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3:21 (수)
우리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전쟁
우리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전쟁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2.03.1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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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식 사회부 기자
황원식 사회부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가운데 최근 창원시 진해구 냉천중학교 학생들이 평화 기원 캠페인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한 학생은 전쟁은 교과서에서나 봤던 일인데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남뿐만 아니라 국내외 사회단체, 심지어 러시아 내에서도 반전 시위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이들은 자국의 정치ㆍ경제적 실리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평화`라는 인류보편적인 가치를 명분으로 내세워 전쟁에 반대했다.

 제레미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라는 책에는 인류는 타인을 향한 `공감의식`을 역사 속에서 서서히 키워왔음을 알 수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SNS의 열풍도 한몫했을 것이지만, 과거에는 문제시되지 않았던 여성 차별, 장애인 차별 등 부조리와 동물학대까지도 이제는 침묵하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하물며 인류의 생명을 앗아가는 전쟁은 말해 무엇하랴.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은 러시아에게 좋은 시선을 보낼 리 없다. 러시아에 쏟아지는 비판과 이로 인한 무역 등 경제활동에서의 비협조를 생각하면 전쟁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외에도 석학들은 앞으로의 시대에는 더 이상 전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정복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왜냐하면 당시 우크라이나 군대와 주민도 러시아에 크게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열강들도 위기 상황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자제했다. 이런 환경 요인들이 다시 재현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크림반도에서 성공을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에서 재현하려고 했을 때는 완강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는 예언을 했다. 러시아가 과거의 이례적 성공에 자만해 어리석은 전쟁을 이어가지 않기를 바란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란 책을 근거로 이번 전쟁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해본다. 우선, 전쟁의 성격이 변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경제 자산이 주로 물질이었다면 현재는 `지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과거에는 전쟁터에서 적을 무찌르기만 하면 도시를 약탈하고, 시민들을 노예시장에서 팔고, 값나가는 밀밭과 금광을 점령해 곧바로 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행동으로는 푼돈밖에 못 번다. 실제 돈이 되는 애플, 페이스북, 구글 같은 기술집약적인 기업의 가치는 힘으로 제압한다고 해서 약탈할 수가 없는 구조다.

 게다가 더 이상의 큰 전쟁을 막는 또 다른 변수는 사이버 전쟁이다. 이 시대에 본격적인 전쟁이 일어난다면 교전국은 컴퓨터 악성 코드와 논리 폭탄으로 항공 교통을 마비시키고, 기차 충돌을 야기하는가 하면, 전력 그리드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 전쟁으로 인한 수익보다 사이버 전쟁에 의한 피해가 훨씬 더 클 수 있다.

 우리가 세계의 평화를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은 주요 강대국들이 최근의 성공적인 전쟁 사례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에르도안이나 모디, 네타냐후 같은 민족주의 지도자들은 목소리만 클 뿐 실제 전쟁에 대해 대단히 조심스러워한다. 핵무기의 위협도 오히려 대규모 전쟁을 억제시킨다는 분석이 많다.

 유발 하라리는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놀라운 사실 한 가지가 바로 패전국들이 전례 없는 번영을 구가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은 군대가 완전히 해체되고 제국이 철저히 몰락한 지 20년이 지났을 때 유례없이 높은 수준의 풍요를 누리고 있었다.

 이 말은 곧, 그들이 애당초 전쟁을 일으킬 필요가 없었고, 2차 세계대전은 단지 어리석은 계산착오였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전쟁은 `실리`가 없다. 이 사실을 깨닫고 합리적이고, 공감의 시대라 불리는 현시대부터는 전쟁이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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