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소멸
지방의 소멸
  • 이광수
  • 승인 2022.02.2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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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방담<春秋放談>
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지난해 10월 18일 행정안전부는 전국 시군구 기초 지방자치단체 228곳 중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이들 지역에 앞으로 10년간 해마다 1조 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얼핏 들으면 거액을 투입하는 것 같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간 투입한 정부예산 수십조 원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다. `지방소멸론`은 이웃 나라 일본에서 2014년 5월 일명 `마스다 보고서`로 불리는 마스다 히로야가 쓴 책 <지방소멸>에서 처음 사용했다. 그는 이 책에서 지금 이대로 가면 2040년 일본의 기초지방자치단체(시, 정, 촌) 1727 곳 중 절반인 896곳이 사라질 거라고 했다. 2021년 일본의 인구는 1억 26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0.34%가 줄었다. 이에 따라 2060년 인구 1억 명선 유지를 위해 중앙정부는 인구감소 대응책으로 워라벨 보장, 임금인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정부는 지역형 인구유인책으로 관광목적 외지인 유치와 산업지원선터장 전국 공모를 통해 외지인의 시각으로 새로운 사업을 찾고 있다. 현재 인구감소 억제는 정부나 지자체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본 총무성의 대체적인 결론이다. 현재 지자체 별로 특색 있는 창조적인 대응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미 일본 국민의 29%가 노인으로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고령화율 세계 1위다. 2040년이 되면 35.3%가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노인대국이 된다.

 그럼 한국의 실상은 어떤가. OECD 38개국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지난해 비로소 개도국을 벗어나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우리도 일본 못지않게 인구감소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앞서 소멸대상 기초지자체 수에서 보듯이 2021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2로 OECD 최저 수준이다. 2024년이 되면 우리도 인구의 20%가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각종 통계 지표상의 지방소멸 징후들은 우려를 넘어 심각단계로 접어들었다. 기초지자체에서 나름의 출산장려와 인구유인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지방인구 엑소더스가 계속되면서 아기 울음소리가 그친 시골 마을은 적막강산이 되었다.

 지난해부터 새로 태어난 아기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인구의 자연감소 시대가 도래했다. 가임여성(15~49세)의 40%가 자녀 갖기를 포기하거나 출산계획을 미루고 있다고 한다. 경북 군위군의 어느 마을 15가구는 현재 살고 있는 노인들이 세상을 떠나면 사라질 마을이 될 것이라고 한다. 어디 시골만 그런가. 부산 영도에 50년 전에 지은 아파트는 빈집으로 오갈 데 없는 노인 10명만 살고 있다. 부산의 서구, 중구, 영도구, 남구, 대구 중구도 이번 소멸대상 지자체에 포함돼 있다. 소멸대상 군부 외 중소도시 역시 인구감소는 심각하다. 전북 익산시(인구 28만)도 멈춰 선 도시가 되어 예식장, 공중목욕탕들이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비수도권 지방 중소도시에 거주하던 사람이나 기업이 수도권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 울산, 경남 3개 시도가 연계한 특별연합지자체(메가시티)의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가칭 `부울경 메가시티` 출범을 위해 통합청사 소재지와 의원정수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세 지역의 셈법이 각각 달라 올 상반기 메가시티 출범은 어려워 보인다. 필자의 기우인지는 모르지만 특별연합지자체 구성이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지역적 특성과 해당 주민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통제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지도 회의적이다. 경남의 최대 도시인 통합창원시가 1월 13일 자로 특례시가 되었다. 현재 103만인 인구가 해마다 2000~5000명씩 줄어들고 있어 수도권인 수원시, 고양시, 용인시처럼 언제까지 100만 인구유지가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인근 김해시 인구도 지난해 1만여 명이나 줄었다. 과연 메가시티 탄생이 수도권으로의 지방인구 유출을 막아 로컬 스테이(local stay) 효과를 거둘지 아니면 장밋빛 청사진에 그치고 말 것인지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지방소멸은 곧 지방 산업경제의 쇠락과 지방대학의 소멸로 이어지고 있다. 금년 입시에서도 지방거점국립대 9개교 중 8개교의 정원이 미달되었다. 설령 지방대를 다녀도 졸업 후 취업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서울로 떠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방대의 앞날은 절망적이다. 벚꽃이 피는 대로 문을 닫는 지방대가 생겨난다는 말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또 다른 실업자의 양산을 의미한다. 저출산→학령아동급감→인구감소→지방소멸로 에스컬레이트되는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인구감소→지방소멸이라는 범국가적 난제를 해결할 묘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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