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8:28 (금)
동백나무가 꽃을 피우듯
동백나무가 꽃을 피우듯
  • 이도경
  • 승인 2022.03.13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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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 보험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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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자연은 모습을 달리 한다. 늘 푸른 소나무도 겨울이 오기 전에 가냘픈 솔잎의 일부는 낙엽 되어 지기도 한다. 그에 반해, 비와 바람, 해와 달과 구름, 거기에 더하여 사계절을 모두 품어도 변함없는 자태를 유지하는 나무가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편 가르지 않고 모두 진초록으로 자신을 지켜 내는 나무, 그리고, 꽃이 질 때면 꽃잎이 지는 게 아니라 꽃봉오리가 진다. 꽃봉오리 전체가 `툭` 하고 미련 없이 나무를 떠난다. 꽃말은 `지조`, `진실한 사랑` 이다. 추운 겨울에 꽃을 피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동백꽃이다.

 지금까지는 동백꽃이 그다지 아름답다는 생각을 못 해 봤다. 뭉툭한 꽃 봉우리에 꽃이 질 때쯤은 다소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제주도 동백공원을 다녀온 이후, 나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개량종 꽃으로, 파스텔 톤의 우아한 색감의 꽃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개량종이 가장 많은 꽃이라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변화되어 새로운 모양과 색으로 탄생된 것이다.

 모든 자연이 그러하듯, 겨울을 나기 위해 가진 것을 하나하나 버릴 때, 동백나무는 한 겨울에 꽃을 피우고, 유독 반짝이는 초록의 잎으로 주위에 존재를 알린다. 사계절 잎이 지지 않는 상록수 과의 나무로, 사람에 비유하면 `늘 한결 같은 사람`이다. `동백나무 같은 사람` 참 멋지다.

 동백나무가 눈꽃 속에서 꽃을 피울 때면, 그동안 품어 안은 비와 바람, 구름, 태풍까지도 온전히 받아들여, 태연히 한 송이 꽃으로 승화 시킨다. 아팠기에 더욱 아름다운 걸까.

 김승호 작가의 글 중 한 대목이 떠오른다. 성공이라는 건물의 바닥에는 실패라는 수많은 주춧돌이 놓여있다. 연꽃처럼 진흙에서 꽃이 피고, 개나리처럼 겨울이 지나야 꽃이 피는 나무처럼, 사람도 아픔과 비난, 동정과 모멸, 고통을 지나야 제대로 된 꽃을 피울 수 있다. 라고 했다.

 `사장을 가르치는 사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스노우 폭스 회장 김승호는, 일곱 번의 사업실패를 딛고 지금의 위치에 와 있다.

 자신이 겪어보지 않았다면 감히 그렇게 말 할 수 있을까.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실패가 아니라 또 하나의 경험을 쌓는 것. 한 겨울의 눈보라 속에서도 꽃을 피우듯, 지금이 코로나로 추운 겨울이라면, 머지않아 동백꽃처럼 그렇게 우리의 삶도 꽃이 필 것이다.

 시련은 성숙을 동반한다. 아파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의 시중을 알기에, 시련을 통해 넓게 품을 수 있는 마음과, 나눌 줄 아는 사랑을 얻는다. 세끼 밥을 먹는 것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고, 눈을 감을 때 두 손에 잡을 것조차 없이 빈 몸으로 가야 하는 삶, 평생 남의 욕망을 욕망 하다가 가버리기엔 삶이 아쉽다.

 나무 한 그루가 우주를 품어 겨울에 꽃을 피워내는 동백나무 같은 삶, 참으로 여유롭고 멋지지 않은가, 감히 욕심을 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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