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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도 고발당한 `중대재해처벌법`
대선 후보도 고발당한 `중대재해처벌법`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2.02.23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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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경남에서 벌써 2건의 중대재해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삼표산업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를 시작으로 지난 11일 발생한 여천NCC공장 폭발사고 등 7건의 중대재해 대상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2건이 경남에서 발생했다. 지난 16일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인 창원 두성산업에서 직원 16명이 독성물질에 의한 급성중독 판정을 받으면서 첫 직업성 질병 사례가 나왔다. 19일에는 고성군 동해면 조선업체인 삼강에스앤씨에서 협력업체 노동자 A(55)씨가 노후 컨테이너선 보수작업 중 난간 용접을 위해 가스호스를 옮기다가 1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고용부는 사고 원인 등 진상 규명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창원 두성산업과 같은 화학물질 재해가 지난 18일 김해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해 고용노동부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기업들의 안이한 법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했다.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가 50명 이상인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중대산업재해ㆍ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막기 위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중대산업재해 유형은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감염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 등 크게 세 가지이다. 산업재해를 줄이자는 목표로 2020년 1월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보다 처벌 수위를 높인 법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2020년 6월 6월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발의 했으며 같은 해 12월 24일 제정안에 대한 법안 심사를 강행했다. 2021년 1월 7일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심사를 통과하고 올해 본격 적용됐다.

 지난달 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자 기업들은 1호가 되지 않기 위해 긴장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그도 그럴 것이 2020년 산업 현장의 전체 사고 사망자는 882명 중 건설 현장 사고가 458명(51.9%)이었다. 이 가운데 추락으로 인한 사망자는 328명으로 71.6%에 달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의 상당수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지키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법시행으로 긴장한 건설사들은 "공사를 발주했다고 해서 어떻게 전국 수십 개 공사 현장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건설사의 우려와는 달리 발주자는 원칙적으로 중대재해법에 따른 사고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다. 중대재해법은 실질적으로 지배, 관리, 운영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관한 책임을 묻는 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공사 발주자는 도급업체인 시공사와 구분되므로 공사현장을 실질적으로 지방, 운영, 관리하는 주체로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위반 시 처벌 대상은 원칙적으로 경영책임자 즉 대표이사"라면서도 "건설업의 경우 발주와 시공이 구분돼 있고 나아가 사업 부문이 명확히 구분돼 있다면 발주사의 대표이사가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발주자가 사실상 시공사에 준하는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전문성을 갖추고 사실상 공사 전반을 주도, 감독하는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우려와 논란이 있는 가운데 만장일치로 한국영영자총협회 회장으로 재산입된 손경식 회장은 지난 22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53차 정기총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이 기업인들을 옥죄는 반기업 입법을 바로잡고 우리 기업들이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해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그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정부, 국회와의 정책 네트워크를 새롭게 구축,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대안은 제시해 나가겠다"며 "이를 위해 산업현장의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겠다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경영 환경 조성에 더울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손 회장은 "산업 현장의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엄정하고 공정한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선전적인 노사 관계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매듭했다. 그러나 노동단체 등은 사업자 구속수사와 세척제 제조사와 유통업체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 물질안전보건자료 정보에 대해 허위조직 시 처벌 규정 강화가 필요하다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단체가 유세버스 가스 중독사고가 난 대선후보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등 이 법이 우리 사회에 경종 주고 화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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