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5:36 (목)
빗자루 생각
빗자루 생각
  • 경남매일
  • 승인 2022.03.03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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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선
문인선

아파트 귀퉁이 24시 편의점 있다
낮이 다녀간 그곳에는
보름달 같은 전구알들이 빈 밤을 새고 있다
가로수도 잠들어 바람도 없는 거리에 한 사나이가
그림자처럼 나타나 머뭇거린다
문 앞에서 입에 문 담배를 떨어뜨리고 발로 짓이긴다
그리곤 편의점 문을 밀고 들어가더니 담배 한 갑을
들고 나온다
그 곁엔 도시를 진열한 시티 숍이 있고
2층엔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 있는 모양이다
옥상에 십자가가 팔 벌리고 서있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 저리 짧아도 되는 걸까
생각다가
담배를 산 저 사나이는 또 담배 스무 개피를
피우다가 공원 벤치 거나 가게 앞이거나 버리게 되겠지
담배를 사듯 도시를 골라 살 순 없겠지만
길을 더럽히는 저 사나이는 천국으로 갈 수 있을까

염라대왕은 그에게 담배 아닌 빗자루 한 자루 줄 것 같다

시인 약력

- 시인ㆍ시낭송가
- 문학평론가
- 경성대 시창작아카데미 교수
- 교육청연수원 강사
- 전 평화방송목요시 담당
- 한국문협중앙위원
- 시집 `천리향` `애인이 생겼다` 외 다수ㆍ동인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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