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우리 안에 홀로 갇힌 생쥐가 친구 생쥐를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고립된 생쥐는 `침입자`를 잔인하게 공격한다. 정치경제학자 노리나 허츠(Noreena Hertz)는 그의 저서 `고립의 시대`에서， 스마트폰과 도시의 비대면 시스템， 감시 노동에 갇힌 채 살아가는 21세기 현대인이 소통 본능을 잃은 `외로운 생쥐`처럼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고 한다. 외로움과 고립감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이 사회를 소외와 배제， 양극화와 정치적 극단주의로 내몬다는 것이다.

　그는 스마트 기기로 `항시적 연결`， 즉 초연결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가 오히려 더욱더 고립감이 심해지고 있는 현상을 분석한다. 미디어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표정 읽기나 미세한 목소리의 떨림 등을 감지하는 인간 고유의 소통능력을 갈수록 잃어감으로써 더욱 고립되고 외로워지고 있다면서， 실제로 두 시간 이상 컴퓨터나 TV 스크린에 노출되었던 아이들이 감정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그는 계속해서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봉쇄상황은 가히 외로움의 세기를 열었다고 할 만큼 치명적이어서 앞으로의 사회는 더더욱 외로움을 잘 다루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가 되었다고 분석한다. 외로움이 심해질수록 사람들은 더욱 공격성을 보이게 되고， 더욱 극단적인 결정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국가의 정부들이 생존을 위해 자신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고립적인 선택을 하고 있고， 이는 자칫 과거 극우정부가 난립하여 일으킨 세계대전의 두려움을 회상시킨다고 보았다.

　많은 연구에서 외로움과 고립이 정치적인 힘뿐 아니라 경제적인 힘도 발휘한다고 한다. 실제로 기업들이 이러한 영역을 선점하여 `외로움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을 통해 각 사람의 미세한 취향과 행동을 모두 분석하고 `개인`에 맞춘 상품과 광고를 개발하는 것이 모두 이러한 일환이다. 그리고 지나친 개인화의 반작용으로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를 해소해 줄 수 있는 콘서트， 요가， 명상과 같은 단체 활동이 오로지 `모이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는 상품으로 개발되고 있다. 만약 기업들이 제시하는 개인 맞춤형 상품과 광고의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면， 그것은 더욱더 외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위기 상황의 반증이다.

　허츠는 그의 저서에서 이러한 위기의 대처법을 제시한다. 국가는 개인 돌봄이나 공동구역 확보 등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고， 기업은 과거 이익에 따른 차가운 계산법을 외로움의 세기에 맞춘 온정과 돌봄을 채운 계산법으로 바꾸어야 실질적인 성과를 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공동체 구성원이 우선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참여`해야만 회복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르완다의 `우무간다 운동`을 예시로， 공동체의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공통된 물리작업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르완다는 1994년 4월부터 7월까지 100만에 가까운 사람이 집단학살 당했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치유과정의 일환으로， 매달 마지막 토요일을 `우무간다` 휴일로 지정하여 18세에서 65세의 모든 르완다인이 밖으로 나와 아침 8시부터 11시까지 청소나 공공근로를 하도록 하였다. 이 작업으로 여러 학교 교실들이 다시 세워지고， 사람들은 함께 땀을 흘리며 평소의 직장 공동체를 떠나 지역공동체의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며 공동체성을 회복하였다고 한다.

　이제 우리에게도 이러한 회복이 필요하다. 코로나로 인해 각자의 집에서 개인적으로 고립되면서 편리함을 주기도 했지만， 더불어 함께 함으로 느낄 수 있었던 교제의 기쁨을 상실했다. 그래서 허츠의 분석과 대안은 우리가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땀 흘려 봉사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도움을 준다.

　특별히 오프라인 만남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이 상황이 비정상적인 상황이며 자신에게 독(毒)이 되는 상황임을 알려주고， 함께 만나는 것의 유익을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만일 당신이 조직의 리더라면， 우선 매력을 느낄만한 가벼운 운동， 봉사 등의 모임을 따로 가지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우무간다` 운동과 같이， 먼저 모여서 대화하고 명확한 공통의 유익을 위한 생산성 있는 활동을 기획해 보는 것도 좋다.

　말 그대로 주변 하천이나 거리 청소， 불우이웃을 위한 도시락 싸기 등 유의미한 목적을 제시할 수 있는 어떤 활동이라도 좋다. 이러한 한 번의 만남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물꼬가 되어 다시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조직과 공동체가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