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9:48 (화)
가야불교의 계승자, 배석현 거사
가야불교의 계승자, 배석현 거사
  • 도명 스님
  • 승인 2022.02.14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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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 스님 여여정사 주지ㆍ가야불교연구소장
도명 스님 여여정사 주지ㆍ가야불교연구소장

김해에는 시내를 배경으로 산들이 자리하는데 그중 하나가 분산(盆山)이다. 분산은 분성산(盆城山)이라고도 하며 분성 배씨의 본관이 되는 산 이름이다. 작고한 지 오래됐지만 김해불교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인물이 `배처사`로 불렸던 배석현 전 김해불교 신도회 회장이다.

 그의 삶과 그가 김해 불교에 끼친 영향으로 보면 `처사`라는 칭호보다 재가의 남자 신도를 존칭하는 `거사`라는 칭호가 맞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하심(下心)하고 김해불교의 발전을 위해 머슴처럼 심부름하며 누구에게나 권위 없이 다가갔기에 그러한 수수한 별칭이 붙은 것이다. 그는 재가자였지만 출가자 못지않은 구도심으로 정진했으며, 김해의 정체성은 가야이고 그 바탕에는 가야불교가 있다는 사실에 일찍 눈뜬 선구적 혜안을 갖추고 있었다.

 배 회장은 가야불교의 복원과 발전을 위한 길이라면 천리를 마다하고 쫓아다녔다. 특히 가야불교를 부정하는 이들에게는 의기롭게 반박하는 `수호의 금강역사`가 되기도 하였다. 그는 1960년대 이병도 전 서울대 교수가 중앙일간지에 연재한 `한국고대사`에서 가야불교 관련 내용을 왜곡하는 것을 보고 서울까지 가서 따져 물어 그에게 사과를 받아냈을 정도였다. 아직도 지역의 많은 불자들은 그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옛 호계사지로 추정되는 연화사 중창과 해은사의 파사석탑 건립이 불가능했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가 타계한 후 김해 신도회 차원의 가야불교에 대한 관심은 많이 사그라졌고, 그 뒤로는 좀처럼 그의 생전만큼 활동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8년 발족한 사단법인 `가야문화진흥원` 소속 재가자들이 그의 뒤를 이어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김해불교의 정체성을 세우고자 한 생을 불사른 고(故) 배석현 회장의 원력과 노력은 지금도 회자되며 뭇 불자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 밖의 인물

 가야불교에 복원하려는 이들 중에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기의 길을 묵묵히 간 분들이 여럿 있다. 그들의 활동은 현재 가야불교 연구의 한 축이 되고 있다. 이들은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도 거의 없이 사재를 털어 연구를 이어왔으며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들 중 한 분이 김종간 전 김해시장이다. 그는 공직에 있기 전, 김해향토문화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가야 연구의 권위자였다. 김 전 시장은 젊은 시절부터 지역의 출판, 언론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김해신문`을 발간하면서 가야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신경철 부산대 명예교수가 가야의 역사성을 확인한 `대성동 고분군`을 발굴할 때 허명철 이사장과 함께 물심으로 지원하였다. 가야가 주목받기 전부터 그는 우리의 고대 역사가 삼국시대가 아닌 가야를 포함하는 `4국 시대`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최근까지 <가야문화사> <가야, 가락, 금관 그리고> 등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하면서 가야문화의 중요성을 언급하였고, 이제는 자연인으로 돌아와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가야불교 복원을 위해 노력한 또 다른 이는 영남매일 신문사 전 발행인인 조유식 회장이다. 그는 가야문화와 가야불교 선양을 위해 1990년 7월 <금관가야>라는 잡지를 발행하기도 했다. 그는 신문의 특집기사와 가야불교 유적 취재 등으로 가야문화의 홍보대사와 지킴이 역할을 해왔다.

 이외에도 향토사를 지키는데 평생을 매진해온 `경남 향토사 연구회`의 사무총장 정영도 선생이 있다. 김해 토박이로 살아오면서 어른들로부터 가야 이야기를 듣고 자란 그는 지역에 산재해 있는 가야의 흔적을 찾아 답사하고 자료를 모아 왔기에 재야의 고수로서 손색이 없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정 선생의 연구는 재야라는 그늘에 가려 늘 조명받지 못하였다. 하지만 그는 가야 관련 문헌과 향토사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가야문화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수년간의 노력으로 <가야사 자료집>을 편찬하는 등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또한 그의 아내 김선옥 여사도 가야를 연구하며 같은 길을 걸어오고 있다.

 가야불교하면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동명대학교 장재진 교수다. 장 교수는 소싯적에 잠시 출가까지 할 정도로 불가와 인연이 깊었는데 그동안 가야불교 학술대회를 기획하고 이끌어 온 숨은 공로자다. 그는 가야불교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열정과 노력으로 정진해 왔으며 황정일, 황순일, 석길암 등의 동료 교수들을 설득하여 가야불교를 연구하는 일에 동참하도록 애썼다.

 이러한 많은 분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오늘날까지 가야불교와 가야문화를 연구하는 학계와 재야 사학의 맥은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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