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9:10 (목)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한편의 우려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한편의 우려
  • 김은일
  • 승인 2022.03.22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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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일 변호사
김은일 변호사

원칙 바탕위에 타협 바람직
국가 운영 무조건 타협ㆍ협치 안돼
여가부 폐지가 첫 시험대
잔재주 부려 쉽게 유혹 이겨야

대선이 끝난 후 필자 주위의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은 `다행`이라는 말이었다. 새 정부에 대단한 기대를 하기 보다는 나쁜 방향으로의 폭주를 막았다는 의미에서 다행이라고 했다. 필자의 마음도 그러했다. 윤석열 후보 스스로도 준비가 덜 되어 보였고 주위 인사들도 구태의연해서 믿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고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 중 하나는 안철수 인수위원장 때문이다. 안철수는 후보 중 가장 준비가 잘된, 특히 국가 미래에 대한 고민과 준비를 가장 많이 한 후보였으나 당선가능성이 없어 그 준비와 고민이 아깝다는 생각이었는데, 인수위원장으로 새 정부의 첫 그림을 주도하면서 그의 미래 비전을 녹일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국가 미래에 대한 그림을 제대로 그리고 시작한 정권이 언제 있었나 싶다. 안철수는 거대 정당에 속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권력 투쟁에 매몰될 필요가 없었고, 그 때문에 주변 이해관계가 복잡하지 않아 비교적 사심 없이 국가의 미래를 고민할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던 것 같고 이제 그 고민의 결과를 국정에 녹여낼 기회를 얻었다.

한편, 새 정부에 대해 우려되는 점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논란이다. 운동장처럼 큰 회의실에 대통령과 참모들이 마이크를 안쓰면 말이 안들릴 정도로 멀찍이 떨어져 앉아서 대통령은 누군가 써준 A4 지를 읽고 있고, 참모들은 머리 숙이고 받아 적기 바쁜 장면은 우리가 지금껏 보아온 청와대가 일하는 모습니다. 반면 회의 테이블과 소파 몇 개로 꽉 찬 방에 각자 편하게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붙어 앉아서 열띤 토론을 하는데 버락 오바마나 도널드 트럼프가 언뜻 언뜻 보이는 장면은 착시가 아니라 실제 장면이다. 미국과 한국의 이러한 차이는 기본적으로는 문화와 일하는 방식에서 오는 것이지만, 장소의 문제도 어느 정도는 작용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대통령실을 옮기는 결정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장소를 옮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참모 조직을 슬림화하는 것이다. 그 동안 청와대 불소통의 본질은 대통령 참모진의 지나친 비대화, 즉 인의 장막이었기 때문이다. 국무위원인 장관이 대통령을 만나기 힘들 정도였다면 알만하지 않은가. 참모진이 비대해지는 이유는 대통령이 국정을 잘 모르고 알려는 의지도 없기 때문이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장관을 통해서 일을 해야 한다. 장관을 통해서 일을 하려면 디테일한 정책보고를 받고 의견을 나누어야 하는데 그러기가 싫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를 걸러주고 결론만 요약해주는 참모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정을 잘 파악하고 있고 그럴 의지가 있다면 비대한 참모진은 필요치 않다. 대통령의 참모들이 늘어나면 대통령과 행정부는 유리되고 행정부가 본연의 기능을 하기 힘들다. 제발 윤석열 당선인은 장관을 많이 만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바래본다.

대선이 끝나니 새 대통령에게 주는 충고랍시고 또는 듣기 좋으라고 아무 말이나 쏟아내는 헛말들이 난무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통합과 협치`라는 말이다. 법과 원칙의 영역이 있고 정치의 영역이 있다. 우선되는 것이 법과 원칙이고 다음이 정치다. 원칙의 바탕 위에서 타협이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통합과 협치만을 주장하는 것은 국가 운영을 타협과 정치로 일관하자는 말과 다름이 아닌데, 국가라는 거대하고 극도로 복잡한 공동체를 운영함에 있어 큰 깃발이 되는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구성원들이 지향점을 잃게 된다.

아마도 법과 원칙이냐 어정쩡한 타협이냐의 첫 시험대는 여가부 폐지가 될 것인데 윤 당선인과 안 인수위원장 모두의 공통공약이고 현재까지의 이 둘의 의지가 확고해보여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계속 타협적인 주장을 들고 나오면서 자기를 내세우려는 인사가 끊임없이 등장할 것인데 잔재주로 편히 가려는 유혹을 이겨야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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