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7:38 (금)
형벌의 집행유예 제도
형벌의 집행유예 제도
  • 김주복
  • 승인 2022.02.23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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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의 법률산책
김주복 변호사
김주복 변호사

형사처벌에서 집행유예란, 유죄의 형(刑)을 선고하는 경우에 일정한 요건이 되면 선고하는 형을 즉시 집행하지 않고 `일정 기간` 동안 그 집행을 미루고, 그 일정 기간이 집행유예의 취소 또는 실효되지 않고 무사히 지나면 `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범죄의 정도가 약하거나 개선의 여지가 있는 범죄인에게 형의 집행을 하지 않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형사정책적 의지가 표현된 제도이다.

 집행유예를 징역이나 벌금과 같은 형벌의 일종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형벌이 아니라 형벌의 집행 방법에 관한 것이다.

 우리 형법 제62조 이하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집행유예의 요건을 분석해 보면, 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일 것, ② 형법 제51조에 정해진 양형의 조건(피고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것, ③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가 아닐 것(여기서 3년이 경과하였는지의 여부는 현재 심판대상 사건의 범죄행위 시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판결 선고 시를 기준으로 판단함)이 요구된다.

 한편, 피고인이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으나, 현재의 재판 대상인 범죄가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되기 이전에 저질러진 경우에는 집행유예기간 중이라도 다시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

 집행유예요건이 충족하면 판사는 기간을 정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데, 그 기간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중에서 사건의 내용에 따라 재량으로 정한다. 판사가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 피고인의 정상적인 사회 복귀 유도 및 범죄 예방을 위해서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ㆍ수강명령을 부가할 수 있다. 이러한 명령을 받은 사람은 집행유예 판결 선고 시 받은 준수사항에 따라 그 판결이 확정된 후 10일 이내에 보호관찰소에 신고하고, 주거를 이전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보호관찰소에 신고해야 하며, 보호관찰관의 지도에 따라 성실히 그 명령을 이행하여야 한다.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도 일정한 경우 집행유예가 취소되는 수가 있다. 즉, ①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후에 집행유예 결격사유(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아 집행을 종료한 후 또는 집행이 면제된 후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이라는 점)이 발각된 때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의 결정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취소할 수 있다.

 ② 또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 또는 수강명령을 함께 받은 사람이 그 명령이나 준수사항을 위반하고, 그 위반의 정도가 무거운 경우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의 결정으로 집행유예를 취소할 수 있다. 집행유예가 취소되면 유예 받은 형을 복역해야 한다.

 나아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아도 일정한 경우 집행유예가 실효되는 수도 있다.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자가 집행유예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집행유예 선고가 실효된다. 집행유예가 실효되어 유예 받은 형을 복역해야 하고 새로 선고받은 형까지 복역해야 하므로 피고인에게 불이익이 크다.

 하지만,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후 그 선고가 취소 또는 실효되지 않고 정해진 유예기간을 무사히 지나간 때에는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게 된다. 이는 처음부터 형 선고의 법률적 효과가 없어진다는 의미이므로 형의 집행은 면제되고, 누범전과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형 선고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변함이 없으므로 선고유예의 결격사유에는 해당한다.

 한편, 집행유예 기간의 기산점은 형사법에 규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2000도4637 판결 등)는 집행유예의 취지와 제도 본질에 비추어 집행유예기간의 기산점을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의 `확정일`(선고일이 아니라)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고 상소기간(7일)이 만료한 경우는 그다음 날부터 기간이 진행하고, 대법원에 상고까지 했을 경우에는 대법원의 상고기각판결 선고가 있은 날의 다음 날부터 기간이 진행한다.

 그러므로, 항소나 상고에 의하여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집행유예 기간이 진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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