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9:16 (목)
4개 알파벳 `MBTI` 허와 실
4개 알파벳 `MBTI` 허와 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2.02.16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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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문화체육부 기자
이정민 문화체육부 기자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이정민이고요, 저의 MBTI는 ENFJ입니다." 이 말은 지난해부터 새로운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 항상 빼먹지 않고 나오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아이스 브레이킹을 할때 필수 주제로 `고향`ㆍ`출신 대학`을 물어봤지만, 이제는 "MBTI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사회적으로 MBTI에 대한 인기가 커지면서 첫 만남 자리에서 꺼내는 자연스러운 질문이 됐고, 심지어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았던 정치권, 대선을 앞둔 후보들도 자신의 MBTI를 공개하며 자신이 대통령감임을 부각하고 있으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중계에서도 선수들의 MBTI를 하나씩 소개하며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등 우리 일상에 조용히 스며든 것을 볼 수 있다.

 MBTI는 심리학자 융(Jung)의 심리 유형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성격 유형 검사로 8개 의 알파벳인 E(외향형)와 I(내향형), S(감각형)와 N(직관형), T(사고형)와 F(감정형), J(판단형)와 P(인식형)의 조합으로 16개의 성격 유형이 탄생한다. 바쁜 현대사회 속 간단한 설문에 답만 하면 자기가 어떤 유형인지, 그에 대해 나랑 어떤 유형이 잘 어울리는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어떤 직업이 자신과 잘 맞는지, 역사적 인물ㆍ연예인이 어떤 유형에 속했는지 4개의 알파벳으로 알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사람에게 자신에 대해 장황하게 말하지 않아도 직관적이고 빠르게 표현할 수 있으며,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상대를 파악하고 관계 형성은 물론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해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재미로,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검사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도 보여진다. 먼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객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며, 나와 다른 남을 더 잘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다. 많은 사람들이 MBTI를 알기 전에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왜 저럴까"라고 불편하고 이해 못했던 말과 행동들이 MBTI를 알고 난 후 "아 그래서 그랬구나, 그럴 수 있지"라고 되돌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이렇듯 MBTI가 어떤 성격 유형이든 모자라거나 부족한 것이 아닌 나와 다름을 인정하게 하는 유용한 도구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점은 더 없이 반갑지만,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이 자체가 하나의 유행이 되다보니 MBTI를 채용에 활용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한 식품업체는 지난해 공채부터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MBTI 유형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사례에 들어 소개하라`는 문장을 넣기 시작했으며, 어떤 곳은 특정 유형은 제외하는 등 이에 대해 취업준비생들은 절박한 상황 속 회사에서 선호하는 유형이 나오도록 설문에 답하거나 자신의 성격유형을 속이며 일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늘고 있다.

 이처럼 MBTI가 우리에게 주는 이로움이 분명 존재하지만 과하게 몰입하는 것은 좋지 않다. 유희적 도구로 이용해 다른 사람들과 유쾌한 해석, 소통의 매개체로 이용하는 것은 권장하지만 16가지로 인간을 나누기 때문에 지구인 80억 여명을 모두 그 기준에 넣을 수 없기에 나와 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좁은 시야에 갇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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