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1:07 (금)
바이올린ㆍ첼로 연주자 꿈 키우는 자매, 서로 희망을 켜다
바이올린ㆍ첼로 연주자 꿈 키우는 자매, 서로 희망을 켜다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2.03.01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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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사람 사천 백온유ㆍ백시온 양

 

경남예술고등학교 정기연주회 무대에 올라 앙상블 연주를 펼치고 있는 백온유ㆍ백시온 자매.
경남예술고등학교 정기연주회 무대에 올라 앙상블 연주를 펼치고 있는 백온유ㆍ백시온 자매.

언니, 한국예술종합학교 합격  첼리스트 꿈 동생도 희망 품어 어려운 형편 꿈 좌절 위기 겪어 정부ㆍ지역사회 도움 포기 않고
피땀 흘리는 노력해 얻은 성과 "훗날 국가ㆍ사회 위해 봉사할 것"  

 지난해 바이올린 연주에 특출한 재능을 보인 사천의 한 소녀가 집안의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꿈을 향한 날갯짓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연이 경남매일신문에 소개됐다.(지난해 7월 8일 자) 당시 이 학생은 경남예술고등학교 3학년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진학을 꿈꾸며 공부와 바이올린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후 이 학생의 동생으로부터 또다시 반가운 메일이 왔다. 언니가 원하던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한 것. 아울러 첼로를 연주하는 자신도 언니처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사연의 주인공은 백온유(언니ㆍ20)ㆍ백시온(동생ㆍ18) 학생이다. 이들 자매는 각각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에 소질을 보여 어릴 때부터 여러 콩쿠르에서 대상ㆍ입상의 성과를 보이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지난 2014년경부터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면서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레슨을 받지 못했던 일이 가슴 아팠던 기억이다. 

 온유 학생이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족들은 크리스마스를 잊지 못한다. 당시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가족들이 함께 원룸으로 이사를 간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부모는 아이들의 꿈을 위해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이때 온유 학생은 바이올린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고 회상했다. 

언니 백온유(바이올린)
언니 백온유(바이올린)

 "내가 과분한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힘든 여건 속에서도 저에게 꿈만은 포기하지 말아 달라 얘기했어요. 너무도 미안하면서 또 감사했습니다."    

 자매는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절실했고, 포기하지 않았다. 그 마음이 하늘에 전해졌는지 방황의 순간마다 정부와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버텨낼 수 있었다.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아이들이 중학생 때 KB금융그룹의 지원을 받아 경상국립대학교에서 무료 레슨을 받은 것과, 고등학생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주관 한국예술영재교육원 통영캠퍼스에 입학해 국내 최고 수준의 선생님에게 무료 레슨을 받은 것이다. 한국장학재단과 삼성장학재단의 장학금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정부의 다자녀 전세임대주택 공모사업에 선정돼 가족들이 아파트로 이사를 할 수 있었다. 

 이런 사회의 도움으로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음을 자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만큼 더 악착같이 노력한 결과 언니 온유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다. 언니의 합격 소식에 자신감이 생긴 동생 시온도 자신의 계획을 당차게 밝혔다.

 "저의 앞으로의 꿈은 서울대학교 음악과에 입학하는 것 입니다. 제가 처한 상황과 실력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목표이지만 꿈을 크게 가져 큰 무대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실패가 두려워 시작하지도 못하는 비겁한 자가 아니라, 나 자신을 믿어 보고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싶은 포부가 있습니다. 물론 그 길이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내가 유일하게 의지하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희망을 품고 달려 나가려고 합니다. 2년 뒤에 언니처럼 합격 소식을 경남매일신문에 다시 실을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현재 사천의 작은 교회에서 찬송가를 연주하는 자매는 어린 시절에도 지역 복지회관, 보건소, 병원을 다니며 듀엣 연주했던 경험을 따뜻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이들은 훗날 훌륭한 연주자가 된다면 자신처럼 힘들었던 아이들을 위해 꿈을 응원해주고 싶다고 소망했다. 

 어머니 박혜정 씨는 "그동안 지역사회의 많은 도움으로 아이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어 "지금도 좋은 형편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더 넓은 세상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동생 백시온(첼로)
동생 백시온(첼로)

 언니 백온유 학생이 본격적으로 바이올린 지도를 받은 것은 6살 때이다. 본격적으로 바이올린을 배운 지 1년, 레슨 교사의 권유로 마산 동서음악 콩쿠르에 나가 그곳에서 전체 대상을 받았다. 이후 국제 음악 협회 콩쿠르와 대구 예술대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진주시향 단원 교사에게 집중적으로 레슨을 받기 시작하면서 개천예술제 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중학교 2학년 경남 중등학예대회에서 1등, 통영 그랑프리 전국학생 음악경연대회 관현악 독주 고등부 1위(최우수)를 연달아 거머쥐었다. 또 부산 글로빌 전국음악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1위, 고신 전국 음악 콩쿠르 고등부 1위 등 쾌거를 얻었다. 그녀의 단기 목표는 국제 콩쿠르에 서는 것이다. 

 동생 백시온 학생은 어머니의 권유로 7살 때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 여름방학이 될 무렵, 첼로를 배운 지 7개월 만에 출전한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언니와 함께 진주 서경방송 소속 유스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집안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레슨 받는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3개월 남짓 레슨을 받아 출전한 개천예술제 콩쿠르에서 은상을 받으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중학생이 되어 처음 섰던 향상 연주회에서 좋은 연주로 사람들의 박수와 갈채를 받았을 때 첼리스트의 길을 확신했다고 한다. 중학교 2학년 가을 무렵 경남중등 학생종합 학예대회에서 3위를 기록했다. 같은 달 경남예술고 콩쿠르에서 중등부 현악 1위를 수상했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영재 발굴 아카데미 과정 수료 후 부산 글로빌 전국 음악콩쿠르 중등부 2위, 통영 그랑프리 전국 학생 음악경연대회 관현악 독주 중등부 1위(최우수)를 수상했다. 이후 언니와 같은 경남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해 1학년 초 학교 정기 연주회 오디션에 합격해 언니와 함께 4중주 콰르텟 피아졸라의 `항구의 봄`을 연주하면서 실내악 연주의 매력에 빠졌다. 서울대학교 음악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시온 학생은 올해 5월 부산 음악 콩쿠르에 출전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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