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1:59 (금)
1960년과 2022년 3월의 민주주의
1960년과 2022년 3월의 민주주의
  • 김지수
  • 승인 2022.02.23 2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남도의원 김지수

1960년 대한민국의 봄은 잔인했다. 마산에서는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맞선 학생과 시민 중 12명이 경찰의 발포로 숨지고, 250여 명이 부상 당하거나 체포 또는 구금됐다. 이때 마산에서의 민주화운동은 3ㆍ15의거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많은 희생이 따랐지만 전국 어느 곳보다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열망과 의지로 그것을 지켜냈다는 큰 자부심은 지난 62년 동안 지역을 하나로 묶는 축이며 자긍심이었다.

 지역의 정신이자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시초와 다름없는 3ㆍ15의거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 역사적 재평가가 62년 만에 이뤄진다.

 3ㆍ15의거 참여자의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이 시행된 지난달 21일 `3ㆍ15의거 진상규명을 위한 진실화해위원회 창원사무소`가 의거의 중심지였던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에 문을 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비록 6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배상ㆍ보상을 위한 과제는 남아 있지만 4ㆍ19혁명의 도화선으로 여겨졌던 3ㆍ15의거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재평가와 진상조사가 시작됐고, 이를 통해 의거 관련자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에 보다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것을 되짚어보는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3ㆍ15의거 진상규명을 위한 진실화해위원회 활동의 토대인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은 `항일독립운동,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ㆍ학살ㆍ의문사 사건 등을 조사해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과거에 머물기 위함이 아니라, 하나 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란 뜻이다. 국민통합은 구호만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이 전제돼야 가능하단 말이기도 하다.

 역사가 만든 피해자를 그대로 둔 채 외치는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는 공허하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6월 만료한 부마민주항쟁 관련자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도 무리 없이 연장되길 바란다. 지난 2014년 추진된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 및 참가자 피해보상은 시간과 인력 부족으로 난항을 겪었다. 이후 2020년 6월 법 개정을 통해 조사가 재개됐으나 피해자 규모가 큰 탓에 활동기간 연장이 필요한 상황이며 개정 법안이 국회 행안위를 통과,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한편, 필자의 대표발의로 경남도의회가 지난 2019년 12월 제정한 `부마민주항쟁 기념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경남도가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에 지급하는 위로금을 올해 확대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다.

 1960년 봄 민주주의를 위한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2022년의 봄이 따뜻할 수 있다.

 3ㆍ15의거ㆍ부마민주항쟁에 담긴 민주주의 정신을 잊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화해와 사회 통합에 이바지하는 방법을 실천하는 것이 62년 전 가장 뜨거운 민주화운동의 현장이었던 이곳에 사는 우리가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