰 아이들이 부러워 구두에 5㎝ 정도 되는 깔창을 깔았다.

그만큼 키에 대한 열망이 컸다. 그 시절도 잠깐, 그 후 내 정체성을 발견했다. 현재 내 키를 한 치도 크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후 키 큰 사람을 부러워해 본 적은 없다. 30~40년 전만 해도 일본 사람을 ×바리라고 하면서 멸시했지만, 실은 한국 사람보다 키가 컸다. 일찍 서양문화를 받아들여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많이 섭취하고 서구식 교육을 받아 의자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키는 영양 섭취와 의자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북한을 보라. 같은 DNA를 가진 민족이지만, 남자 성인들 키는 우리보다 10㎝나 작다. 이유는 의식주가 부실하고, 밤낮 일만 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려 가면서 70년이라는 세월을 보낸 나머지 10㎝라는 키 차이를 나게 했다. 북한은 `의`식주가 아니라 `식`의주라고 한다. 어린 시절 우리는 찢어질 듯한 가난 속에서 원조받은 우유와 회충약을 받아먹고, 주식은 보리밥, 김치, 된장국, 상추 외에 1년에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한 번 정도 먹었다. 그렇게 먹고 어떻게 키가 자랄까.

7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180도로 변했다. 선진국이 되면서 영양을 따져가면서 음식을 먹고, 의자 생활을 했다. 그러자 키는 커지고 체중은 불어났다. 이제 우리는 키 작은 국민이 아니다. 그렇다면 키는 아시아에서 몇 위나 될까. 유튜브에서 이 뉴스를 보고 놀랐다.

지난해 11월, 아내가 이웃 가게에서 시클라멘 화분 하나를 사 왔다. 진열대 위에 올려놓은 화분을 보는 사람마다 감탄한다. "야, 저 꽃 예쁘다." 지금 넉 달째 가장자리는 연분홍 꽃들이 계속 피어나고 있다. 결코 꽃을 피울 만한 좋은 환경이 아니다. 햇빛 한 줄 들어오지 않지만, 잘 보살핀 아내 덕분이다. 새 꽃봉오리가 올라와 피고 진다. 고난 속에서 피어나는 시클라멘 꽃을 보고 한국 사람을 보는 듯하다. 한국 사람은 시클라멘처럼 잘 가꾸기만 하면 G2 국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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