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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한 집과 자연친화적 도시에서 살고 싶다
쾌적한 집과 자연친화적 도시에서 살고 싶다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2.03.1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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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식 사회부 기자
황원식 사회부 기자

어릴 때 창원 신월동 주택가에 살다가 15층 아파트로 이사 간 적이 있다. 처음엔 작은 건물 평수에 살다가 40평대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니 기분이 좋았다. 왠지 더 `잘사는` 집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갑갑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최근 유현준 교수의 `어디에 살 것인가`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넓고 쾌적한 환경을 바라는데, 아파트보다는 2층형 주택이 그 욕구를 잘 충족시켜준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과거 살았던 주택에는 도시의 외부 공간을 사용하거나 가까운 이웃과 소통하기 용이했다. 주택 바로 옆에 용지공원이 있었고, 자주 가는 교회 뒤편에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운동장이 있어 저녁이 되면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아파트로 오고 나서부터는 그런 운치가 사라졌다. 또 주택 마당과 꽃밭, 연못 같은 공간이 사라지면서 더 마음이 답답하게 된 것 같다.

 창원의 아파트에서 거제의 한 빌라 원룸으로 이사했을 때는 더 마음이 답답했다. 아파트의 경우 가족 구성원 한 명이 자신의 방과 더불어 거실, 부엌 공간을 사용한다. 그 공간이 평균 약 20평이라고 한다. 1인 가구는 원룸에 살게 되면서 8평 이하의 공간 안에 들어가 일인당 사용공간이 3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현대 건축이 삭막한 또 다른 이유로 도시의 건물에 중간지대 역할을 하는 사이 공간이 많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과거 우리 한옥의 툇마루는 방안에 있는 사람이 신발을 신지 않고 외부 공간으로 나올 수 있는 곳이다. 비 오는 날 우리는 처마 밑 툇마루에서 비를 맞으면서 외부 공간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이런 공간을 잘 찾을 수 없게 됐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유현준 교수는 건물에서도 자연과 노출되는 부분을 중시했다. 발코니 같은 공간이나, 아니면 계단도 건물 안에 있는데, 계단도 노출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왜냐면 그 공간에서나마 자연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계속 읽으면서 단순한 주택 공간을 너머 자연ㆍ문화친화적인 도시 환경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작가는 공간 활용이 좋은 도시로 미국 뉴욕을 들고 있다. 뉴욕의 경우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집의 면적은 대부분 좁지만, 센트럴 파크나 브라이언트 파크 같은 각종 공원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뉴요커들은 걸으면서 그 공원들을 오가며 즐긴다. 여름철에는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영화를 보고 겨울철에는 스케이트를 탄다. 유니어스퀘어에서 열리는 장터에서 유기농 먹거리를 사고 센트럴 파크에서 조깅과 일광욕을 즐긴다.

 최근 들어서는 하이란 같은 신개념 고가도로 위에 공원을 산책하면서 저녁 노을과 맨해튼의 도시경관을 동시에 즐기기도 한다. 게다가 모모같은 세계적인 미술관들도 매주 금요일 저녁에 가면 공짜로 즐길 수 있다. 한마디로 뉴요커들의 삶은 자신들이 세 들어 사는 작은 방에 갇혀 있지 않다. 그들은 도시 곳곳에 퍼져 있는 재미난 공간들을 거의 무료로 즐기면서 살 수 있다.

 뉴욕 맨해튼은 10㎞내에 10개의 공원이 배치돼 있다. 이 공원들은 평균 1㎢ 정도 떨어져 있고 공원 간의 보행자 평균 이동시간은 13.7분이다. 뉴욕 시민은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7분 정도만 걸으면 어느 공원이든 걸어갈 수 있다. 반면 경남에서도 공원과 접근성이 좋지 못한 도시들을 많이 봤다. 그러니 그 공원이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경남에서도 이런 건축적, 도시 계획적 요소가 반영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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